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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세미나에서는 10장의 후반부를 읽고 되기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이번 후기에서는 지난 세미나의 핵심이었던 분자-되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봅시다. 분자-되기란, 되기의 짝의 감응을 갖는 분자적 성분이 되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분자적인 개-되기의 예시가 나왔었는데, 그것은 단순히 생물종으로서의 개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개의 감응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들뢰즈와 가타리는 “모든 되기는 이미 분자적”이라고 합니다. 개-되기만이 아니라 모든 동물-되기가, 나아가 여성-되기, 흑인-되기, 아이-되기 등 모든 되기는 어떤 대상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분자적 감응을 생산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분자-되기입니다. 반대로 말해서, 분자적인 되기만이 되기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되기는 항상 분자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생성의 선을 그리는 실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여성-되기란 여성의 표상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감응을 분자적으로 생산해 새로운 신체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때 여성-되기를 통해 생성된 신체는 우리에게 익숙한 ‘여성’도 ‘남성’도 아닌 지각 불가능한 무엇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몰적 표상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생성의 선을 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선분성 개념을 사용해, 여성-되기가 젠더의 몰적인 이항적 선분성을 뛰어넘는 탈주선을 그린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되기를 탈주선을 그리는 하나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지요.

되기가 몰적 표상으로부터 벗어나는 실천이라고 해서 몰적 표상 자체를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그럴 수가 없습니다. 지각 불가능한 것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언어로써 포착하지 않을 수가 없기에 몰적 표상은 불가피하게 되돌아옵니다. 따라서 몰적 표상을 버릴 거냐 말거냐 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몰적인 표상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일단 여기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몰적 표상은 지각 불가능한 것을 포착하기 위해 붙인 이름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여성-되기에서 되기 앞에 붙는 ‘여성’은 그런 이름일 뿐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여성을 어떤 특성들의 집합체으로서의 여성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규정된 여성이 된다는 것은 되기가 아닌 모방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요.

한 가지만 더 지적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그것은 되기가 일방적인 변화의 과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책에서 나온 새-되기의 예시를 떠올려봅시다. 내가 새-되기를 한다함은 단지 나 혼자 새를 흉내 내고 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새-되기는 인간이 새의 분자적 감응을 생산하는 동시에, 새마저 어떠한 방식으로 탈영토화시킵니다. 이 점에서 되기는 모방과 다릅니다. 모방은 모방의 대상되는 항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새의 표상을 떠올리며 그것을 따라하는 모방은 새를 변화시키지 않습니다. 반면 되기에서는 두 항이 모두 바뀝니다. 메시앙이 음악에서 나타나는 새-되기가 악기소리의 동물-되기와 동시에 동물의 음향-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메시앙은 음악적인 방식으로 새-되기를 하기 위해 새소리를 음향학적으로 탈영토화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새소리를 조야하게 모방한 것 밖에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되기에 대해 두 주에 걸쳐서 이야기를 나눠보았지만, 이 개념은 여전히 어렵게 다가옵니다. 특히 되기를 실천한다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감이 오지 않는군요. 그런데 이럴 때일수록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론을 가지고 성급하게 무언가를 하려는 시도는, 이론의 오남용과 더불어 자신이 이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으로 이어지기 쉬울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세미나에서 다룬 낯설고 어려운 개념과 사고방식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토론해보고 싶다는 욕망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아가 세미나에서 다룬 주제들 말고도 다른 많은 것들을 넓고 깊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래도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사유를 전개하는 책을 읽다보니 새삼 이런 생각이 떠오른 듯합니다. 지난 두 번의 세미나가 그랬듯, 앞으로 남은 세미나도 좋은 공부의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토요일(12.11)에는 책의 11장을 읽고 논의할 예정입니다. 발제는 1-3절은 지담 선생님께서, 4-6절은 선율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발제문은 세미나 전날까지 기획세미나 자료실에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이번주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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