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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파워라이터]사회학자 이진경씨

글주영재·사진 정지윤 기자 jyeongj@kyunghyang.com
ㆍ사회과학·철학·건축까지 실천적 관점을 지닌 지식인

“이제까지의 철학자들은 단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했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묘비명이자 그의 저서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들>에 나온 말이다. 사회학자 이진경씨(49·사진)는 이 구절을 독일어로 외우고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 그는 철학을 “삶을 바꾸는 실천이자 그 실천의 방식들을 사유하는 것, 그리고 삶에 의해 형성된 통념화된 사유를 깨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진경씨를 지난 11일 그가 좌장 격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 연희동의 연구공동체 ‘수유너머N’에서 만났다. 서울과학기술대 교양학부 교수이기도 한 이씨는 이곳에서 진보적 실천과 사유를 고민하는 이들과 함께 연구와 강의를 해오고 있다. ‘N’은 사유의 여행자라는 ‘노마디스트’의 뜻과 함께 ‘N개의 삶, N개의 사유, N개의 코뮌, N개의 네트워크’를 뜻한다. 공동체라는 말 그대로 따로 지시하는 사람 없이 자율적으로 순번을 정해 밥하고 청소하며 자유롭게 공부하는 모임이다.

이진경씨는 1980년대 학생운동의 대표적 이론가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1987)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사회운동은 전략이 있어야 하고 혁명에의 전망도 있어야 하고 그것을 떠받쳐줄 이론으로 자기가 존재하는 사회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 사회구성체론이었다. 공식적인 판매부수만 50만부로 판금 조치 이후 집계가 불가능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 이상의 초베스트셀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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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주로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 써왔던 이씨는 사회주의권의 몰락 후에는 들뢰즈와 가타리 등의 신마르크스주의를 재해석하면서 교환가치가 지배하는 자본주의와 명령-복종의 근대적 사회관계를 비판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론적 작업을 기반으로 희망버스와 쌍용자동차, 홍대 두리반, 제주 강정마을 등의 사회적·정치적 이슈들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의 책을 여러 권 출간한 휴머니스트의 김학원 대표는 이씨를 “학문을 사회적 실천행위로 여기던 1980년대 사회과학 세대의 대표적인 논객이었고, 대다수의 당시 논객들이 일시적인 활동에 그쳤던 데 반해 사회과학과 철학, 건축, 최근의 소수자에 대한 관심까지 어떤 주제로 가더라도 자신의 기존 관점을 유지해가며 연구하는 독특한 지식인”이라고 평했다. 김 대표는 1990년대 초반 만들어진 ‘수유너머’부터 지금의 ‘수유너머N’까지 비판적 지식이 생산·소통되는 연구자 조직과 공간을 만든 측면에도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이론적 문제의식을 실천적 운동으로 연결시키고자 노동운동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다 1990년 체포되어 2년간 징역을 살게 된다. 그 기간 목도한 독일의 통일과 소련의 붕괴라는 사회주의권의 몰락은 그에게 새로운 지적 과제를 부여한다. “나는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체포됐는데 그대로는 아니어도 하나의 전망으로 여겼던 사회주의권이 저런 식으로 무너지니 정말 황당하고 막막하더라고요. 사회주의권 붕괴는 제가 아는 마르크스주의로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자본주의를 넘어 새로운 종류의 사회를 꿈꾸는 것은 여전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했지만 마르크스주의 안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데카르트 이후의 근대철학부터 새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실 사회주의도 명령-복종 관계에 충실한 또 하나의 근대사회였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 자본주의를 넘어서도 근대적 관계와 근대적 주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면 근대성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였다.

그가 이때 만난 책이 들뢰즈와 가타리의 합작품인 <안티 오이디푸스>였다. 이 책에서 그는 혁명의 열정을 보았다고 했다. 혁명은 의무가 아니라 자기가 욕망하는 것이어야 하고 그래서 혁명과 욕망을 하나로 결합하려 한 들뢰즈와 가타리에 공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의 삶을 지금의 시대 속에서 바꾸지 않는 한 혁명의 약속이란 공수표와 같은 것이고 무의미하다”며 “미래가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새로운 관계는 ‘코뮌주의’이다.

‘코뮌’은 공동체를 뜻한다. 함께라는 뜻의 라틴어 ‘cum’과 선물이라는 뜻의 ‘munis’가 합쳐진 말로 ‘선물을 서로 나눠주는 관계’가 곧 공동체라는 뜻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언가를 타인에게 주고 그 사람도 비슷한 방식으로 타인에게 줌으로써 성립하는 관계이다. 자본주의는 공동체 사회를 파괴함으로써 가능했다.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속에서 유일하게 남은 공동체 관계는 가족이다. 사람들이 가족에 그토록 높은 가치를 두는 것은 공동체에 대한 욕망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런 욕망들을 확장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코뮌주의’이다. ‘코뮌주의’ 공동체를 그는 ‘자본주의 사회의 구멍’ 혹은 ‘자본주의 사회 안에 존재하는 외부’라고도 표현했다. 그는 “우리 삶의 대부분이 선물의 상호증여와 같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면 사실 자본주의가 존재하느냐 마느냐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는 글을 쉽게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수감생활 중 글쓰기 공부부터 다시 하자는 생각에 셰익스피어를 포함해 잘 썼다는 글은 다 읽어 보았다고 한다. 그는 “글을 아무리 쉽게 써도 자기 사유와 대결하게 하는 어려움이 없다면 좋은 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통념 안에만 있으면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동물”이고 “익숙해 있는 생각을 넘어설 때 비로소 사유가 시작되고 익숙한 사회관계를 넘어설 때 혁명이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철학과 수학, 건축, 예술 등에서 많은 공부를 했지만 “무얼 보든 글쓰기에 사용한 것들만이 머릿속에 남았다”며 “가장 강한 강도로 글을 읽게 하는 게 글쓰기”라고 했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들뢰즈·가타리의 <천(千)의 고원>을 자신의 사유와 결합한 <노마디즘>(2002·휴머니스트)을 선보였던 그가 ‘가장 난해하지만 가장 아름다고 가장 좋아하게 된’ 책으로 꼽은 것은 뜻밖에도 송의 원오 극근 스님의 <벽암록>이었다. 선가의 화두를 모은 책으로 그에게 선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철학과 굴뚝청소부’ 등 20여권 저술

사회학자 이진경은 지금까지 20여권의 책을 냈다. 80년대 학번은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1987), 90년대 학번은 <철학과 굴뚝청소부>(1994), 2000년대 이후는 <노마디즘>(2002·휴머니스트)의 저자로 그를 기억한다. 그의 대표작들이다.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은 2008년 그린비에서 개정증보판이 출간됐다.

<철학과 굴뚝청소부>는 저자가 근대철학사를 공부하면서 쓴 책이다. 90년대 대학 학회 모임에서 주요 세미나 교재로 쓰였고 지금까지 철학입문 필독서로 사랑받고 있다. 2002년 그린비에서 나온 개정판이 지금까지 6만부가 넘게 팔렸다.

<노마디즘>(전2권)은 들뢰즈·가타리의 <천의 고원>의 해설서이다. ‘외부와의 관계에 의해 자신의 본성이 달라진다’는 의미의 ‘내재성’의 개념으로 한곳에 머물지 않는 사유하는 삶을 소개한다. 가장 최근작인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2011·휴머니스트)은 인간과 사물을 포함한 모든 보잘것없는 것들과 함께하는 혁명이 아니라면 결코 혁명적일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쓴 책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보이게 하고, 불법체류자처럼 체류할 자격이 없는 자에게 자격을 주는 것, 몫이 없는 사람들에게 몫을 돌려주려는” 작업이다.

근대성에 대한 탐구인 <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맑스주의와 근대성>과 마르크스를 ‘코뮌주의’의 참조점으로 재해석하는 <미래의 맑스주의> <자본을 넘어선 자본> 등의 책도 있다. 현재 일본 비정규직 활동가 인터뷰집인 <만국의 프레카리아트여, 공모하라!>와 새로운 정치적 존재로서 등장하는 대중을 분석한 <대중과 흐름> 등의 출간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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