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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과연 절대적일까요? 세상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척도로 여겨도 될 만큼 견고할까요? 경험은 물론 깨달음을 얻게 합니다.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지요. 인생에서 빠뜨릴 수 없는 무엇이기 때문에 ‘나가서 경험을 쌓으라’는 말이 충고로 오가기도 합니다. 반면 자신의 경험을 전부라고 믿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경우에는 자신의 경험을 타인의 경험보다 우선시하며 자기 말이 옳다고 우기는 모습이 뒤따를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을 성장시켰던 경험에서 어떤 우상이 형성되며 시야를 가로막게 되는 것이겠지요. 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여기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경험에 대한 저의 고정관념, 또는 제가 들어왔던 경험에 대한 통념이 제게 이런 인식을 심어준 것은 아니었을까요. 경험을 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나의 경험에서 벗어나 우리의 경험을, 보편적 경험을 인식할 때, 전과는 다른 어떤 것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봅니다만, 그럼에도 경험이란 왜곡되기 어렵지 않은 어떤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겠습니다. 분명 함께한 경험임에도 서로 다른 기억으로 가지고 있던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여기서 말하는 기억은 대부분 경험에 의한 기억입니다). 그 경험에 대한 해석이 다른 것이야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렇다면 나의 경험이란 과연 믿을 만한 것인지 의심스러워집니다. 1부에서 간략히 언급된, <블레이드 러너>의 레이첼은 그런 왜곡의 수준을 넘어 이식된 남의 기억을 가지고 살았지요. 때문에 자신이 복제인간일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이는 극단적인 예시입니다. 아직까지는 남의 기억을 이식받지 못하지요. 하지만 말, 글, 사진, 영상 등을 통한 간접경험이 편리해진 지금, 그것이 나에게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영향이 누적되면서 어떤 경험의 층을 형성하고, 기존의 경험을 왜곡까지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다른 삶을 살게 하는 경험조차 왜곡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다만 경험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만 하고자 합니다.)

 

로크는 경험의 주관성을 넘어 세상에 대한 객관적 지식, 객관적 진리를 얻기 위해 물체의 제1성질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이는 지난주에 못하고 이번 주에 나눌 부분이기는 하지만, 먼저 나가봅니다). 물체가 어떤 변화를 겪든 그 성질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물체에 대한 일반적 관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아이소포스는 제1성질의 딜레마를 지적합니다. 제1성질이 경험과 무관하게 물체를 인식하게 해준다면, 그것은 경험을 벗어나게 되는 것이고, 반면 제1성질이 경험을 통해 얻어진다면, 물체의 조건은 동일하더라도 관찰자의 조건에 따라 다른 경험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이 딜레마를 깊게 생각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다만 삶에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체의 제2성질 아닌가 합니다. 맛, 향기, 색깔 등, 그것에 호나 불호를 느끼고, 그것의 차이를 감각하고, 무엇이 더 좋은지 가늠하게 하는 원인은 제2성질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아이스크림을 예로 들면, 어떤 맛을 먹을지, 어떤 식감(하드, 소프트, 구슬 등)을 고를지 고민하게 하는 것은 제2성질이지요. 잘못 선택했음을 깨닫게 하는 것도 제2성질입니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이 녹았다면, 아이스크림의 제1성질은 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요. 적어도 손에 묻은 액체 속에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제2성질은 물체의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지만 물체의 조건이 동일하여 같을 때도 있습니다. 그때는 두 인간이 같은 제2성질을 경험하게 되지만, 그 경험이 같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인간의 감각기관이 다른 조건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백지상태로 태어난다 하여도, 감각기관은 이미 물들어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칠판에 무엇인가 쓰고자 한다면 어떤 색이든 색이 있는 분필을 사용하듯이 말입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것은 어떤 것이든 감각기관의 좋고 나쁨에 따라 다른 색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러면 지우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저는 어렸을 때 편식이 심해 안 먹는 것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며 그러한 경향이 옅어지다보니 언젠가부터 먹을 수 있는 것이 늘어났습니다. 이를 기록된 것이 지워졌다 다른 색으로 다시 기록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번 주 세미나에서는 제2부 9장(버클리), 10장(흄)을 다룰 예정입니다. 9장의 발제는 우디 선생님께서, 10장 발제는 진우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발제는 2페이지 이내로 [기획세미나자료]에 올려주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께서도 책을 읽으며 궁금하거나 함께 나누면 좋겠다 싶은 내용 있으시면 아래 댓글로 달아주세요.

 

그럼 10월 14일(금) 7시 30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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