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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에세이 프로포절 발표가 있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와주셨습니다. 각자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관심사나 문제의식에 대해 들어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다들 2주 정도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준비하셔서 발표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세미나에서는 국가장치의 형태들과 공리계를 주제로 논의를 해보았습니다. 국가의 형태들에 대해 한 번 되짚어봅시다. 국가의 첫 번째 형태는 제국적 고대국가였습니다. 제국적 고대국가는 초코드화에 의해 작동합니다. 고대국가는 자신이 통합한 지역들에 존재하는 다양한 코드들을 해체(탈코드화)하여 단일한 코드로 통합(초코드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초코드화를 통해 모든 것을 장악하는 고대국가에서 사유재산은 어떻게 출현했을까요. 들뢰즈와 가타리는 ‘해방된 노예’를 통해 사유재산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들은 노예 신분으로서 국가에 속해 있지만 해방되어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소유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고대국가의 초코드화로부터 벗어나는 탈코드화의 흐름을 구성했고, 이는 국가 형태가 진화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국가로부터 탈코드화된 흐름이 강하게 나타났던 곳이 서양, 특히 에게 해 지역이었습니다. 여기서 진화된 제국이 등장합니다. 진화된 제국의 특징은 공적 영역이 사적 영역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진화된 제국에서는 상인이나 장인들의 사적인 이해관계가 정치 영역이 장악하면서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이 뒤섞입니다. 그래서 고대국가에서는 집합적이고 신분적이었던 관계가 진화된 제국에서는 소유자 사이의 혹은 소유자와 비소유자 사이의 인격적인 의존관계가 됩니다. 이에 상응해 법은 ‘주관적’이고 ‘상례적’인 것이 됩니다. 인격적인 관계인만큼, ‘누구인가’에 따라 다른 규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상례적인 법은 근대 국민국가에 들어와 공리적인 형식을 갖춘 법으로 대체됩니다. 상례적인 법이 피지배계급에 대한 명령문의 형식을 취했다면, 공리적 법은 객관적인 문장으로 쓰이며 완벽하고 합리적인 체계처럼 보이게 만들어집니다. 근대 국민국가가 공리적 법을 갖는 것은 자본주의의 등장과 연관됩니다. 자본주의는 노동과 부의 탈코드화된 흐름이 하나로 결합할 때 발생합니다. 이러한 이중의 탈코드화를 위해서는 상례적인 법이 해체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봉건제 하에서의 이중 소유권과 같은 것들이 사라져야 하지요. 이 과정에서 공리적인 형식의 법이 등장한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지점에서 경제는 ‘공적 형식’을 취하면서 정치나 종교 등으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인 영역이 됩니다.

근대 국민국가의 공리적 법에 대해 몇 마디 덧붙이자면, 공리적인 법은 초코드화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고대국가나 진화된 제국에서의 초코드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초코드화입니다. 고대국가의 초코드화는 신분적이고, 진화된 제국의 초코드화는 인격적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적용되는 코드가 다릅니다. 예컨대 조선시대에는 양반이 따라야 하는 규칙이 따로 있고, 상놈이 따라야 하는 규칙이 따로 있었지요. 하지만 근대적인 법은 ‘법 앞의 평등’을 전면에 내걸며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규칙을 적용합니다. 이런 점에서 국가에 의한 초코드화의 방식이 이전과 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근대의 공리적 법이 정말로 공리적인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공리적 법 아래에서 비정규직, 여성, 아동, 장애인, 성소수자, 외국인 등 소수자들에 대한 배제와 차별이 만연해있다는 점은 이런 질문을 피해갈 수 없게 만듭니다. 사실 이런 문제의식은 보편적 인간의 보편적 권리라는 관념에 대한 맑스주의 이데올로기 비판이나 페미니즘의 비판 등에서 자주 나타났습니다. 기존의 문제의식들과 책에서 나온 근대적인 공리적 법을 어떻게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지 고민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14장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에세이 프로포절을 발표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느라 미처 다루지 못한 13장의 5절에 대한 논의도 살짝 하고 넘어가려고 하니 그 부분도 다시 훑어보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 발제는 1~3절은 손미 선생님이, 4~6절은 우디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그럼 이번 주 토요일(1.29)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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