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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세미나후기]영국낭만주의

하얀 2011.07.24 13:30 조회 수 : 5166

 

 

 

영국 낭만주의 시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블레이크를 비롯한 워즈워스와 코울리지, 바이런, 셸리, 키츠 등을 한꺼번에 보느라 좀 어려웠어요.

영국 낭만주의의 가장 큰 특징이 "상상력"을 문학의 중심으로 만들었다는 것이였어요.

하지만 이 상상력 개념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상상력이 좀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영국 낭만주의에서 상상력은 인식의 변화 과정을 위한 방법의 일환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낭만주의 세대를 1세대와 2세대를 나누는데 그 기준이 적합한 것인가 하는 이야기도 나누었지요.

개별 시를 중심으로 보기보다 거대한 흐름을 읽어서 좀 어렵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바이런의 시를 읽으면서 기존에 바이런에 대해 있던 선입견이 전 좀 증발됐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 모르겠네요.

 

29일은 하루 방학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8월 5일에 만나요.

그때는 찰스 디킨즈의 어려운 시절을 읽기로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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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문학연구회, 영미문학길잡이, 창작과비평사, 2001. pp.243―315 발제자 : 하얀

 

4부 19세기 영국문학

낭만주의 시대 개관

1. 낭만주의와 프랑스혁명

1. 프랑스혁명의 시작인 1789년부터 … 1832년 사이 … 그 시기 동안 소위 낭만적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이었기 때문 … 낭만적 이데올로기란, 당시 영국과 유럽의 사회 ‧ 역사적 상황 — 정치적 혁명, 경제체제와 시장구조의 변화, 새로운 계급의 등장, 이들의 존재가 가한 위협 등 — 을 상상력의 힘으로 해결 또는 초월할 수 있다는 일련의 믿음체계를 의미한다. (pp.243-244)

 

2. 혁명의 시대, 프랑스 혁명, 산업혁명

 

3. 혁명지지자들의 저술과 사상이 보수적 정치세력을 위협하기 시작하자 당시 집권하고 있던 윌리엄 피트(William Pitt)수상은 이들의 정치사상이나 활동을 억압하기 위한 규제를 시작하였다. 영국 내의 억압적 분위기는 1792년 프랑스의 국왕 루이 16세기 처형되자 더욱 고조되고 1793년 프랑스가 영국에 전쟁을 선포하면서 두 나라는 대치상태에 돌입한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의 혁명사상을 지지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자꼬뱅주의자이며 영국의 안정을 위협하는 것을 의미하였다. 1794년에는 영장 없이 체포 ․ 구금할 수 없게 하는 인신보호 영장(Habeas Corpus)이 유보되고, 1795년 12월 18일에는 국가전복해위에 관한 법(Treasonable Practices Bill)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Seditious Meetings Bill)이 선포되었다. (pp.245-246)

 

2. 선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흥

3. 낭만주의 시대의 작가

1. 산업혁명 이후 문학이 점차 중산층 독자들을 대거 확보하게 되면서 과거의 후견인제도는 결정적으로 와해되기 시작했다. (p.247)

 

2. 이제 이 시대의 작가는 소수의 귀족 후견인이 아닌 새로운 독서대중을 위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지배계층의 이데올로기와 문화적 식견에 부합하는 글을 써야 하는 종속적인 위치에서 벗어나면서 작가들은 정신적 자유를 얻고 독립성을 갖게 되었다. (p.247)

 

3. 작가들은 한편으로는 이 대중에 의해 형성되는 문학시장에 매여 있으면서, 동시에 이들을 경멸하는 분열된 의식을 갖고 글을 쓰게 된다. (p.248)

 

4. 작가들의 이중적 의식은 자신들의 글쓰기에 거의 초역사적 의미를 부여한 그들의 문학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 이들은 자신들의 글쓰기가 한편으로 대중으로부터 소외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중의 식견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초월적인 진리를 드러낸다는 믿음을 갖고 당시 사회 내에서 자신들의 예언자적인 역할을 신봉하였다. (p.248)

 

5. 혁명은 이제 보수적 정치로의 회귀를 정당화하는 구실이 되었다. 한때 열렬히 혁명을 지지한 공화주의적 성향의 작가들은 더 이상 현실사회의 혁명이 가져다줄 미래세계에 대한 희망을 지탱할 수 없었다. 결국 이들이 눈을 돌린 곳은 그들이 실망을 경험한 현실을 치유할 수 있는 대상이라 여긴 자연이거나 아니면 현실의 제반 문제들이 나타나기 이전의 유기적 농촌공동체라 여겨지던 농업 중심의 과거 영국, 혹은 당대 영국의 현실과는 아주 동떨어진 공간, 그리고 이런 곳을 추구하는 작가 개인의 내면이었다. (pp.248-249)

 

6. 근대산업국으로의 변모과정에 있던 영국사회에서 자연 혹은 과거를 바라본다는 것은, 그러나, 단순한 향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 분열과 대립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대한 희구인 동시에, 현실 너머의 진정 의미있는 세계를 그려낼 수 있는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적극적인 행위였다. 그리고 문학은 그들의 급진적 소망을 심미적으로 실천하는 장을 제공하였다. 이글턴이 지적한 대로 18세기까지 교양있는 사람들의 글을 의미하던 광의의 문학이 오늘날처럼 상상력에 의한 글쓰기라는 구체적인 의미를 획득한 것은 바로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였다. 이제 문학은 단순히 예의와 격식이란 교양인의 규범에 맞는 글쓰기가 아니라, 상상력으로 빚어낸 대안적 현실을 제공하는 허구가 된다. 현실이 아니라는 단순한 의미에서의 허구가 아니라, 현실의 모순이 상상적으로 극복된 허구를 제공한다는 믿음을 이들은 공유하였다. ‘허구’라는 말이나 ‘상상력’이란 말은 ‘현실보다 나은’ 혹은 ‘현실을 치유하는’이란 가치를 획득하였다. (p.249)

 

7. 일반적으로 프랑스혁명 발발을 전후하여 작품활동을 한 블레이크(William Blake)오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코울리지를 제1세대 낭만주의자, 그리고 혁명이 공포정치로 변질되던 1790년대에 태어나서 이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으면서 작품을 쓰기 시작한 바이런, 셸리(P.B. Shelley), 키츠(John Keats)를 제2세대 낭만주의자라고 부른다. 제1세대 낭만주의자들이 정치적 혁명의 기대를 문학적으로 전이한 전력이 있다면, 더 이상 프랑스혁명에 기댈 것이 없는 시대에 영국 내의 반동적 정치상황과 보수적 도덕률이 만들어낸 억압이 환멸을 느끼고 영국사회로부터의 자기추방을 감행하거나 고립된 삶을 살아간 것이 제2세대 낭만주의자들의 특징이었다. 제1세대 낭만주의자들의 젊은 시절의 급진적 세계관을 접고 계관시인으로서의 명예를 누리면서 보수적 지식인의 대열에 합류하였다면(워즈워스와 싸우디 Robert Southey), 제2세대 낭만주의 작가들은 그들의 행보를 경멸하고 조롱하였다. 워즈워스, 코울리지, 싸우디 등이 이전 세대인 신고전주의 시대 작가들의 시적 경향으로부터 독립하고자 하였다면, 바이런 등 제2세대 낭만주의작가들은 신고전주의 시대의 작가들을 다시 평가하고 오히려 이들의 규범을 따르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본질적으로 몇가지 중요한 성향과 문학적 기질을 공유하였다. 우선, [1.진보적]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인습과 봉건적인 인간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정치 ․ 사회적 음직임에 한때나마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제1세대의 경우에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희망과 환멸로 나타나고 제2세대의 경우에는 셸리처럼 급진적인 무정부주의적 경향을 띠거나 바이런처럼 그리스 같은 나라들의 독립과 해방의 대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 두 번째 특징은 작가의 위치와 소명에 대한 이들의 특별한 자의식이다. 사회와 고립된, 그러나 사회현상 이면이 진리를 볼 수 있는 외로운 천재로서의 작가는 낭만주의가 만들어낸 작가상…[3]낭만주의 작가들은 또한 인간의 보편적 감수성을 믿었다. 인간의 가치가 신분과 보유한 재산에 따라 좌우되던 전근대적 시대의 인간관을 폐기하고 인간이면 누구나 갖는 보편적인 도덕적 심성이 있음을 인정한 바 그들의 시에는 바로 독자들의 이러한 심성을 계발하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 있다. 이때 도덕이라는 것은 형식적으로 굳어진 형이상학적인 도덕, 금기와 금지를 앞세우는 억압적인 도덕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고귀함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블레이크-시정신, 신성한 상상력 워즈워스-자연 속에서 인간의 고귀함 재발견](pp.250-251)

 

8. 보편적 심성 혹은 보편적 사랑에의 도달을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상상력(pp.251-252)

 

윌리엄 블레이크

1. ‘무명의 화가’에서 ‘시인’으로

2. 인간의 타락과 구원의 문제

정신적 싸움의 무기 : 인간의 상상력

1. 이 시도는 지배적인 체계들로부터 개인들을 구원하기 위해 그 체계들과 투쟁하는 방편이 될 ‘하나의 체계’를 창조하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런 의도로 창조된 것이 독자적인 신화체계 형식의 『네 조아들』『밀턴』(Milton, 1804-1808) 『예루살렘』(Jerusalem, 1804-20)이다. (p.267)

 

2. 블레이크 시세계를 관통하는 것은 인간의 타락과 구원의 문제이다. 블레이크는 인류 타락의 근원을 영혼과 육체, 정신과 물질,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찾고 서구의 뿌리깊은 이원론적 사고 및 그에 근거한 추상적 철학에 도전한다. 그리고 이원론적 사고 극복의 실마리를 인간의 타고난 지각(perception)의 창조성 회복과 창조적 확장에서 찾는다. (pp.267-268)

3. 타고난 지각의 창조적 활동으로 만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무한’을 경험하고 내면의 확장을 멈추지 않는 상상력의 세계 ‘영원’으로 눈을 여는 일, 이것이 블레이크가 말하는 타락으로부터 구원에 이르는 과정이다. (p.268)

 

4. 예루살렘 건설에 바쳐지는 정신의 투쟁은 복잡하고 타락한 현실을 떠나 정신의 세계를 탐구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억압적 지배체제를 합법화하는 이데올로기에 도전하고 철저한 현실비판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모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 사회적인 동시에 예언적인 성격을 띤다. (p.269)

 

이원론적 사고 비판과 지각의 창조성 회복

1. 『천국과 지옥의 결혼』에서 블레이크는 영혼과 정신을 선으로, 육체와 에너지를 악으로 분류한 이분법적 사고의 오류를 점검하기 위해 천사와 악마, 천국과 지옥의 모습을 뒤집는 방식을 택한다. 기존 개념의 전복을 통해 그가 역설한 것은 이원론의 오류가 대립물들을 선악으로 분리하고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배하거나 우월한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파악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p.268)

 

2. 물질적 ․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만을 지각대상으로 인정하고, 그것을 향해 ‘바깥쪽’으로만 눈을 돌리는 실증주의적 사고에 대항하여 블레이크는 모든 개체마다 로크류의 경험주의로는 영원히 접근할 수 없는 상상력의 중심이 있음을 역설한다. 이는 특별한 각성의 순간에 경험할 수 있는 것인데, 이 창조적 각성에 이르는 지각의 일상적인 훈련은 모든 사물의 소용돌이(Vortex)를 통과하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대상의 소용돌이를 통과한다는 것은 그 대상 고유의 관점에 서는 일, 다시 말하면 그 대상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은 단계적으로 대상 고유의 법칙이나 형상을 지각하는 것에서 상호관계의 인식으로 나아간다.(p.271)

 

3. 개별적 존재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지각의 창조적 확장을 통해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적 경계는 사라진다. (p.271)

 

'신성한 인간‘ 예수와 예루살렘

1. 블레이크에게 ‘인간의’ ‘신성한’(holy) ‘숭고한’(suvlime)은 동의어이다. p.273

 

3. 『순수와 경험의 노래』

인간 영혼의 두 대립상태 : 「양」, 「호랑이」

1. 『순수와 경험의 노래들』에서 영혼이 두 대립상태란 동일한 상태 혹은 동일한 대상에 관한 관점이나 인식의 대립, 이러한 관점의 차이를 가져오는 상황의 대립, 양이 호랑이가 되는 역학 구조의 대립, 그리고 시의 화자와 독자간의 대립 등의 중층적 대립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p.275)

 

2. 대립의 중첩과 역동적 운동을 통해 의미는 끊임없이 확장되고 깊어지며 읽는 이들에게 일면적 시각을 벗어나는 변증법적 인식을 요구한다. (p.275)

 

유토피아 비전과 현실비판 : 「어린 검둥이」「굴뚝 청소부」「성 목요일」

억압과 억압의 내면화 : 「병든 장미 」「독 사과나무」「런던」

 

워즈워스와 코울리지

1.워즈워스와 코울리지 : 좌절한 천재들의 만남

2. 『서정담시집』: 천재들의 협업과 영국 낭만주의의 발생

1.『서정담시집』의 출현을 낭만주의 문학의 출발점으로 보는 것은 무엇보다 이 시집에 실린 유명한 「서문」(Perface) 때문이다. 1789년의 초판본에는 「발문」(Advertisement)이라는 이름의 짤막한 글만 실려 있었는데, 여기에는 이 시집에 실린 작품들이 대부분 중간계급과 하층계급의 일상언어가 시적 쾌락을 주는 데 얼마나 적합한가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으로 간주되어야하며 흥미있는 주제라면 어디에서라도 소재를 취할 수 있는 것이 시의 특권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것이 혹시 점잖은 자들의 비위를 거스르더라도 양해를 바란다는 식의 겸손한 주장으로 출발한다. (p.287)

 

2. 1802년에 다시 한 번 내용을 확충해 완성되는 이 「서문」은 흔히 영국 낭만주의운동의 선언문으로 받아들여진다. … 우선, 모든 좋은 시는 “강력한 감정이 스스로 넘쳐 흐른 것”(spontaneous overflow of powerful feelings)이라는 정의로 시를 기존의 관습적 형식으로부터 원천적으로 해방시키고, 그에 따라 시인도 뮤즈의 영감을 받아 페가수스를 타고 상상의 세계로 떠도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에게 말을 하는 사람”이며, 그들이 가장 창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도 고전에 대한 교양으로 풍성해진 유식한 문학언어가 아니라 농촌의 낮은 계층의 삶에 기반을 둔 언어, 즉 시골 농부의 일상어라는 것이다.(p.287)

 

3. 「서문」으로 확립되는 시학의 핵심은 바로 중산층 이하 민중의 언어와 삶을 자신들의 예술행위의 중심에 놓는 민주주의적 충동이었다. 이러한 「서문」의 정치적 위상은 매슈즈와 같은 친구와 개혁적 성향의 잡지를 창간하여 영국사회의 민주적 개혁을 도모하던 워즈워스의 혁명적 정열, 그리고 싸우디와 함께 현실적 유토피아인 팬티쏘크라씨를 추진했던 코울리지의 정치적 이상주의가, 현실 속에서는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문학적 기획에 고스란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p.287)

 

 

3.워즈워스 ― 「틴턴 사원」과 시적 자서전

1.「틴턴 사원」은 「서문」에서 주장된바 의식적인 문학적 실험과는 별 상관이 없고 오히려 18세기 ‘풍경시’ 혹은 ‘명상시’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 거기 내재된 도덕적 자의식을 풍부한 감성으로 심화하고 있다. … 여기에서 우리는 훗날 우리가 ‘낭만적 자아’라고 부르게 되는 독특한 시적 자아의 탄생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p.289)

 

2. 사실상 자연의 풍경에서 역사적 ․ 인간적 ․ 도덕적 의미를 읽어내는 것은 풍경묘사시, 혹은 자연을 매개로 한 명상시의 전통에서는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 그러나 「틴턴 사원」에서 워즈워스가 읽어내는 자연은 단지 인간적 삶과 인간적 정서가 투사되는 하나의 배경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좀더 적극적으로 혹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하나의 도덕적 힘이다. (p.291)

 

3. 미학적 인식을 도덕적 각성으로 전환하는 것은 결국 신비로운 자연의 섭리가 아니라 현재 진행되는 시인의 시쓰기라는 점을 알려준다. 따라서 현재 시인의 눈 앞에 펼쳐진 와이 계곡이ㅡ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감각적 경험을 시적 이미지로 형상화할 때 시인이 체험하는 예술적 경험이며, 이러한 이차적 경험은 「틴턴 사원」에서 독자들이 목격하는 낭만적 초월의 진정한 본질이다. (p.292)

 

4. 도로시라는 실제 인물의 등장은 자연이라는 초인간적 존재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시적 자아의 성장과 그에 따르는 초월적 경험들이 시적 세계의 외부에서도 현실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자연의 섭리와 시인의 시적 상상력 말고도 그것을 현실에서 떠받칠 만한 인간적 유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한다. … 이것은 워즈워스가 가장 사적인 경험을 가장 개인적인 방식으로 형상화한 개인의 성장사가 그 개인의 범위를 넘어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하겠다.(pp.293-4)

 

4.코울리지 ― 「늙은 수부의 노래」와 낭만적 상상력

1. 워즈워스가 자연과의 관련하에서 자신의 시적 영혼이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자서전의 형태로 낭만적 상상력의 역할과 기능을 예증했다면, 코울리지는 자신의 낭만주의적 사유와 창조행위를 초자연적 경험을 통해서 규정하려고 했다.(p.294)

 

2. 그런 코울리지 역시 낭만적 상상력이 진리를 인식하는 가장 우월한 수단임을 인식하고, 시인을 그러한 정신적 능력의 소유자로 표상한 것에서는 워즈워스와 다를 바가 없었다. (p.295)

 

3. [「늙은 수부의 노래」에서] 코울리지가 늙은 수부를 통해서 재현하는 신비의 체험은 인과관계의 설정을 원천적으로 부인하는 부조리한 행동들로 일관되어 있다. 수부가 어려움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된 그의 ‘원죄’는 뱃사람들이 기독교인의 영혼이라고 간주되는 알바트로스를 쏴죽인 것이다. … 수부는 마치 운명처럼 그 새를 쏘아 떨어뜨리고 수부를 태운 배는 저주를 받아 아무런 움직임 없는 대양에 갇히게 된다. 선원들은 하나둘 쓰러져 귀신이 되고, 수부는 죽지도 못하고, “죽음 속의 삶” 속에서 여러 가지 정신적 시련을 체험한다. … 그때 그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것은 하느님 앞에서의 참회와 반성이 아니라 오히려 뱀에 대한 무의식적 축복이었다. (pp.296-267)

 

4. 구원의 계기가 자신의 죄에 대한 진정한 참회에 의거한 것이 아니라 “뱀”이 가진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그것을 찬양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수부의 이야기는 기독교적 고해성사의 의미를 넘어선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뱀”의 아름다움을 알아버린 수부가 아무리 안전한 일상의 세계로 돌아왔다 하더라도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는 사실이다. 귀향 이후에도 수부에게 여전히 남아 있는 “저주”는 영원히 자신의 “이야기”를 누구에겐가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p.298)

 

5. 수부의 “이야기”로 “가르침”을 받은 청자 결혼식 하객은 마치 심한 충격을 받은 것처럼 생각에 잠기고 다음날 아침에는 “더 슬프고, 더 현명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 [수부는] 자신도 논리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말로 설명할 수도 없는 어떤 다른 세계의 지혜를 이쪽 세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시에서 코울리지가 더 의미있게 제시하는 것은 … 그러한 이야기가 인간의 의식에 작용하는 방식과 효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매개하는 수부라는 시적 화자의 의식이다. 결국 코울리지가 맞닥뜨리는 것은 곧 시적 상상력으로 진리와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낭만적 시인의 의식, 즉 자기 자신의 의식이[다.] (pp.298-299)

 

6.「늙은 수부의 노래」를 논의하면서 흔히 간과하는 사실은 이 이야기가 표면적으로는 지리상의 발견 이후 서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탐험기 내지 항해록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 다만 이상주의와 사회의식이 풍자를 통해서가 아니라 낭만적 상상력과 그것을 매개하는 창조적 시인의 “이야기” 그리고 그 계몽적 교육의 기능을 통해 관철되고 있을 뿐이다. (p.299)

 

바이런, 셸리, 키츠

1. 제2세대 낭만주의 시인들

1. 제2세대 낭만주의 시인들의 고민은 인간과 자연, 주관과 객관의 관념적 통합을 경험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현실을 산다는 것이 그렇게 관념을 달리함으로써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낭만주의적 소외를 다시 경험하며 갈등과 고통을 느끼는데서 시작되었던 것이다.(p.302)

 

2. 그들은 워즈워스나 코울리지에 비하면, 현실적 삶 자체를 수용하고 거기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모습을 훨씬 더 많이 보여준다. 현실을 수용한다 함은 삶과 존재를 현실적으로 규정하는 물질적 조건, 특히 시간과 공간의 유한성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p.302)

 

3. 현실적 삶의 고통과 반대되는 ‘기쁨’이 제1세대 낭만주의 시인들의 공통된 화두였다면, 제2세대 낭만주의 시인들은 ‘기쁨’ 외에 ‘아름다움’을 또다른 화두로 내세운다. 상상력을 통해서 물적 현실을 초월하는 기쁨이 회복이 좌절에 부딪힌 낭만주의적 위기에서 제2세대 낭만주의 시인들이 착안한 삶의 가치, 즉 ‘아름다움’은 시간성 ․ 고통 ․ 죽음과도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였다. 즉, 현실적 삶이 고통스럽고 슬프더라도 아름다울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pp.302-303)

 

2. 바이런

1. 바이런의 시적 정서는 멀게는 플라톤주의 철학과 기독교사상으로 구현되어온 뿌리깊은 서양 형이상학의 가치관에 대한, 그리고 가깝게는 제1세대 낭만주의 시인들이 제시한 예언자적 상상력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기조로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이런의 결론적 태도가 삶 자체에 대한 궁극적 회의나 절망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물려받은 영원성 중심의 전통을 스스로 깨고 나와 시간성과 물질성을 새로운 각도에서 긍정하고 수용함으로써 세상을 더욱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바이런이 짧은 생애 동안에 이룩한 시적 성취이다. (p.304)

 

『해럴드 도령의 순례』(Childe Harold's Pilgrimmage, 1812-18)

1. 1곡의 처음에서는 주인공 해럴드와 서술자 간의 관계가 분명히 대립적으로 구별되어 있고 서술자가 삶의 길을 잃은 주인공을 교화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만,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서술자의 가치관과 주인공의 가치관이 서로 영향을 주어 혼재하는 양상을 띤다. 4곡에 이르면 주인공의 모습은 사라지고 서술자의 목소리가 지배하는데, 이대의 서술자는 1곡 처음에서의 서술자와는 다른 모습이다. 즉 주인공의 반전통적인 생각을 교화하려던 서술자가 오히려 고정된 삶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세상을 더 폭넓고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게 변화된 것이다.(p.305)

 

2. “순례”의 결과는 비전의 획득이 아니라 현실세계로의 전향이며, 이것은 제1세대 낭만주의적 상상력의 비전에 대한 환멸이다. (p.306)

 

3. 이 작품에서 바이런은 전통적인 문학적 수법들을 쓰고 있지만, 그것들을 전통적인 문학적 관례를 전복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제목에 사용된 “순례”는 잃어버린 성배를 찾아가는 중세 기사의 목적론적 여행을 연상시키지만, 바이런은 이를 시대에 맞지 않도록 사용하여 독자의 기대를 파괴하고 독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 또 외형적으로 이 작품은 유려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기대하게 하는 스펜서풍 스탠저에 따라 ababbcbcc의 각운체계로 되어 있지만, … 바이런 자신은 1812년에 붙인 서문에서 자신의 스펜서풍 스탠저에 대해 “기분 내키는 대로 우스울 수도 애처러울 수도 있으며, 묘사적일 수도 감상적일 수도 있고, 또는 다감할 수도 풍자적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효과는 스펜서 자신의 용법이 아니라 18세기 톰슨이나 비티에 의해 풍자적으로 변용된 용법이며, 아리오스도나 뿔치 등 이딸리아 시인들의 희극적 목소리가 가미된 것이었다. 바이런이 형식에서는 한 연 안의 마지막 9행이 앞의 여덟 행의 진지한 부위기를 희극적으로 뒤엎는다.(p.306)

 

3. 셸리

1. 현실정치에 급진적 개혁가로서 셸리의 모습은 예컨대 「1819년의 영국」이라는 시에서 볼 수 있다. 이 시는 보통선거권과 연례적 의회 개원을 요구하던 민중의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피털루 학살사건을 준열히 비난하는 작품이다. … 그런가 하면, 「종달새에게」같은 작품은 “지상세계에 대한 조롱자”로서 이상세계로의 강한 초월의지를 갖고 있는 셸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 현실과 이상에 대한 초점이 이처럼 심하게 괴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셸리는 제2세대 낭만주의 시인으로서 현실에 대한 개혁의지와 초월의지 간의 갈등을 누구보다도 극대화된 모습으로 보여준다. (p.308)

 

「서풍을 기리는 시」(Ode to the West Wind, 1820)

1. 이 시에서 서풍, 즉 바람은 계절의 순환이라는 자연의 의미, 자유를 향한 혁명을 상징하는 정치적 의미, 시인의 창조력을 나타내는 시적 ․ 정신적 의미 등 복합적인 주제를 나타내는 이미지이다. (p.308)

 

2. 이 시의 마지막 두행을 놓고 논란이 있어왔다. … 그러나 이와 같은 논란은 일회의 혁명으로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어 다시는 타락하지 않아야 하며, 그렇지 못한 혁명은 무의미하다는 일종의 관념론적 강박에서 비롯된다. … 즉 일회적 혁명에 의해 세상의 문제가 영구히 해결되고 지복천년이 도래할 것이라는 앞세대 낭만주의 시인들의 혁명관과는 달리 셸리는 자연의 순환원리에서 반복적인 혁명의 원리를 발견한 것이다. (pp.309-310)

 

「종달새에게」(To a Sky-Lark, 1820)

1. 셸리는 산문 「시의 옹호」에서 “시인들의 언어는 참으로 비유적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시의 언어가 비유적이라 함은 언어가 이전에 사람들이 깨닫지 못한 사물들의 관계를 밝혀주는 기능을 하지만 언어 자체는 그러한 기능을 잠정적으로 수행할 뿐 곧 추상적 개념의 고착물로 굳어지기 때문에 시인은 자신의 언어를 고정할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갱신해야 한다는 뜻이다. (p.310)

 

2. 이 시의 특징은 대부분의 연에서 이상적 경험을 표현하는 직유나 은유의 비유물을 하나씩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상세계의 본질을 현실적 등가물로 대체하려는 노력은 잠정적 성과를 달성할 뿐 곧 사라지고 만다. (p.310)

 

3. 셸리가 종달새로 상징되는 완전한 이상세계의 경험을 언어를 통해 성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기보다는 그럴 수 없는 시인으로서의 현실적 한계를 고통스럽게 보여주면서 그것을 뛰어넘고자 하는 초월의 의지를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p.311)

 

4. 키츠

1. 키츠가 생각하는 영혼은 현실을 초월한 고정불변의 개념이 아니라 현실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었다. … 키츠가 말하는 시적 “영혼”은 시간성을 초월하는 고정불변의 관념적 성격이 아니라 끈끈한 감각적 현실을 살면서 형성되는 속성, 즉 변화의 속성을 지닌다. 그것은 경험적 삶에 대한 강한 애정과 동의어인데, 지상에서의 삶을 사랑함으로써 사람은 더 나은 존재로 발전한다는 것이 키츠의 생각이었다. (p.312)

 

2. 마음이 현실적 경험을 통하는 경지가 키츠가 말하는 상상력의 기능이며, 그러한 상상력은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강렬하고 아름다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강렬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야말로 키츠가 말하는 영원한 경험이다. (p.312)

 

「나이팅게일을 기리는 시」(Ode to a Nightingale, 1819)

1. 죽음을 벗어나 있는 나이팅게일은 서술자에게 궁극적 구원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서술자는 다시 현실세계에 남는다. 그렇지만 완전한 초월을 하지 못한 것이 키츠에게는 오히려 다행이다. 왜냐하면, 제1세대 낭만주의 시인들이 절대화해놓은 그러한 상상력은 키츠가 보기에는 “환상”이고 “속이는 요정”이며 현실을 비껴가는 공허한 것이기 때문이다. (p.313)

 

2. 키츠가 생각하는 시적 상상력이란 완전한 초월주의이거나 완전한 현실주의 둘 중의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의 지속적인 상호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신작용이다. (p.314)

 

「슬픔을 기리는 시」(Ode On Melanchloy, 1820)

1. 현실적 삶의 시간적 유한성과 죽음, 고통은 전통적으로 부정적으로 다루어져왔다. 그러나 키츠는 유한하고 슬프고 괴롭다고 해서 현실을 포기하고 영원성에 매달리는 것은 현실이 주는 매력을 아울러 포기하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현실적 삶의 매력이 영원하지 못하다는 것일 텐데, 키츠는 무상하기 때문에 삶이 아름답다는 미학적 논리를 깨달음으로써 오히려 시간성의 고통을 끌어안는 용기를 보여준다.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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