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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세미나에서는 13장의 국가와 포획장치에 대한 논의를 했습니다. 우선 스톡이란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봅시다. 스톡이란 직접적인 효용이 없음에도 버려지지 않고 비축되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한계효용의 법칙에 따른 교환과 직접적 효용과는 무관한 스톡의 축적이 비교되었는데요, 교환은 교환 당사자들의 한계효용에 따라 이루어지며 한계효용이 감소해 사라지는 지점에서 중단됩니다. 반면 스톡의 비축은 소비의 효용이나 교환의 이득이 없음에도 이루어집니다. 직접적인 이득이 없는데도 스톡이 비축되는 것은 다른 방식의 이득 가능성 혹은 다른 종류의 욕망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교환과 스톡의 차이를 보여주는 한 가지 예시로 맑스가 구분한 두 가지 상이한 교환, 즉 상품-화폐-상품(C-M-C′)과 화폐-상품-화폐(M-C-M′)의 차이를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C-M-C′은 C′이라는 상품의 효용을 얻기 위해 이루어지는 상품 교환입니다. 그래서 교환을 매개하는 중간의 화폐(M)는 그러한 효용을 얻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반면 M-C-M′의 목적은 화폐의 증식, 달리 말해 화폐라는 스톡의 비축입니다. 이는 상품으로부터의 어떤 효용을 기대하고 이루어지는 교환이 아닙니다. 소비와는 다른 종류의 욕망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M-C-M′이라는 자본의 배치는 교환의 형태를 가지지만 교환의 배치보다는 스톡의 배치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스톡이 비축되는 배치가 바로 포획입니다. 포획에는 세 가지 양식이 있는데, 지대, 이윤, 세금이 그것들입니다. 이것들은 각각 토지, 연장, 화폐라는 스톡과 연관된 포획입니다. 그리고 이 포획들은 각각 지주, 자본가, 조세 및 물가 통제권자라는 권력과 결부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포획의 세 양식을 식별함으로써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에서 주장하는 착취 개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맑스주의에서는 노동가치론에 입각해서 생산 지점에서 착취된 잉여가치가 지대, 이윤, 세금 등으로 나누어진다고 하지요. 이는 수탈의 다양한 양상을 생산에서의 착취로 환원하는 사고방식인데, 이런 생각은 정치적 실천에서는 산업프롤레타리아 중심의 혁명이라는 관념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스톡과 포획 개념을 통해 우리는 생산 이외의 지점에서 발생하는 수탈의 고유한 차원을 다룰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포획의 메커니즘을 포획장치라고 합니다. 이는 직접적 비교와 독점적 영유에 의해 작동하는데, 들뢰즈와 가타리는 두 작동방식 중에 직접적 비교가 논리적으로 앞선다고 합니다. 포획의 논리는 일차적으로 직접적 비교에 의해 설명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포획은 불공정한 강탈이 아니라 공정한 대칭적 과정으로 나타나는 마술성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도 비교가 독점에 앞서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적으로는 독점적 영유에 의한 포획이 먼저 있어야만 그에 따른 비교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포획장치는 폭력을 통해 수립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포획을 위해서는 우선 다른 사람들의 소유권을 배제하고 독점적인 영유를 확보하는 폭력적인 과정이 필요합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맑스가 산업자본주의와 관련해 언급한 본원적 축적 개념을 일반화해 모든 포획장치는 본원적 축적을 필요로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에서 국가장치가 포획장치에 선행합니다. 포획이 이루어지려면 우선 국가장치의 폭력을 동반한 본원적 축적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책의 1권에서부터 계속해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 12장과 이번 13장에서는 사회와 역사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철학이 지닌 독창성의 밑바탕에는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대한 탐구와 고민들이 있었다는 데에 매주 놀라게 됩니다. 그러면서 공부가 편협해지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게 되네요. 한 분야에 오롯이 매진하는 일은 얼핏 보면 대단해 보이지만, 만약 그것이 전부라면 아카데믹한 논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생각을 펼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양한 공부를 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군요.

다음 주에는 13장의 4~5절을 읽고 논의할 예정입니다. 발제는 홍민 선생님께서 해주시겠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주말부터 조금씩 추위가 가시는 것 같더군요. 그래도 여전히 겨울은 겨울이니만큼 감기들 조심하시고, 건강하게 다음 세미나에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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