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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미나에서 저희는 12장의 전쟁기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았습니다. 세미나에서 다양한 내용들을 다루었었는데요, 우선 역사에 관한 유목민적인 관점에 대해 살펴봅시다. 책에서는 “유목민에게는 역사가 없다”는 말이 나오면서, 유목민에게는 실제로 역사서나 역사적 서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이는 유목민의 고유한 시간관념 때문입니다. 유목민에게 시간이란 하나의 선을 이루며 연속성을 갖는 무언가가 아닙니다. 그들에게 시간은 어떤 고정점을 갖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것입니다. 반면 제국의 연대기적 역사는 사실들을 직선적인 시간관에 따라 기록해 보존하려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조선왕조실록』은 아주 좋은 사례일 테지요.

우리는 이러한 제국적인 역사관념에서 벗어나 역사를 유목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유목민들이 그러했듯이 역사를 아예 버리자는 주장은 아닙니다. 오히려 역사를 다르게 다루는 방법을 유목민들로부터 배우자는 것이지요. 이는 무엇보다도 역사에 얽매여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책에서는 니체의 “망각하는 것을 배우라”는 충고가 언급되었습니다. 이러한 충고는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저희 세미나와 연관을 지어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단순히 ‘들뢰즈와 가타리가 이렇게 말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철학을 충실히 공부하면서도 새로운 사유가 필요할 때는 얼마든지 그로부터 떠날 수 있는 유목적인 감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말이죠.

다음으로 야금술사에 대한 내용을 돌이켜봅시다. 책에서 야금술사는 질료적 흐름을 따르는 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국가장치에 속하지도, 전쟁기계에 속하지도 않습니다. 이들은 국가장치에 속해서 일하다가도 유목민에게 옮겨가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야금술사는 이주민 또는 순회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금술사가 이리저리 옮겨다니기만 하는 박쥐 같은 존재인 것은 아닙니다. 야금술사는 국가인의 국가장치나 유목민의 전쟁기계와는 다른 고유한 배치를 가진다고 보아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구멍 뚫린 공간입니다. 이 구멍 뚫린 공간 혹은 다공공간은 국가장치의 홈 패인 공간과도 다르고, 유목민의 매끄러운 공간과도 다른 야금술사의 고유한 공간입니다.

야금술사는 이렇게 고유한 공간을 가지지만, 그럼에도 들뢰즈와 가타리는 야금술이 유목주의와 필연적이고 항상적인 친연성을 갖는다고 합니다. 이는 야금술이 질료적 흐름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야금술은 물질성의 흐름 자체에 대한 사유라는 점에서 흐름의 사유를 따르는 유목민의 삶의 방식과 공통성을 갖습니다. 그래서 야금술이 국가장치에는 먹고살기 위해서 합류할지 몰라도, 유목민과는 먹고살기 위해 연대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유목민은 스톡을 축적하지 않는 만큼, 국가장치처럼 야금술사가 먹고살 수 있게 해주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도 야금술사가 필연적으로 유목민과 합류하는 이유는 삶의 방식이 공통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에 다룬 내용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세미나 시작 전부터 그렇게 느꼈는데, 세미나를 하고 지금 다시 정리하면서도 어려움은 사라지지 않네요. 더 공부하고 토론해봐야겠습니다. 다음 주 세미나에서는 13장의 1~3절을 다룰 예정입니다. 다시금 한파가 찾아와 몹시 추워졌는데, 모두들 건강한 모습으로 이번 주 토요일(1.15)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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