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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6/20일자 사회뉴스 신문기사 펌]

 

"좋은 대학 간 것도 아닌데…'불효자'는 웁니다"

['강매' 당한 학사모, 대학은 죽었다·①] 한 '지잡대' 학생의 넋두리

한국은 대학 졸업장을 강매하는 나라다. 학사모 쓰는 비용, 그러니까 대학 등록금이 '미친 가격'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학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와 학업 사이의 우선 순위가 뒤바뀐 풍경 역시 낯설지 않다.

'미친 등록금'을 내며 다니는 대학은, 그렇다면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있나. 만약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대학 진학률을 기록한 한국은 '가장 지적인 사회'가 돼 있을 게다. 현실은 다르다. '반(反)지성주의'가 판치는 고학력 사회. 그게 한국의 자화상에 가깝다. 너도나도 대학에 가지만, 대학에 학문은 없다. '지혜로운 가르침'에 목마른 이들은 오히려 강의실 밖을 떠돈다. '2011년 한국의 대학'은 학생도, 교수도, 학부모도, 심지어 졸업생을 채용하는 기업가조차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곳이다. 학문도, 예술도, 자유도, 비판도, 심지어 실용도 없는 곳. 그렇다면, 이 땅에 대학이 존재할 근거는 무엇인가?

누구나 이런 질문을 하지만, 대학 졸업장을 포기하려는 이는 드물다. 이유 역시 다들 잘 알고 있다. '대학 안 나오면, 사람대접 못 받는 사회'가 이유다. 직업과 학력, 학벌에 따른 뿌리 깊은 차별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대학 졸업장을 열망하게 했다. 활화산 같은 대학 진학 수요는 군사정권조차 누를 수 없었다.


대학이 자애로운 교육자보다 악덕상인을 더 닮게 된 것은 그래서였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이거 안 사면 큰 코 다친다'라고 협박해서 비싼 값에 팔아넘기는 악덕상인. 지금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등록금 논쟁은, 그래서 경제적 비용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 땅에 대학이 존재할 근거가 뭐냐'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

일단, 대학의 현실을 똑바로 보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대학 사회의 실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싣기로 했다. 첫 번째로 소개하는 글은 한 지방 사립대 학생의 글이다. 이 글을 쓴 학생은 자신을 '지잡대생'이라고 불렀다. 이런 적나라한 자기비하는 우리 대학 현실의 맨얼굴이다. 학벌에 따른 차별은, 소모적인 편입 경쟁과 불필요한 대학원 진학으로 이어진다. 또 이런 차별이 낳은 열패감과 우월감은 우리 사회 구성원이 교육의 현실을 똑바로 보는 것을 방해한다. 멀쩡한 정신을 지닌 이들이 '미친 등록금' 앞에서 넋 놓고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들이 맑은 정신으로 '학사모 강매하는 나라'의 현실을 들여다 보게 하자는 게 이번 기획의 취지다. <편집자>

'총각, 학생, 아가, 박군.'

요즘 내가 일을 하면서 듣는 호칭들이다. 스물넷인 내 나이에 맞지도 않는 꽤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는 까닭은 내가 또래 대학생들이 하는 일과는 조금 다른 일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같이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 육십이 넘은 할머니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휴학생인 나는 지금 공원이나 학교 같은 시설에 나무, 꽃, 잔디를 심어 환경을 꾸미는 일을 한다. 멋있게 말하면 조경업이고 정확히 말하면 그냥 일용직근로자다.

"최저임금으로 등록금 마련은 어림도 없어"

처음 이 일은 시작하게 된 건 전역 후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면서였다. 군대 안에서는 그렇게 사회로 나가고 싶어 했는데 막상 전역하고 보니 앞이 캄캄했다.

2년간 손 놓고 있던 공부를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둘째 치고, 군 복무를 하는 사이 엄청나게 올라가 있는 등록금도 제대로 낼 수 없는 지경이었다. 게다가 더 이상 부모님께 그 모든 것을 바라고만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흔히 말하는 '지잡대(지방 잡 대학의 줄임말. <편집자>)'를 다니고 있는 입장에서 "제가 졸업만 하면 취직해서 다 갚겠습니다." 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집안 형편상 몇백씩 하는 등록금을 낸다는 게 무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방학 때는 일해서 등록금을 벌고 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학교에 다니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르바이트 시급이 최저임금을 겨우 지키는 수준인데 고작 2개월 일해서 등록금을 전부 마련하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방법을 찾다가 선택한 것이 조금 힘들지만 임금을 많이 주는 이 일이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출근해 하루 종일 일만 하다가 저녁 6시가 되어서야 끝나는 고된 일이었다. 마음대로 쉬고 싶은 날 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등록금도 벌고 졸업도 한다는 한줄기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복학은 생각했던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일단 돈이 쉽게 모이지 않았다. 게다가 학교를 열심히 다니는 것 자체도 무리인 것이 현실이었다. 4년간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녀도 도로 백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복학이 쉽지 않았다. 가난한 고학생이 일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잘해 결국에는 성공한다는 흔한 스토리가 꿈만 같았다. 지금 하는 일로 돈을 모으는 편이 대학을 나와서 취직하는 것보다 쉽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1년에 1명 뽑는 일어교사…대학 졸업장은 무용지물"

자꾸 뭐든 포기하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내가 무기력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꼭 그래서는 아니다. 들어보면 이해할 거다. 내 전공은 일어교육과다. 처음 입학할 때 마음속에 품었던 교사가 되어 학생을 가르치겠다는 꿈은 임용시험으로 채용하는 교사가 일 년에 고작해야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접어야했다. 대부분의 선배, 친구들도 졸업하면 임용을 포기했다. 그러면 꼭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곤 했다. 그러나 곧 다시 높은 경쟁률에 좌절했다. 그렇다고 다른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취업률 100%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진 지하철이나 버스대학광고를 믿지 마시라. 취직을 보장 해줄 것 같았던 대학 졸업장은 사실은 무용지물이다. '진짜 죽자고 등록금을 벌어서 대학졸업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날마다 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일하며 고민하던 중에 한번은 서울에 이름 있는 대학을 다니는 친구가 부산에 내려와 술자리를 가졌다. 서로가 사는 얘기, 취직 걱정, 시답잖은 얘기들을 한참 내뱉으면서 친구는 나에게 충고라도 하듯 말해주었다.

"알바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공부나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아라. 평생 그것만 하고 살 것도 아니고 언제 대학 나와서 언제 취직할래? 지금은 그냥 공부 열심히 하는 게 효도하는 길이다. 좋은 대학 들어간 것도 아닌데 부모님께서 네 걱정 얼마나 하시겠냐."

솔직히 자주 듣던 말이었다. 그런데 그날 따라 참 웃기기도 하고, 세상이 엿 같기도 하고, 욕이라도 퍼붓고 싶은 심정이었다. 좋은 대학도 못 가고 장학금도 못 받는 수많은 학생 전부를 불효자로 만들어 버리는 세상이다. 한 명의 효자와 수십 명의 불효자를 만드는 대학이 내 눈에만 이상하게 보이는 건지. 졸지에 불효자가 되어버린 상황, 술을 왕창 먹고 울어 버렸다.

"모자 푹 눌러쓰고 대학 교정에서 일하려니 서러워"

며칠 전에는 우연히 부산대학교 교정으로 일하러 나갔다. 아니. 나가야 했다. 혹시나 아는 사람이 있을까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일하고 있자니 서러운 마음도 들었다. 같은 대학생으로서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여기려 했지만, 흙투성이인 작업복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내 모습이 초라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국립대에 들어갔으면 저들처럼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같이 일하던 할머니 한 분은 여기 있는 애들이 부산에서 제일 머리 좋고 훌륭한 애들이라고 했다. 일을 시작하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할머니들이 육십이 넘어서도 고된 노가다 일을 하는 이유는 내가 짐작하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나는 아마 혼자 사시는 분들이거나 부양해줄 가족들이 없는 분들 일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다. 오히려 가족을 부양하거나, 그게 아니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나오시는 분들이었다. 다들 가족들의 생활비나 등록금을 벌기 위해 매일같이 나왔다. 여기저기 고장 난 몸을 이끌고 나와 여름에는 땀을 흘리고 겨울에는 추위에 떨면서도 자신이 아닌 가족들을 위해서 일하는 분들이었다. 그 상황에서 부산대학교 학생들을 칭찬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예쁘게 보이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정확히는 사실 잘 설명을 못 하겠는 감정을 느꼈다.

한참을 일하다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음료수 한잔하면서 쉬고 하자는데 할머니 몇 분은 절대로 안 마시겠단다.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캔 음료 몇 개를 사 들고 계산을 할 때서야 그분들은 단돈 천 원을 아끼려고 그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점을 나서니 바로 옆 커피전문점에서 산 비싼 커피를 마시며 교정으로 걸어 들어가는 학생들이 보였다. 이 괴상하게 비교되는 풍경을 보니 갑자기 충고하던 친구 이야기가 생각났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도 효자 되기가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고, 비싼 돈을 주고 마시면 가족에 대한 죄책감을 느낄 테니까.

"반값 등록금? 대학 안 가도 인간 취급 받는 게 먼저다"

▲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가한 학생. ⓒ프레시안(최형락)

요즘은 반값 등록금이 화제다. 서울에서는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키라고 시위를 하다가 잡혀갔단다. 이름을 처음 듣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누구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두 가지 의문이 든다. 하나는 같은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은 왜 잡아갔을까 하는 의문이고, 다른 하나는 등록금이 반값으로 떨어진다고 나 같은 사람들 문제가 해결될까 하는 의문이다. 등록금이 반으로 떨어져도 빚은 여전히 수천만 원일 테고 취직은 그대로 걱정일 거다. 차라리 대학을 안 가도 인간 취급을 해주겠다거나 대졸자나 고졸자나 비슷하게 취급해주겠다는 공약을 해주면 좋겠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나도 몇 달 뒤면 다시 비싼 등록금을 내고 복학을 할 것이다. 아직도 오로지 취직만을 위해 대학을 다녀야 한다는 사실에 확신이 안 선다. 취직이 보장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더 망설이게 하지만 누구 말대로 그래도 효자가 될 수 있는 길이라니 다시 도전하려고 한다.

그 와중에 반값 등록금이 계속 정치적 화제가 되고 지방에도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들이 집회를 한다면 난생처음 나도 집회라는 곳에 나갈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지금처럼만 외친다면 정말 몇 해 지나지 않아 반값 등록금에 학교를 다니며, 진짜 배우고 싶은 학문을 배우며,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룰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정말 모두가 부모님께 효자가 될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으니까'라고 나도 믿지 않는 말을 속으로 하면서.

 

 

 

 

 

 

 

 

[기사 끝]

 

사실 이런 집회가 성공적이라해도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기는 힘들 것 처럼 보입니다. 대학에 삭감된 등록금을 보충할 다른 재정지원이 없는 한, 커질대로 커진 그들의 몸집을 지탱시키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요. 혹여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이슈의 본질이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윗분의 말처럼 "대학을 안 가도 인간 취급을 해주겠다거나 대졸자나 고졸자나 비슷하게 취급해주겠다"는 공약이 있다면 훨씬 현실적일 것 같군요. 그렇다면 이렇게 비싼 등록금 내고 지잡대, 듣보잡대 갈일 있을까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는 말은 아닙니다. 등록금이 터무없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나 본질은 대학이 등록금 값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인 듯 보여서요. 진리탐구를 시키겠다는 본래의 취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취직은 도와줘야할 것 아니겠습니까? 학생 유치에 대한 노력에 비해 사후관리는 형편 없는 정도를 넘어 방관에 가깝죠. 물론 취직을 대학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무리는 있습니다만 절반의 책임은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그 많은 등록금! 가져다 도대체 어디다 쓰는 걸까요?

 

이슈의 본질이 이런 거라면 지잡대든, 좋은대학이든 그놈이 그놈이란 생각이 듭니다. 결국 돈은 학생의 미래와 복지를 위해 쓰인다기 보다 재단과 학교의 명성을 위해 쓰일테니까요. 거기에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 부끄러운 우리 현실의 이면을 돌아보게 한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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