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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과 윤리. 데카르트와 스피노자를 대표하는 말 가운데 지난주 세미나에서 나누었던 이야기와 가장 맞닿은 단어는 의심과 윤리가 아니었을까요. 1부에서는 어떤 믿음이 부서지며 무엇인가 의심하게 된 사례를, 2부에서는 윤리로서의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하며 윤리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지요. 그런데 사실 제 경우에는 의심하기 전에 그런 상황에 던져졌다는 편이 적절할 것 같고, 좋음/나쁨, 선/악에 대해 크게 지각하며 사는 것 같지는 않아(‘좋았다/나빴다’ 같이 뒤늦은 깨달음이 되고는 합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꽤나 무감하게 살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의심. 데카르트는 확고한 것에 이르고자 합니다. 어떤 의심도 흔들지 못하는 확고불변한 것에 이르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의심합니다. 명백하다고 생각되는 것, 기억되는 것, 감각되는 것, 또 믿는 것을 의심합니다. 로이는 자신이 복제인간인지 인간인지 규정하고자 하는데, 의심은 그것마저 지우며 ‘나’밖에 남지 않는 ‘나’까지, 그 사유의 기초까지 닿습니다(그리고 그 기초의 지반이 되는 본유관념과 완전한 존재자에 닿습니다).

그곳을 출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이지요. ‘내’가 사유의 시초가 되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것인가’를 물으며 ‘나’를 새롭게 정의한다면 기존과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틈이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세상과 ‘나’의 불화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기존의 규정이 감추고 있던 영역을 발견하게 되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어떤 것을 생각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물론 의심을 통해 닿은 확고불변한 것이, 단지 대상이 달라진 믿음일 수도 있다는 의견처럼, 언젠가 ‘나’ 또는 발견한 틈조차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만, 그때는 그 의심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영역을 다시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를 넘어 ‘우리’로 나아가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외부에 대한 데카르트의 불신을 지금도 되풀이할 이유는 없으니 말입니다.

물론 데카르트의 철학이 이런 방향은 아니지만, 그 역시 기존의 신이 감추고 있던 문을 열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데카르트가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유를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윤리. 앞에서 의심과 윤리를 쓸 때 두 단어가 꽤 가까운 지점에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윤리적 행위로서의 의심, 어떤 것을 문제시하는 의심을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그 어떤 것이 더 이상 긍정적 감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부정적 감응만을 야기한다면 그 의심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질 것입니다. 이때 행위자는 ‘좋다’고 느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겠지요. 개인적 수준의 ‘좋음’의 방향일 수도 있지만, 부정적 감응을 야기하는 것이 공동체 수준의 문제라면 그것은 공동체 보편의 윤리를 고려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공동체에 ‘좋음’을 제시하고 있다면, 보편적이기 때문에 ‘선’으로 불리기도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어떤 문제제기는 공동체의 ‘선’을 위반하며 시도되고는 합니다. 기존의 인식 바깥에 있는 것을 안으로 끌어오면서 통념과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이때의 ‘선’이란 통념과 밀착되어 있는 것이고, ‘좋음’과 구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주 세미나에서는 제1부 4장(라이프니츠), 5장을 다룰 예정입니다. 4, 5장의 발제는 권경덕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발제는 2페이지 이내로 [기획세미나자료]에 올려주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께서도 책을 읽으며 궁금하거나 함께 나누면 좋겠다 싶은 내용 있으시면 아래 댓글로 달아주세요.

 

그럼 9월 30일(금) 7시 30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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