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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세미나 13장 발제문입니다.

승곤 2011.08.22 09:41 조회 수 : 4331

 

<수학의 확실성 13\수학의 고립>


수학의 역사는 찬란하게 빛나는 업적들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재앙의 역사이기도 하다. 진리의 상실은 가장 큰 비극이다.

불길한 예감과 수학자들 사이의 이견은 지난 100년 동안 수학이 거쳐 온 연구 경향, 즉 대부분의 수학자들이 바깥세계에 눈을 닫고 수학 안에서 생겨나는 문제에 집중한 것에 그 원인을 두고 있었다. 순수 수학응용 수학이라는 용어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기술해 주지 못한다.

과거 세대에게 수학은 인간이 자연 탐구를 위해 만든 것 가운데 가장 우수한 창작물이었다. 수학은 과학의 여왕인 동시에 또한 과학의 시녀이기도 했다.

그리스 시대 이래로 자연에서 수학적 비밀을 캐내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우리는 수학을 물리 문제의 해결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지는 않았다.

일부 수학 연구는 이미 유용함이 입증된 분야를 완성시키는 일에 집중한다. 수학은 그 특유의 추상성 때문에 한 번에 다양한 물리 현상을 기술할 수 있다. 예컨대 물결, 음파, 전파 모두 파동 방정식이라는 미분 방정식 하나로 기술된다.

수학이 발전하면서 과학과는 무관한 문제들을 다루어야할 필요성이 생겨난다. 엄밀성을 확보하려는 운동과 그 뒤를 이어 수학의 기초를 세우려는 여러 학파들의 시도는 과학과는 무관하나 수학 구조 전체의 견실함을 보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연구이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기존 분야를 심화하거나 응용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분야를탐색하는 다수의 순수 수학 연구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방향은 넓은 의미에서 응용 수학으로 간주된다.

순수하게 이론 자체만을 위해 만들어진 수학 분야의 예로 정수론이 있다. 19세기에는 사영기하학이 중요한 연구 주제로 부각되었으나 주로 순수 미학과 관련된 분야로 여겨졌고, 그밖의 많은 주제들은 순전히 수학자들이 흥미롭게 생각하거나 도전해 볼 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연구되었다.

하지만 과학과 무관한 순수 수학은 주요한 관심 분야가 아니었다.

오일러와 라그랑주는는 정수론에 얼마간의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오일러는 19세기 최고의 수학자였을뿐만 아니라 뛰어난 수리물리학자이기도 했으며, 라그랑주는 수학 응용의 핵심 분야인 해석학 연구에 대부분의 생애를 바쳤으며, 또 그의 대표적 저작은 수학을 역학에 응용한『해석 역학』이었다.

가우스 역시 정수론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지만 그가 주로 노력을 기울인 분야는 응용 수학이었다.

가우스가 순수 수학을 선호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가우스의 생애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의 좌우명은 “그대 자연이여, 당신은 나의 여신입니다. 당신의 법칙에 경의를 표합니다.”였다.

1900년 이전에 만들어진 모든 수학 이론에 대해 순수 수학은 얼마만큼 있기는 했지만 순수 수학자는 아무도 없었다는 일반화가 가능할 듯싶다.

그러나 수학을 바라보는 수학자들의 태도는 몇 가지 요인으로 급격하게 바뀌었다.

수학이 자연에 관한 진리가 아니다.

수학과 과학의 내용이 방대해지면서 두 분야 모두에 정통하기가 훨씬 더 힘들어졌다.

과학 문제들은 완벽하게 해명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학과 같은 기관이 수학자들이 논문을 출간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현대 순수 수학이 취해 온 연구 방향의 예를 몇 가지 살펴보면 순수 수학과 응용 수학이 다루는 주제 사이의 차이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추상화 : 해밀턴이 물리학 응용을 염두에 두고서 사원수를 도입한 이후, 다수의 대수가 존재할 가능성을 인식한 수학자들은 모든 가능한 대수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반화: 일반적인 n차 방정식의 곡선은 자연 현상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수학자들은 이것을 상세히 연구하는데, 이것이 그런 일반화의 예이다.


세분화: 유클리드는 소수가 무한히 많은지를 묻는 문제를 제기했고 그에 대한 답을 내놓았지만 이제는 연속되는 일곱 개의 정수 가운데 항상 소수가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묻고 있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친화수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레너드 딕슨은 친화수인 세 개의 수를 찾으라는 문제를 제기했으며 또 다른 예는 강력수에 관한 문제이다. 여기서 문제는 ‘무한히 많은 방식으로 서로소인 두 강력수의 차로 표시되는 수(14는 제외)가 존재하는가?’하는 것이다.

위에 든 세분화의 예는 설명 및 이해가 용이하기 때문에 선정한 것인데, 그 복잡함이나 난해함을 무릅쓰고 연구를 해야 할 이유를 대기가 어렵다.하지만 세분화가 확산되고 또 다루는 문제도 매우 지엽적으로 바뀌어 가면서 전 세계를 통틀어 10여 명의 전문가 정도만이 이해하는 상황이 현실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부르바키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수학자들조차도 ‘많은 수학자들은 수학의 변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하였다. 세분화의 대가는 불임(不妊)이다.


공리화: 19세기 말의 공리화 운동이 최종적 해답이 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수학의 기초를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다수의 수학자들은 새로이 구성된 공리 체게에 사소한 수정을 가하기 시작했다.

모든 공리화가 무가치한 것은 아니지만 사소한 손질을 가하는 일은 전반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인간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쏟아 부어야 하지만 공리화에는 온갖 자유가 허용된다.

20세기 전반에 너무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공리화에 쏟아 부었기에 공리화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던 바일조차도 공리화의 열매가 이제는 소진되었다고 불평하면서 알맹이가 있는 문제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순수 수학의 특징은 직접적 응용이나 잠재적 응용에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수학을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땅이라고 할 때, 만일 석유가 발견된다면 그 땅의 가치는 높아지는데 이렇게 땅의 가치가 확인되면 더 많은 석유를 얻을 기대로 여기저기 시추를 하게 된다. , 시추 지점은 석유가 발견된 본래 지점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서는 안된다.

인간의 노력과 창의성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이 높은 곳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베이컨은 『학문의 진보』에서 신비주의적이고 자기 충족적인 순수 수학을 “사물과 자연철학의 자명한 진리로부터 완전히 유리되어 있으며 오직 인간 정신에 수반되는 탁상공론과 명상의 욕구만을 채워 줄 따름이다.라며 반대했다.


오늘날에는 수학이 과학과 단절되어 있다. 지난 100년간 알맹이가 있고 유용성이 있는 주제를 제공해 오던 동기에 충실한 사람들과 구미가 당기는대로 정처 없이 떠돌며 이것저것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났다.

수학 자체를 위한 수학 연구는 처음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푸리에는 『열에 관한 해석학적 이론』에서 물리학 문제에 수학을 응용하려는 듯을 열정적으로 표명했다.


자연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는 수학적 발견의 가장 풍부한 보고이다. ……그 주요 특성은 명료함이다. ……수학은 마치 우주의 계획이 지니는 통일성과 간결성을 증명하려는 듯, 또 자연 만물을 다스리는 불변의 질서를 더욱 명료하게 하려는 듯, 이 현상들을 동일한 언어로 해석해 낸다.”

그러나 야코비는 “푸리에 같은 과학자는 과학의 유일한 목적이 인간 정신의 고양이며 따라서 정수론에 관한 문제는 행성 체계에 대한 문제만큼 가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면서 푸리에의 주장을 반박했다.


물론, 수리물리학자들은 야코비의 견해에 동조하지 않았으며 수학자들도 순수 수학을 고집하는 새로운 경향에 대해 비판했다.

클라인은 ‘현대 학문의 급격한 발달 과정에서 수학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갈 위험에 처해 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추상적인 순수 수학 경향에 대해 비판하였으며, 푸앵카레는 “인간 정신은 우리 모두 힘을 기울여야 하는 자연 탐구라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하르트 쿠란트 역시 순수 수학을 강조하는 경향에 대해 개탄했다.『수리물리학의 방법』초판 서문에서 쿠란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책을 시작했다.


예로부터 수학자들은 해석학의 문제 및 방법과 물리학의 직관적 아이디어 사이에 존재하는 긴밀한 관계로부터 강력한 자극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이런 관계가 약화되어 가는 현상을 지켜보았다. (이하 생략)


다시 1939년에 쿠란트는 이렇게 썼다.

……유기적인 전체를 고려하는 자세를 취할 때, 그리고 내적 필요에 부응할 때에만 자유로운 마음은 과학적 가치를 지니는 결과를 성취해 낼 수 있다.


수리물리학자인 존 L. 싱은 수학이 과학과 단절되어 있는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다소 장황하게 기술했다.


대다수 수학자들은 수학 자체에 속하는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연구한다. ……수학의 미래에 끼칠영향을 차치하더라도 수학자들의 고립으로 여타의 과학들은 든든한 후원자를 잃는 피해를 입었다. ……인간사에서 변화와 죽음을 피할 수 없듯이, 아이디어의 세계에서도 변화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물리학은 수학과 더불어 시작되었고 수학이 물리학에서 사라진 후에도 오랫동안 물리학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폰 노이만 역시 경고의 말을 던질 만큼 상황을 우려하고 있었다. 수필 「수학자」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수학 분야가 그 경험적 근원으로부터 지나치게 멀어지면, 또는 두 세대나 세 세대가 지나 ‘현실’로부터 간접적 영향만을 받게 되면 그 분야는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된다. ……다시 말해서 본래의 경험적 원천에서 멀어지거나 지나치게 추상화를 수용하면 그 수학 분야는 퇴화될 위험에 직면한다. ……어쨌거나 이런 상태에 이르면 유일한 처방은 젊음을 가져다주는 원천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경험에서 직접적으로 나오는 아이디어를 주입받는 일이다.


그러나 순수 수학만을 추구하는 경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순수 수학만을 추구하는 수학자들 또한 앞에서 인용한 비판에도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순수 수학을 옹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은 과거 수많은 주요 연구 성과들은 단순한 지적 호기심의 산물이었지만 나중에 중요한 곳에 응용되었다고 주장하나 이것은 무지의 소치요, 역사의 왜곡이다. 이 순수 수학자들이 역사에서 끄집어 내고 있는 예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포물선, 타원 그리고 쌍곡선에 관한 그리스 인들의 연구

:아폴로니오스는 단순히 수학적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런 곡선들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1,800년이 지난 뒤에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운동을 기술할 때 필요한 곡선이 바로 타원임을 케플러가 발견했다. 이로써 원뿔 곡선 이론이 응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토 노이게바우어의 학설에 따르면, 원뿔 곡선은 해시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비유클리드 기하학

:2000년 동안 유클리드 기하학의 공리는 물질 세계에 대한 자명한 진리로 여겨졌다. 그런데 유클리드가 평행선의 존재성을 곧바로 가정하지 않고 다소 신중하고 기묘하게 표현한 평행선 공리는 다른 공리처럼 그렇게 자명해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많은 수학자들이 이 공리를 더욱 자명한 형태로 고쳐 놓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 과정에서 평행선 공리가 반드시 참은 아니며 평행선에 대한 다른 공리도 유클리드의 평행선 공리 못지않게 물질 세계를 묘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이야기의 요지는 유클리드 평행선 공리의 참됨을 밝히려는 노력이 ‘두뇌의 사변적 유희’가 아니라 수학 및 응용 수학의 수많은 정리를 뒷받침하는 기하학의 참됨을 확보하려는 시도였다는 점이다.


리만의 연구 성과

: 리만은 그 당시 알려져 있던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일반화했고 이로써 리만 기하학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다양한 여러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도입했다. ……리만 기하학의 적합성은 수학자들이 씨름해 왔던 근본적인 물리학 문제, 즉 물리적 공간의 본질에 대한 연구의 소산이다.


군론(group theory)

: 다항 방정식의 해법과 같은 매우 기초적인 문제에서 생겨난 분야가 다른 수많은 수학 문제와 물리학 문제에 적용될 수 있다. 분명히 군론은 실질적인 문제와 무관하게 생겨나지 않았다.

군론 이론의 형성 동기는 수정, 다이아몬드, 암석 등과 같은 결정의 구조를 연구한 오귀스트 브라베의 연구에서도 나왔다.

브라베의 연구에서 카미유 조르당은 무한군, 즉 평행 이동과 회전 변환으로 이루어진 군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

행렬 이론, 텐서 해석학, 위상 수학 등, 순수 수학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여타의 분야

: 애초에 순수 수학으로 생겨났지만 이후에 응용 가능성이 확인되었다고 여겨지던 분야들이 그 역사를 살펴보면 실제로는 물리학 문제나 물리학 문제와 직접 연관된 주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들이다.


수학 이론이 기대하지도 않았던 곳에 응용되는 것은 그 이론이 애초에 물리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지 내면의 영혼과 홀로 씨름하는 현명한 수학자의 예언자적 통찰력 덕분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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