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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고 떠드)는 철학” 발제문

- 이진경,『철학과 굴뚝청소부』, 데카르트

2012. 12. 13 id

 

근대부터의 철학적 사유들을 논의하기에 앞서…

모더니즘도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무려 ‘포스트모더니즘’ 사회를 살고 있는 지금이다. 하나의 사상을 쫓는 것은 이제 ‘한물’ 갔다. “총체성에 대한 반대, 계몽주의에 대한 반대, 합리주의에 대한 반대…”(13) 반대, 반대, 반대가 대세다. ‘반대’라는 코드로 묶일 수 있는 것 또한 시대정신이 아닌 것으로 대변되는 시대정신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인 것이다. 그런데 다양성과 개성, 독특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포스트모던의 논의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제는 사라져버린 적극적인 시대정신에 대한 향수(?) 또는 좀 더 근본적인 어떤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진경의 물음이다. 그리고 포스트모던 사조에 몸담고 있는 우리는 ‘과연 근대를 벗어나야 하는 것일까?’ 만약 그것이 긍정이라면, 근대와 탈근대는 도대체 무엇이며, 또 그 현상들을 긍정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와 같은 문제들과 맞닥뜨려야 한다.

 

그래서 데카르트다

데카르트는 신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주체’를 세움으로써 철학사에서 근대와 근대 이전인 중세를 가르는 경계를 그었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데카르트가 진정 중세와 근대를 끊어내었을까? 일면 그렇고 일면 그렇지 않을 것인데,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데카르트의 문제설정과 시대적 흐름 등을 통해 논의 해보고 평가를 새롭게(포스트모더니즘하게!) 내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두 개의 코기토, 두 개의 문

데카르트는 주체로 대변되는 근대 철학의 문을 코기토, 즉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열었다. 그런데 아우구스티누스 또한 신으로 대변되는 중세 철학의 문을 코기토로 열었다. 코기토가 분명 철학사적 절취선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졌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아이러니한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일까.

먼저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코기토는 회의론자들의 ‘회의’마저 끌어당겨 신의 품안으로 넣어버리기 위한 무기였다. 그렇게 존재하는 여럿의 ‘나’, 즉 그들이 모두 옳다고 인정하는 진리는 신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아우구스티누스의 코기토다. 그가 말하는 ‘확실한 지식’은 신의 계시로부터 오며, 불현 듯 ‘찾아온다.’

반면 데카르트의 코기토는 데카르트 스스로가 회의론자가 되어, ‘회의’를 거듭하는 가운데 도달하는 개념이다. 데카르트는 코기토를 통해 ‘확실한 지식’에 도달하고자 했으며, 이성에 내재된 ‘본유관념’을 통해 누구나 이에 도달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개의 코기토는 두 개의 문을 열어젖히며 그 존재감을 뽐낸다. 그럼에도 우리는 철학에서 코기토에 대해 말할 때, 데카르트의 코기토라고 인식하게 된다. (“철학에서 ‘코기토’라고 말할 때, 그것은 데카르트의 코기토를 가리키는데,…”34) 그 이유는 무엇일까?

 

데카르트의 문제설정

데카르트의 문제설정에 더 깊이 들어 가보자. 데카르트는 생각하는 주체를 신과 떼어내어 우뚝 세웠다. 그럼으로써 주체는 대상(자연)과도 분리된다. 때문에 주체가 대상을 올바로 인식하는지의 ‘인식론’의 문제가 생겼다. 데카르트는 주체가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능력을 타고났다고 말했다. “자연의 빛!” 그런데 그 주체가 인식한 것과 실제 대상의 일치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주체가 진리라는 목표로 달려가는 길이 순탄치 않음을 직감한다.) 데카르트는 심지어 두 개의 실체인 ‘사유’로 대변되는 정신과 ‘연장’으로 대변되는 신체까지 분리하기에 이른다. 이 두 실체의 결합이 인간인데, 어떻게 양자를 일치시키느냐 하는 문제도 결국 위에서 제시된 문제와 같은 맥락이 되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먼저 이성의 ‘본유관념’이 지닌 막강한 힘 때문에 주체는 반드시 진리에 도달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런데 이 완전한 이성은 누가 보증하는가? 데카르트는 여기서 다시 힘겹게 떼어놓은 ‘신’을 끌어 들인다. 또한 당시 급격히 발전하고 있던 과학을 통해 ‘명석 판명한 판단’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품었다. (이는 “…데카르트 이래 근대 철학 전반을 사로잡았던 일종의 ‘믿음’ 이었습니다.”53) 하지만 과학조차 자신이 과학인지 보증할 수 없다는 한계에 또 부딪히게 된다.

데카르트는 분명하고 뚜렷한 판단을 위해 자연과학적 방법론으로 철학적 사유를 전개한다. (이후 근대 철학들도 자연과학과의 끈끈한 연결을 과시한다.) 이는 명료함에 빠져 세계를 좀 더 단순하게 설명하게되는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닐까? 이는 근대철학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근대 철학이 과학적 사고를 중시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데카르트의 정념론

 

마음이 결합되어 있는 신체만큼 직접적으로 우리의 마음에 작용하는 것이 존재한다고는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마음에서 수동(정념)인 것은 신체에서는 일반적으로 능동이라고 생각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정념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따로 검토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는 하나하나의 기능을 양자의 어느 쪽에 귀속시켜야 할지 알기 위해서이다. 『정념론』

 

데카르트는 앞서 분리된 정신(이성)과 신체(감정)의 일치 문제를 윤리학의 문제로 풀어나갔다. 코기토에서도 알 수 있듯, 데카르트는 사유(정신)를 연장(신체)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두었다. 때문에 뛰어난 이성이 모호한 감정을 잘 다스려야 된다고 보았다. 즉, 신체를 이성으로 통제하는 것이 필요해진 것이다. 데카르트는 둘의 일치를 위해, 양자가 만나는 장소로 ‘송과선’을 제시한다. 문제는 해결된 듯 보인다. 다만 “‘송과선’은 도대체 어떠한 실체인가”(55)라는 문제가 남았을 뿐이다.

 

근대철학의 딜레마? 혹은 새로운 사유의 싹?

이러한 한계들로 인해 근대철학의 딜레마가 제시되었다. 신으로부터 주체를 떼어놓자마자 그 주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존재론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진리의 보증자로써 다시 신을 끌어들여야 했으며, 주체 각각이 상이한 판단을 했을 경우의 문제(‘유아론의 딜레마’)에도 도달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데카르트 이후의 근대 철학들이 계속해서 넘어서려하는 문제들이 되어 다양한 사고영역을 개척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데카르트의 사유와 대결하고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유들은, 데카르트 이후 철학적 사유들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 데카르트의 한계를 미리 넘어가본다면, 어떤 이야기들을 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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