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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5/22) 발제 : 우디 선생님

*제2장 근대 과학혁명과 수학

*제3장 계산공간의 탄생

 

 

후기를 적다보니 쓰게된 한 공학도가 본 수학의 풍경

 

 

수학의 모험이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문제적인 두 단어가 만났다라고 해야할까요. ‘수학’과 ‘모험’이라니.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는 수학을 모험처럼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수학이라고 한다면, 칠판 아래 떨어져 있는 하얀 분필 조각들이 생각납니다. 반으로 접혀진 연습장들도 생각나고, 그 수많은 문제집들. 수학을 잘하는 아이와 수학을 못하는 아이들. 어느샌가 주변의 친구들이 ‘수포자’를 자처하고 있었습니다. 수학을 못해서 많이 맞기도 맞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수학에서의 정말로 컸던 고비들이 떠오릅니다. 산처럼 쌓인 구몬(여기서 나이가 나오는 것;;) 학습지의 무덤들. 나눗셈을 못해서 너무 서러웠다고 해야할까요. 많이 울었습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이런 경험들만 나열하면, 도저히 수학을 보고 모험이라고 일컫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학, 그것은 문제적입니다. 실제로 문제로 이루어져있기도 하고요.

 

 

모험이라고 한다면, 인디아나존스처럼 정글을 뒤져가며, 각종 문제를 풀며 크리스탈 해골을 찾아내는 것을 상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끝에 아름다운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학생때 공부했던 수학은 이런 모습과 닮았던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답이 있고, 등수든 답이든 점수든 뭔가 성취할만한 것들이 존재했었기 때문이죠. ‘답이 있다’ 그것이 수학의 강점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죠. 저도 그것이 수학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답 없는’ 세상 속에서, ‘답이 있다’는 것이 가지는 것은 제가 어필했듯, 정신적인 안락감을 주고, 뭔가 자신이 효용이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프랙티컬한 인간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리고 피타고라스 학파처럼 저는 그 답은 그냥 답이 아니라 아름다운 답이어야만 했습니다. 정수, 유리수로 혹은 완벽한 비율로 떨어지는. 그 외에는 '더러운 수!' 라고 하면서 침을 퉤퉤..

 

 

그러나 이건 스도쿠를 푸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치매, 우울증 방지용으로 말이죠. 혹은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라도요. (실제로 농구공에 머리를 세게 맞았을 때, 저는 자동적으로 머릿속으로 간단한 몇몇 수학문제를 풀어보곤 안심하곤 했습니다.)실은 이러한 수학은 물음이 던져지는 순간 답이 이미 나와있는 것이지요. 두뇌 운동을 위해 활발함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운동으로서의 수학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수학 과외를 할 때마다 저는 학생들에게 성적을 잘 받고 싶으면 이것이 운동 혹은 훈련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지점에 서 있는 것들에 정신적인 판타지가 결부된 다면, 수학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굿 윌 헌팅》, 《뷰티풀 마인드》과 같은 너드 판타지가 될 지도 모르죠. 천재과 수학 그리고 유레카! 그러나 거기에 있는 수식은 단 하나도 이해가 가질 않죠. 되려 끝나고 나면, 의욕은 충만한데, 수학은 너무 천재들만이 하는 것이라 내가 해도 모래사장이 모래 알갱이만큼도 기여할 자신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수학은 무슨 수학. 모험은 무슨 모험이 되지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이 시대에 수학을 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난 왜 계속 수학을 좋아하고 있는 것일까. 왜 아직도 수학에 아직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할까. 그런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답을 내릴 수 있었다면, 이런 수업은 듣지도 않았겠지요. 아직 명확히 말하긴 그렇지만, 거기엔 훌륭한 모순들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고개를 돌려서는 안될 물음들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나중에라도 선생님들이 수학에 대한 어떤 경험들을 가지고 계신지 후기로라도 듣고 싶네요. 어쩌면 저한텐 그게 모험이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말이 길었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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