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과 후배 덕에 잠비나이 공연에 갔다왔어요.
'나부락', 유튜브에서 한 번 본 것만으로도
매혹되기 충분한, 거문고와 해금, 피리를 불며 기타를 치는
노래는 거의 없는 연주.
1집 앨범을 내는 기념으로 공연하는 거라네요.
7시 공연을 17시 공연으로 착각하여 무려
2시간이나 일찍 갔는데
날씨는 왜 이리 추운지...흑흑
그래서 저녁을 먼저 먹고 기대하며 갔어요.
하지만 공연 경험이 거의 없는 분들인지라
음향설계와는 거리가 먼 조그만 공연장에서
강렬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공연인지라
듣기 위해 체력을 요하는 공연이더군요.
특히 앞부분에 연주한 곡들은 1집 내면서 새로 작곡한 것들인 듯한데
나부락이나 나무의 대화 등의 곡에서
소리를 다루는 방식과는 사뭇 달라서, 쉽지 않았어요.
그들의 연주는 인상적인 반복구('일종의 '리프')로 떠받치면서
볼륨이나 강도의 다이나믹하면서 급전직하하는 흐름의 탁월한 구성력과
강밀하지만 매우 절제된 소리,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고 변형시키며 섞어내는 악기들의 소리
그것들이 만드는 팽팽한 긴장력이 아닐까 싶은데...
이번에 새로 들은 곡들은 거기에 드럼과 베이스를 추가하여
볼륨과 리듬을 더하고, 소음화되는 지점까지 변조된 전자음까지
강도를 더해, 두통으로 약화된 체력으론 감당하기 쉽지 않은 소리였습니다.
사실 소리의 강밀도를 볼륨의 크기가 질러대는 소리, 혹은 소음의 주파수에 기대
만들어내려는 시도는 안이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능숙한 사람은 아주 작은 소리로도 매우 강밀한 소리를 만들어내지요.
피아니시모의 위력을 모르면서 강밀한 소리를 내려는 것은 매우 단순한 발상이죠.
저를 휘감았던 잠비나이의 매력은 느리고 약한 소리의 강밀도와
미친 젓대의 움직임으로 반복되는 미니멀한 스타일의 리토르넬로였는데
이번의 새 곡들은 모든 소리를 지우는 드럼의 소리와
거기 밀리지 않기 위해 울려대는 소음들에 그 매력적인 소리들이 잡아먹힌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없지 않았어요.
이렇게 크고 강한 소리는, 가령 크라잉넛이나 밤선해적단처럼 펑크적인 곡에서라면 괜춘했겠지만
잠비나이의 소리와 펑크 사이엔 좁히기 힘든 간극이 있는 듯 해요.
사실 펑크에서 알마먹기 힘들 정도의 큰 소리와 소음, 고함이 어울리는 것은
펑크 특유의 유머가 있기 때문이지요.
잠비나이의 새 곡들에서도 그런 유머가 있었다면, 사정은 좀 달라졌겠지만
잠비나이의 곡들은 진지하고 유려하게 구성된 것이어서
일부러인듯 허술함으로 필요로 하는 유머의 공간은 별로 없는 편이지요.
그런데 펑크적 유머가 없이 울려대는 고함이나 소음은
표적 없이 있는 힘껏 찔러대는 칼질 같은 느낌이었어요.
안에서 흘러넘치려는 어떤 힘과 감응은 느껴지지만
그것에 매우 절제되면서도 미친 광기를 넘치게 하던 이전의 탁월함과는 거리가 있었던 듯 해요.
그래도 후반부, 드러머와 베이스가 빠지고
나부락을 비롯한 이전의 '명곡'들은 앞서 느꼈던 허전함이나 과도함을 어느새 지워버리고
다시 매혹의 힘을 행사하더군요.
종종 해금의 소리가 겉도는 느낌이 있기도 했지만
종종 아슬아슬함마저 느끼게 하는 소리로 그것을 되감아 감겨들어
다시 피부에 달라붙어, 강한 소리를 돌파해온 미니멀한 반복구의 매력을 느끼게 했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저를 잡아끄는 것은 거문고의 힘입니다.
영산회상에서 듣던 차분하고 고고한 소리는 어디가고
때론 타악기가 되기도 하고 때론 활로 문질러대기도 하지만
손가락과 젓대가 고차되며 만들어내는, 미니멀한 반복구나 미친듯 휘젓는 능란한 소리는
정말 입을 딱 벌리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맘 같아서 음반사서 거문고 주자님 사인이라도 받고 싶었지만
수줍은 성격 탓에 그냥 마음에만 품고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초반의 곡들에서 느낀 거칠고 절제되지 않은 소리들이
음반에선 어떻게 연주되었을지 궁금해요.
공연보다는 소리를 좀 더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조건이었을테니까요.
그게 아니어도, 나부락 같은 곡이 들어있다는 것만으로도
드뎌 출반된 음반을 환영할 이유는 충분한 셈이지만
말이예~요(백현진이 부른 '선운사'의 말이예~!요가 지금 옆에서 나오고 있어요^^).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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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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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소리를 최대한 약화시키고, 기타소리(거의 들리지 않았음)를 키우고 하여 전체 사운드를 조절하는 게 필요할 듯.
이는 곡 이전에 공연의 문제지.
잠비나이의 최대 매력은, 내 생각엔, 거문고가 곡 전체를 떠받치면서도 단지 베이스와는 달리 선율적인 기능을 한다는 거지.
통상 밴드에서 리드 기타가 하는 역할, '리프'를 실상은 거문고가 담당하고 있는 듯 해.
그점에서 베이스를 넘어선 베이스인 셈이지.
그리고 거문고의 소리를 오히려 선율악기를 넘어서 타악기 등 다른 악기로 만들어버리는 연주도,
결코 오바하지 않는 흥' 내지 '광기'도 일품이지.
그에 비하면 해금이나 리더인 기타도 아직은 자신들의 표현력을 충분히 찾아내지 못한 느김이야.
그런 점에서 지금보다 사실 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어쨌건 난 그 거문고 주자 팬이라고 전해줘.
다음 주에 씨클라우드에서도 공연하는데 그 거문고 주자님한테 말씀드릴게요ㅋㅋ 예전에 뵌 적이 있는데, 거문고를 가야금이나 해금처럼 솔로로 멜로디컬한 악기로 쓸 수 없는 것에 대해서 한계를 느끼고 있었거든요. 엄청난 연주를 하시는 것에 비해서 많이 소심하시더라구요;; 그나저나 잠비나이 사운드에 드럼과 베이스는 상상이 안 가네요. 확인 차를 위해서도 꼭 가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