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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미나에서 저희는 그로스의 『몸 페미니즘을 향해』의 3장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3장에서 그로스는 2장의 정신분석학적 논의에 이어, 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다른 신경생리학의 논의를 따라가며 몸과 마음의 이분법을 해체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2장에서는 정신분석학의 에고(자아)를 중심으로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을 살펴보았다면, 3장에서는 몸 이미지를 가지고 몸과 마음이 서로 주고받는 영향을 살펴보았습니다.

저자 그로스는 주로 몸 이미지에 관한 실더의 논의를 끌어오는데요, 실더에 따르면 몸 이미지란 “마음속에 스스로 형성하는 자기 몸에 관한 그림을 의미”합니다.(171) 몸 이미지는 주체가 “자신이 처한 환경과 더불어 행동하면서 접하는 다양한 접촉 양식으로부터 형성”됩니다.(171) 그런데 이는 주체가 자발적인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데요, 왜냐하면 몸 이미지는 우리가 머릿속에 갖는 단순한 이미지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몸의 위치에 대한 지식과 행동 능력이 기록됨으로써 (미래의) 행동을 예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하나의 플랜”이기 때문입니다.(171) 우리가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몸 이미지가 적절히 작동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몸 이미지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정말 놀랍게도 행동 그 자체에 현저한 손상이 초래된다”고 합니다.(176)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몸 이미지는 단순히 생물학적 신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지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도구들도 몸 이미지의 일부입니다. 연주자의 악기나 운전자의 자동차 등이 그렇지요.

우리의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우선은 몸 이미지가 몸이나 마음 중 어느 한 쪽으로 환원되지 않는 일종의 중간 지대에 서 있으면서 몸과 마음을 매개한다는 점입니다. 몸 이미지는 신체로부터 독립적인 마음속의 관념이 아닌데요, 몸 이미지는 몸의 특수한 상태(가령 질병이나 장애, 또는 생리적 변화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몸 이미지가 “상당한 정도까지 유기체적 몸의 지각, 감각, 운동으로부터 파생한다”고 적고 있지요.(185)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 이미지가 물질적인 신체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주체의 진짜 모습과 몸 이미지는 상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대표적인 사례는 노화에 저항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은 노화가 진행되고 있는 실제 몸과 아직 젊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몸 이미지 사이의 괴리가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비슷한 예시로, 성전환 수술을 하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에 따르면, 성전환에 대한 욕망은 실제 신체(예컨대 ‘남성적인’ 신체)와 주체의 몸 이미지(예컨대 ‘여성적인’ 신체)의 차이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트랜스젠더 분들은 성전환 이전에 “이게 내 몸이 아니다”라던가 “갇혀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지요. 이런 느낌은 몸 이미지와 실제 몸 사이의 괴리를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한 번 따져보아야 할 지점인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접촉된 부분은 몸 이미지의 일부로서 구성된다고 하는데, 그럼 성전환 이전에 오랜 기간 신체의 일부였던 부위도 몸 이미지의 일부일 테지요. 그렇다고 한다면 트랜스젠더의 경우를 몸 이미지와 신체 사이의 괴리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는 트랜스젠더가 환상사지를 느낄 것인가 하는 질문과도 연관된다는 점에서 더 탐구해보면 재미있을 주제 같네요.

어쨌든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몸 이미지가 몸과 마음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는 제3의 지대를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몸 이미지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듯,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자기 몸에 대한 주체의 경험은 타자들이 그들 자신의 몸과 주체의 몸에 대해 맺는 관계에 의해 매개되고 연결”됩니다.(171) 여기서 몸 이미지가 비단 신체 자체만이 아니라 신체를 둘러싼 혹은 신체가 사용하는 다른 사물들까지도 포함한다는 점을 상기해봅시다. 그렇다면 사회적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몸 이미지는 몸의 특정한 형상뿐만이 아니라 옷차림이나 거기에 맞는 행동 양식까지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성의 복장에 대한 사회적 제약을 생각해보면, 이는 이해하기 쉬운 내용일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회적 권력관계 속에서 형성된 몸 이미지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적어도 몸 이미지 개념은 여기에 희망적인 대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몸 이미지라는 것은 얼마든지 변화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애초에 그로스나 그가 가져온 신경생리학의 논의가 몸 이미지 개념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지점이기도 할 겁니다. 즉, 몸 이미지란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된다는 것이지요. 2장에서는 정신분석학이 자아의 선험성을 부정하면서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방식을 살펴보았는데, 3장의 몸 이미지를 매개로 한 논의들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는 몸 이미지 없이는 살 수 없고, 그 몸 이미지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주어진 것이라고 해서 우리가 지금 주어진 사회적 관계와 몸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아닌 것이지요. 몸 이미지란 만들어진 것,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항상 만들어져가는 것인 만큼, 우리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와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몸 이미지를 통해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는 어려운 일일 테지요. 특히 저희가 관심을 갖는 신체의 성차화와 관련해서도 그럴 겁니다. 아이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성차화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어린 아이들이 분홍색은 여자 색이고 파란색은 남자 색이라고 생각하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는 사실이지요. 이미 사춘기 한참 전부터 아이들은 성차화된 몸 이미지를 따르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젠더 문제와 관련해서 몸 이미지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태어난 순간부터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더욱 정확하게는 태어나기 전부터의 문제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한 가정에서의 문제라고 한다면 태어난 순간부터 부모와 가정환경을 통해 아이의 몸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리라고 희망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는 단지 한 집안에서의 문제가 아닙니다. 변화는 집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서 요구되지요. 당장 미디어가 생산하는 성차화된 몸 이미지들만 봐도, 집안에서 아이를 잘 키운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점은 알 수 있습니다. 한 아이(뿐만 아니라 한 사람)는 온 세상으로부터 다양한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특히 성차의 코드들까지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의 상품경제가 우리에게 가하는 힘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그런 만큼, 다른 몸 이미지에 따라 살아가는 일은 방구석에서 고독하게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지요. 중요한 것은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일입니다.

사회 변혁의 한 가지 실마리로써, 몸의 능동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장의 에고에 대해서도 그랬듯이, 지금까지 다룬 몸 이미지의 중요한 측면 중 한 가지가 몸 이미지의 형성에 몸이 미치는 영향이었지요. 이는 몸이 단순히 구성‘당하는’ 대상이거나 혹은 사회적 관계가 그대로 투과해서 정신을 구성하는 투명한 막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몸은 그 나름의 두께를 가지지요. 그런데 2장에서 다룬 정신분석학이나 이번에 다룬 신경생리학은 모두 몸의 능동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여전히 남성중심적이라는 한계를 가진다고 저자는 지적했지요. 이러한 남성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어떻게 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 몸이 지닌 역량을 정치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쉽게도 저자는 (아직까지는) 기존 이론들에 대한 비판을 제시할 뿐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않고 있는 것 같네요. 앞으로 꾸준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번 주 세미나에서는 『몸 페미니즘을 향해』 4장을 읽고 논의를 나눌 예정입니다. 발제는 손미 선생님께서 맡아주셨는데요, 벌써 기획세미나 자료실에 올려주셨으니 책을 다 읽으신 분들은 발제문을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럼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이번 주 토요일(4/16)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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