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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미나에서 저희는 그로스의 『몸 페미니즘을 향해』의 4장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요, 이번 4장은 메를로퐁티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난 2장과 3장의 논의를 정리하는 부분이었습니다. 2장에서는 에고(자아) 개념을 중심으로 정신분석학의 논의를, 3장에서는 몸 이미지 개념을 가지고 신경생리학의 논의를 따라가며 몸과 마음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려는 시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몸 대 마음의 이원론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이번 4장에서도 계속 되었는데요, 이번에는 메를로퐁티의 육체적 현상학이 논의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메를로퐁티가 “몸을 마음이 육화된 것으로서 의식과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212) 메를로퐁티에게 몸이란 물리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지요. 메를로퐁티의 몸은 생리적이기도 하면서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몸과 마음의 이분법을 가로지릅니다. 몸이 그렇듯이 마음도 메를로퐁티에게는 이분법적으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마음은 온전히 심리적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지요. “메를로퐁티에게 마음은 언제나 체화되면서 언제나 육체적, 감각적 관계에 기초해” 있다는 점에서 몸/마음의 이분법의 바깥에 위치합니다.(212)

여기서 몸에 주목해 봅시다. 신체와 정신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간극을 설정하는, 이 책에서 그로스가 줄곧 비판하는 이원론은 한편으로는 주체와 대상의 이분법을 함축하기도 합니다. 이때 정신은 주체의 자리를 차지하고, 몸은 대상의 위치에 남지요. 우리에게 결코 낯설지 않은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이런 이분법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메를로퐁티가 몸을 육화된 정신으로 규정하면서 마음과의 이분법적인 관계에서 끄집어내는 순간, 이제는 몸조차도 주체로 사고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몸의 주체성은 “몸이 능동적으로 세계를 감각적 경험의 집단화, 조직화와 의미화의 패턴으로 분화시키고 범주화”한다는 점에서 잘 나타납니다.(216) 뿐만 아니라 몸이 “근본적으로 공간성과 시간성의 재현과 연결되어 있다”는 메를로퐁티의 관점은 우리의 경험에서 몸이 갖는 구성적인 역할을 선명하게 드러내지요. “우리는 우리의 몸이나 육체적 도식과 특정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비로소 외부 공간에 대한 관념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몸의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221)

메를로퐁티의 몸 개념이 함축하는 바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메를로퐁티는 몸을 넘어 육신(the flesh)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잠시 번역에 주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육신이라는 단어보다는 아무래도 ‘살’이라는 단어가 메를로퐁티의 개념을 잘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메를로퐁티의 살 개념은 몸이 실체가 아니라는 점, 그래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 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점을 나타내기 위해 하필 살이라는 개념이 필요했을까요? 이는 살이 갖는 두께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살(보다 이미지를 선명히 하기 위해 ‘살덩어리’라고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은 두께를 (거의) 갖지 않는 얇은 표면, 즉 피부와는 다르게 두께를 갖는 덩어리이지요. 그런데 메를로퐁티에게 이 ‘두께’가 갖는 의미는 추상적 가능성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때 추상적인 가능성들이란 지금 현재 현실화되어 있는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의 가능성을 말합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지금의 몸이 아닌 다른 몸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몸의 변화 가능성 말입니다. 이렇게 몸을 살이라고 이해하면 살이 갖는 두께, 즉 추상적 가능성 덕분에 몸을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들이 그때그때 펼쳐져 항상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살 개념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이번 주 세미나에서는 책의 5장을 읽고 논의를 나눌 예정입니다. 이제 2부가 끝나고 “바깥에서 안으로”라는 이름이 붙은 3부에 들어갑니다. 5장은 니체를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내용이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발제는 한별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모습으로 이번 주 토요일(4/23)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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