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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세미나에서는 매끄러운 공간과 홈 패인 공간을 중심으로 논의를 해보았습니다. 워낙 다양한 내용들이 한꺼번에 등장해서 어려운 점이 있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재미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세미나 때 나왔던 이야기 몇 가지를 짚어봅시다.

수학적 모델과 관련해서, 데카르트적 좌표계와 국소좌표계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데카르트적 좌표계는 홈 패인 공간에 상응하고, 국소좌표계는 매끄러운 공간에 상응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제기되었던 문제 중 하나는 국소좌표계와 리만 계량 또한 홈 패인 공간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국소좌표계도 공간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인 만큼, 매끄러운 공간에 홈을 파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이에 따르면 국소좌표계와 리만 계량은 단지 데카르트적 좌표계에서 범위만 넓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지요. 그럼에도 둘 사이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국소좌표계는 데카르트적 좌표계와는 달리 동질화하지 않습니다. 데카르트적 좌표계가 공간을 동질화하는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국소좌표계는 동질화하지 않으면서 이질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국소좌표계가 데카르트 좌표계보다 매끄러운 공간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홈 패인 공간과 매끄러운 공간이라는 구분을 가지고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에서는 가변자본과 불변자본의 구별이 점차 불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과학자나 기술자가 발명한 신기술의 가치를 그 기술을 창안하는데 걸린 시간으로 환원한다는 것은 우스운 생각으로 들립니다. 또한 음악이나 영화와 같은 문화산업의 생산물들에 대해서도 ‘노동시간’을 가지고 그 가치를 매겨 가격표를 붙인다는 생각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자본주의의 발전은 자본주의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 기존의 홈 패인 공간을 가로지르며 매끄러운 공간을 구성합니다.

하지만 이를 자본주의가 홈 패인 공간을 부정하고 매끄러운 공간을 창출하는 식으로 그 작동 방식을 바꾸었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오히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가 홈 패임의 극한에서 매끄러운 공간을 낳는다는 사실입니다. 자본주의가 초국가적으로 변화해가면서 이전의 국민국가 시스템에 패인 홈을 넘나들며 매끄러운 공간을 만드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현재에도 ‘초국가적’ 자본이 얼마나 국민국가를 필요로 하는가를 생각해봅시다. 초국가적 자본이 발전해온 과정은 발전도상국의 무역 장벽과 금융 장벽을 철폐하기 위해 미국이라는 강력한 국가를 필요로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08년의 금융위기의 사례에서 잘 나타나듯이, 초국적 금융자본은 자신들의 목숨이 걸린 위기에 봉착했을 때 국가의 힘을 빌려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매끄러운 공간을 생산한다고 해서 이를 단순히 ‘좋다’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습니다. 그러한 매끄러운 공간도 결국 홈 패인 공간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매끄러운 공간/홈 패인 공간이라는 구분에 좋다/나쁘다는 구분을 단순히 대응시키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됩니다. 이는 해양적 모델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군사기구들이 위도와 경도를 가지고 바다에 홈을 패놓은 이후 그들은 전략잠수함이나 항공모함, 나아가 인공위성이나 미사일을 통해 어디든 공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매끄러운 공간’을 구성해냈습니다. 이처럼 홈 패인 공간과 매끄러운 공간은 현실에서 이분법적으로 구분되어 작동하지 않고 서로를 넘나듭니다. 따라서 매끄러운 공간이라고 해서 섣불리 좋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배치 속에 놓여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져야 합니다.

드디어 다음 주는 책의 마지막 장인 15장을 다룹니다. 15장의 발제는 혜원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15장은 분량이 적은 만큼 다들 세미나를 준비하는데 부담이 크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대신 저자와의 질의응답을 위한 시간이 준비되어 있으니, 노마디즘 1권에서 2권까지의 내용 중에서 궁금한 것이 있으셨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해결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다양한 질문 기대하겠습니다. 아무쪼록 건강한 모습으로 이번 주 토요일(2.5)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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