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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섭

메이야수의 시각에서 볼 때,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철학을 강한 상관주의와 주체적 형이상학 중 어디에 놓을까요? 메를로-퐁티가 현상학자라는 점, '지각의 현상학'에서 몸지각을 중심에 놓았다는 점을 볼 때에는 강한 상관주의인 것 같은데, 막상 메를로-퐁티가 칸트주의를 거부하고 후설의 선험적 주관성 또한 주지주의로 비판하고(이러한 비판은 메이야수의 비판과 통하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요?) 초기에 선반성적인 영역에서의 침묵의 코기토를 이야기했다가 후기에 살존재론으로 나아간 것을 보면 메를로-퐁티를 주체적 형이상학의 자리에 놓을 수도 있을 것만 같이 생각됩니다. 여기까지 생각하고나니 또 한 번 생각이 드는 것이, 물론 메를로-퐁티는 살존재론에서 살은 존재의 '원소'라고 하면서 유물론과도 관념론과도 거리를 두고 있긴 하지만 '세계의 살'을 이야기하는 등 주체와 대상이 동일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메를로-퐁티가 거부한 유물론은 구유물론의 협의의 물질이라고 본다면, 메를로-퐁티의 몸-살존재론도 신유물론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메이야수가 말한 두 가지 테제로 보면, (1) 존재는 사유와 분리되며 독립적이라는 면에서, 몸주체도 세계도 살로 이루어져있어 세계가 주체(침묵의 코기토를 넘어 사유를 동반하는)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고, (2)사유는 존재를 사유할 수 있다라는 면에서, 살로 이루어진 몸주체가 세계-에의-존재로서 깊이에 대한 지각, 지각에 대한 지평적 종합으로 사유가 단지 상관적 인식에 머무르지 않고 존재에 대해 사유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다고 메를로-퐁티에서 몸주체의 지각이 상관적이지 않을 수는 또 없을 것 같습니다만, 후설의 노에시스-노에마를 메를로-퐁티가 비판하고 또 그러한 점에서 메를로-퐁티의 철학이 애매성의 철학으로 불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메를로-퐁티의 몸-살존재론을 메이야수의 사변적 유물론과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메를로-퐁티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신유물론도 이제 막 배우는 중이라 이렇게 두 사상을 연결시키는 것이 합당한가 의문이 드는데, 제가 생각한 게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기는 하)는 것인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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