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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미나에서는 리토르넬로에 관한 들뢰즈와 가타리의 생각을 살펴보았습니다. 세미나 시간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 그 중 환경과 영토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되짚어보려 합니다. 이 논의는 리토르넬로를 통해 배치의 개념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나왔는데요, 우선 환경은 반복적 리듬을 통해 카오스로부터 발생합니다. 여기서 반복적 리듬을 코드 혹은 규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음악의 경우를 보면, 푸가, 소나타, 왈츠와 같은 형식들이 존재합니다. 각각의 형식은 하나의 음악적 코드 혹은 규칙입니다. 각각의 규칙은 특정한 음악적 배치가 반복됨으로써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음향의 카오스적 흐름에 대응해 만들어진 규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적 규칙들은 음악을 생산하는 환경을 구성합니다.

그렇다면 같은 코드를 따르면서 발생하는 차이, 예컨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의 차이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요. 그것은 영토의 차이입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영토가 “환경과 리듬을 영토화한 산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 영토화는 표지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영토가 먼저 있고 그에 따른 표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표지가 영토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표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모든 점에서 아주 비슷한 두 곡을 놓고 단지 악보 앞에 적힌 작곡가 이름(표지)만 다르다고 다른 곡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테니 말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영토를 충분히 정의하기 위해 다른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스타일입니다. 고유한 스타일을 표현하고 있을 때, 비로소 영토화를 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경우에, 우리는 두 사람의 고유한 스타일을 통해 듣기만 해도 누구의 곡인지 식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공통의 환경 안에서 음악을 하면서도 각자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데 성공해 독자적인 영토성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표지가 영토를 만든다고 했는데, 이제 이때의 표지는 고유한 스타일의 표지여야만 한다는 점을 덧붙여야 할 것입니다.

후기는 이 정도에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토요일(12.18)에는 책의 12장 1~6절을 읽고 논의할 예정입니다. 발제는 1-3절은 오호 선생님께서, 4-6절은 지현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발제문은 세미나 전날까지 기획세미나 자료실에 올려주시면 되겠습니다. 코로나 이슈로 다시 또 어수선해지는 분위기인데, 날씨까지 몹시 추워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모두들 건강한 모습으로 토요일에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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