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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선악의 저편 1,2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들어보니 오프라인 팀에서 나눈 내용과 온라인 팀에서 나눈 내용이 서로 많이 달랐습니다. 한 손에 움켜쥐기 쉬운 책이 아닌 만큼 더 많이 나뉘는 것 같습니다.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후기를 많이 써주시면 이야기 나눴던 것들이 스스로 정리도 되고,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온라인 팀에서는 자유의지-부자유의지와 강한 의지-약한 의지, 니체의 심리학은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고 공동선과 철학자의 의지와 사유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니체는 자유의지와 부자유의지를 비판했습니다. 자유의지란 ‘나’의 자유로운 의지를 뜻하는 것입니다. 흔히 의지는 생명을 가진 유기체가 가질 수 있는 능동적인 것으로 이해됩니다. 쇼펜하우어가 그러했듯이 의지는 유기체만이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쉽게 오해됩니다. 하지만 유기체에 종속되는 이러한 의지는 『곁눈질』 책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무엇보다 먼저 미시적인 의지들의 복합체로서 존재합니다. 의지를 유기체의 의지라고 이해하는 것 역시 ‘의지’라는 단어, 문법의 환상 때문인 것인 셈입니다. 니체는 나아가 자유의지란 ‘책임’을 묻기 위해(문제의 책임이 누구냐?) 만들어진 것이라고까지 주장합니다.

니체는 이처럼 ‘나’라는 유기체에 종속되는 자유의지를 비판하면서 그 대립물인 부자유의지 역시 비판합니다. 자유의지가 없다면 모든 것은 의지와 관계없는 기계적인 인과의 문제인가?(투입을 하면 산출되는 식의 기계적 인과) 하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는 것입니다. 부자유의지란 원인과 결과의 필연성을 주장하면서 의지 자체를 부정합니다. 기계적인 원인과 그에 따른 필연적 결과에는 의지가 끼어들 수 없다고 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니체가 보기에 원인과 결과의 필연성은 오히려 파악하는 자가 사후적으로 부과한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필연적이지도 명확하지도 않습니다. 명확한 원인 역시 특정한 하나의 원인에 다른 것들을 귀속시켜 지워버린 결과인 것이죠. 이는 스피노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스피노자는 원인이란 결과를 통해 거꾸로 파악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결과가 있을 때에만 원인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결과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낸 복수의 집합을 원인이라고 규정하는 것이죠. 즉 결과가 원인의 원인인 셈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니체는 인과관계의 필연성이라는 부자유의지 속에서 사회주의적 동정이 나오고, 또한 고통의 종교가 나왔다고 말합니다. 인과관계가 필연적이니 범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고, 개인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고통이 있으니 그것들을 넘어서 피안의 세계(idea)로 나아가야 한다는 종교가 힘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니체는 자유의지와 부자유의지 모두 비판하면서 중요한 것은 강한 의지와 약한 의지라고 합니다. 스피노자가 원인이라고 말할 때 결과를 만들어낸 복합적인 것들을 찾듯이 니체 역시 단일한 것처럼 보이는 것에서 복합적 의지를 찾고자 합니다. 그래서 니체는 심지어 문법에서도 의지를 찾아냅니다. 여기서 다시 의지란 하고자 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니체에게 심리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니체는 스스로 심리학자를 자처하는데, 이는 지금 우리가 이해하는 심리학과 많이 다른 것처럼 보입니다. 니체가 스스로 심리학자를 자처하면서 기존의 심리학을 비판하는 것은 역시 자유의지, 즉 ‘나’라고 하는 통합된 유기체의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심리학은 많은 것을 개인의 주관의 문제로 봅니다. ‘나’라고 하는 유기체의 현재의 심리적 상태가 어떠한지? ‘나’는 무엇에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이는 무의식으로 파고 들어갈 때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트라우마 역시 ‘나’라고 하는 유기체의 경험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니체가 힘의 의지, 힘에의 의지를 물을 때 그것은 ‘나’라고 하는 유기체를 추동하는 수많은 의지들의 관계를 따지는 것입니다. 이때에도 ‘나’는 어떤 상태, 고통에 대한 원인이기 이전에 결과인 것이죠. 그래서 니체는 스스로 심리학자라고 말하면서 기존의 심리학보다 더 멀리 나아가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철학자의 의지와 사유에 관한 것입니다. 니체는 진리를 따지는 철학자들을 보면서 진리를 찾게 만드는 철학자의 숨은 의지를 찾고자 합니다. 진리라는 것이 그 자체로 진리일 수 없고, 확실하다는 말이 그 자체로 확실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왜 철학자들은 진리를 추구하는가? 이러한 물음 속에서 니체는 오히려 그것을 통해 그 철학자가 하고자 하는 것을 찾으려 합니다. 진리의 추구를 통해 철학자가 하고자 하는 의지를 찾고 그것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 지를 물으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었을 때 의지란 분명 철학자‘의’ 의지인 것처럼 보입니다. 철학자 개인의 의지를 묻는 것이죠.

반면 니체는 사상이란 ‘내’가 원할 때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상’이 원할 때 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때 사상은 ‘나’라는 유기체의 의지로 환원될 수 없는 미시적인 그 무엇이 됩니다. 그래서 니체는 책에서 ‘그 무엇이 생각한다(Es denkt)’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니체가 앞서 한 말과 충돌하게 됩니다. 니체는 한 철학자의 철학을 그 철학자 개인에 속하는 의지의 산물로 보았습니다. 한 철학자의 철학이란 그것을 통해 철학자가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의 사상, 철학을 ‘나’로 환원될 수 없는 그 무엇이라 한다면 우리는 그 철학 속에서 철학자‘의’ 의지를 물을 수 없게 되는 것 아닐까요? 칸트‘의’ 철학이라고 할 때조차 그것은 칸트‘의’ 것이 아니라 ‘그 철학’ 자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칸트‘의’ 철학이라고 말할 때에도 그것을 다양한 힘의 의지의 복합체로 보아야 합니다. 칸트‘의’ 철학 역시 문법의 환상에 속합니다. ‘~의’라는 말 속에 칸트의 철학을 이루는 수많은 미시적 의지를 칸트라는 개인의 의지로 귀속시키는 잘못을 범하고 있는 셈이지요. 사실 칸트의 철학이라고 말할 때조차 그것은 수많은 힘의 의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칸트의 철학을 이루는 수많은 개념들은 칸트 이전에도 존재하던 것이었습니다. 칸트는 이미 종합된 철학적 개념들에 힘에의 의지로 작용하여 개념들을 새롭게 종합하는 힘에의 의지입니다. 그리고 그 의지는 칸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 칸트가 철학을 하던 시기, 칸트가 해결해야 했던 당대 철학의 문제들이 포함된 또 다른 복합적 힘의 의지입니다. 그래서 칸트라는 이름으로 말할 때에도 칸트 철학의 체계는 칸트 개인으로 환원시킬 수 없습니다. 차라리 칸트라는 이름은 그러한 수많은 요소를 하나로 모아주는 특이성으로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칸트 철학의 의지를 물을 때에도 그것은 칸트 개인의 의지가 아닌 칸트라는 이름으로 종합된 철학 체계의 의지를 물어야하는 것입니다.

 

 

이번 주는 선악의 저편 3,4장입니다.

3장 발제는 마리주 선생님, 4장은 현숙 선생님입니다.

책을 읽다 궁금한 점이나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으신 것들은 댓글에 남겨주시면 됩니다.

토요일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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