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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디즘 5장 기호체제들: 기호계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발제 유심

 

자유, 배신, 자기입법의 상관관계

 

“새로운 입법은 항상 결과적으로 위법이 될 뿐이다. 우리가 새로이 입법한 순간 우리는 위반하는 것이며, 우리가 욕망하는 순간 권력은 금지하려 달려온다.”

 

‘죄 많은’ 기표체제

 

기표는 단지 기호다.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도 없고 구속력도 없다. 그러나 기표는 언제나 기호들과 상관관계를 맺는다. 그래서 우리는 기호를 사용하는 순간 이 상관관계 즉 기호계, 기표체제 안에 들어서게 된다. ‘사용약관 동의 체크’도 없이 나는 기표의 레짐 안에 들어선다. 그리고 고유의 룰에 따르게 된다. 레짐regime이 ‘체제’ 혹은 ‘정권’으로 번역되듯 기호체제란 기호적인 권력이 작동하는 ‘정권’이다. 따라서 그곳엔 “하나의 ‘질서’ 내지 ‘세계’일뿐 아니라 그것을 하나의 세계로 질서지우고 유지하는 권력의 배치”가 만들어진다.(337)

자, 이 정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것은 라캉이 말하는 ‘기표의 물질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표적 기호체제는 기의를 만들고, 구조화된 질서를 만들고 사람들의 관계를 조직한다. 특히 정신분석에 따를 경우 ‘어머니’ 혹은 ‘남근’이라는 기표가 결정적으로 근본적인 기의를 만든다. 바로 이 기표가 동어반복 속에서 의미 없이 무한연쇄되던 기표들 사이에 정박점으로 작용한다. 전제군주의 탄생. 그 자체로 아무 의미도 없던 기표는 이제 어머니/남근이라는 기의의 고정점을 경유해 기표들 관계에 물리적 힘을 행사하고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홈을 판다. 이 체제는 그 재생산을 위해 해석자(예언자), 주석 다는 이(사제)를 만들어내고 사람들 사이에 ‘안면성’을 작동시킨다. ‘전제군주’의 ‘편집증적인 체제’와 그 체제를 내면화한 이들의 눈치 살피기. 바로 이 관계 속에서 기표체제는 재생산, 유지되는 것이다.(346)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는 길은 이 안면성으로부터 눈을 돌리는 것, 신을 배신하는 것이다.

 

너의 이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 순수이성비판에서 초월적 자유

어떤 독단론도 예속도 거부하고 진정한 주체를 사유하려 한 자를 떠올릴 때 칸트만한 철학자가 또 있을까? 들뢰즈 역시 <칸트의 비판철학>을 통해 칸트 사유의 아름다운 비판의식을 논평한다. 그는 이성의 자격요건평가(연역)를 하면서 이성의 두 관심, 즉 정립 이성과 반정립 이성을 대결시킨다. 칸트에 따르면 인간 이성은 자신의 이 두 가지 논리를 순전히 밀어붙일 때 이율배반을 부른다. 이율배반은 정립과 반정립의 타협 없는 논리 전개 과정이다. 먼저 정립은 완전성과 전체성을 향한 이성의 관심이 드러난 결과다. 이성은 자신의 능력을 ‘구성적’으로 사용해 결코 만지거나 들을 수 없는 ‘자아’, ‘세계’, ‘신’ 등의 존재를 정립하려 한다. 그것이 있어야 선한 삶, 선한 행위의 의지와 주체를 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립은 이성의 실천적 관심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반정립은 경험법칙에 입각, 사유의 일관성과 규칙의 통일성을 밀고 나갈 때 발생한다. 반정립은 이성의 사변적 관심을 보여준다. 우리가 눈여겨 볼 점은 이러한 이율배반 과정에서 설명되는 ‘초월적 자유’이다. 칸트는 이성의 구성적 사용과 규제적 사용을 비교, 규제적 사용이라는 합법적 실천만을 허용하면서도 구성적 사용을 내던지지 않는다. 오히려 칸트는 구성적 사용에 의해 이념, 이상이 나오며 다시금 그것이 오성의 ‘선한’ 사용을 인도할 것이라 말한다. 칸트는 신학에서 말하는 일방적 믿음을 경계하며 이성이 오롯이 자신을 연역하고, 자신에 의해 입법하는 판단력의 상태를 인격적으로 성숙한 상태(장년)로 규정한다. 이성이 스스로에게 입법하기 위해서는 어떤 법적 인과로부터도 해방된 ‘초월적 자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 인간은 바로 이 ‘초월적 자유’를 가진 자이며, 끊임없이 예속을 거부하고 자기 입법할 수 있는 자이다. 그것은 닫힌 기표체제의 전제적이고 편집증적인 예속을 거부하는 탈기표의 체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신이 입법한 바를 매순간 벗어남으로써 즉 계속되는 자기위반을 통해서만 항상 자기입법하는 존재로 남을 수 있다. 자신에 대해 입법한 후 또 다시 새로운 입법을 감행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신의 노예로 전락하게 될 뿐이다.”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진은영, 그린비, p. 277)

 

칸트가 처음부터 의도했고, 결론으로 도출하려는 순수이성의 합법적 사용과 그 효용은 바로 초월적 자유를 통해 증명된다. 초월적 자유란 어떤 명령에도 예속되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입법하는 능력을 통해 증명된다. 그것은 언제나 위법자의 모습을 띤다. 하지만 이런 ‘배신의 체제’(376)는 ‘암송과 복종’의 체제가 탈주자에게 붙이는 꼬리표일 뿐이다. 자기입법은 언제나 한 체제 내에서는 위법자의 부정적인 형상을 띨 것이기 때문에. 들뢰즈 가타리가 보기에 기표체제란 결국 사람들의 욕망을 재단하는 억압적 ‘정권’이다. 한 정권이 사람들의 동의 여하에 따라 유지 기간을 달리하고, 또 다른 정권을 예비하듯, 기표체제 또한 끊임없이 다른 ‘정권’을 사유하고 건립하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그 과정은 원시적인 前기표적 기호체계, 고정된 의미를 무화시키는 反기표적 기호체제, 탈기표적 기호체제 등으로 이어진다. 각각의 특징이 무엇이 됐든 중요한 것은 하나의 기표체제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다. 현재 기호체제의 외부를 사유하고, ‘전제군주’로부터 얼굴을 돌리고, 신을 배신하는 카인이 되는 것. “사실 아벨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 뿐이고, 반대로 카인은 도시를 건설하고, 노아로 이어지는 신의 자식들을 낳[는다] (...) ‘진정한 인간’ 내지 ‘진정한 주체’는 사실은 배신자인 카인”이었으니까.(374) 어떤 예속도 거부하는 자유, 신의 호명에 대한 배신, 자신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언제나 새로이 입법하는 나. 그래서 자유와 배신, 자기입법은 기표체계 외부를 드러내는 세 가지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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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스트로스는 근친상간 금기와 호칭체계에 대하여 그것이 ‘하나의 문화적 질서’를 위한 것, 인간에게 공통된 구조라고 말한다. 하지만 ‘하나의 문화적 질서’란 과연 가능한가? 오히려 하나의 문화적 질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호칭 체계 등의 수많은 시도, 규칙이 발생하는 게 아닐까? (34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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