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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디스트 수유너머N 문화연구 세미나. 2011.01.19. 존 스토리 편, 백선기 역, 『문화연구란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북스, 2000

“문화연구 : 두 가지 패러다임”(스튜어트 홀) 발제문

정정훈

스튜어트 홀은 문화연구의 역사를 조망하면서 그것이 크게 두 가지 패러다임으로부터 발전해왔다고 지적한다. 그 하나는 영국에서 신좌파의 출현과 함께 등장한 문화주의라는 패러다임이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의 반인간주의 사유를 대표하는 구조주의라는 패러다임이다. 물론 이 두 패러다임의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정통적 맑스주의의의 토대/상부구조의 명확한 이원론과 토대(경제)에 의한 상부구조의 결정 이론과 단절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역시 초점은 두 패러다임 사이의 차이에 있다.

우선 문화주의부터 검토해보자. 문화주의는 사실상 영국에서 시작된 문화연구를 형성했던 두 사람의 연구자, 레이몬드 윌리엄스와 에드워드 톰슨의 관점에 의해 대표된다. 두 사람 사이의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둘은 문화를 ‘역사를 만들어가는 인간의 감성적 활동’으로 파악하며 구체적인 경험의 차원을 중시했다. 이들은 우선 문화를 예술이나 미적 차원의 성과물 따위가 아니라 삶의 총제적 양식으로 이해했으며, 사회를 구성하는 복합적인 실천-즉 다수의 실천들이 상호 연계되어 있는 실천의 네트워크-의 과정으로 이해했다. 윌리엄스가 말하는 ‘총체적인 삶의 방식’이나 톰슨이 이야기하는 ‘삶의 질료들을 처리하고 전달하는, 똔느 왜곡시키는 아주 복잡한 모든 인간적 규율과 체제들’은 모두 문화를 이런 복합적 실천들의 상호연계된 망으로 이해하는 문화주의의 문화이해를 잘 보여준다. 홀은 문화주의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조금 길지만 인용해보자.

“여기서 여러 중요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문화 연구에서 중요한 한 가지 사고 경향, 즉 우리가 지배적 패러다임이라고 부를 만한 것의 윤곽이 드러난다. 그것은 ‘문화적인 것’에 잔여적이고 단순히 반영하는 역할을 부여하는 데 반대한다. 그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가 모든 사회적 실천과 서로 얽혀 있는 것으로 개념화하며, 그리고 이 실천들을 다시 인간 활동의 공통된 형식, 즉 인간들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활동인 감성적인 인간 실천 일반으로 개념화한다.....그것은 뚜렷한 극단으로 분리할 수 없는 사회적 존재와 사회적 의식 간의 변증법(대안적인 공식으로는 ‘문화’와 ‘문화가 아닌 것’ 사이의 변증법)이라는 좀 더 넓은 공식화를 선호한다. 그것은 ‘문화’를 특수한 사회적 집단과 계급들에 주어진 역사적 조건 및 관계의 토대 위에서 이들 사이에 생겨나는 의미와 가치들로 정의하는데, 이를 통해 이들은 존재 조건을 ‘감당’하고 거기에 반응한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문화는 이러한 ‘이해’가 표현되고 구체화되는 매개가 되는 체험된 전통과 실천으로도 정의할 수 있다.”(93,94)

홀은 이와 같은 문화주의의 특징을 문화에 대한 연구에서 경험에 우위를 부여하는 입장으로 다시 정리한다. 즉 문화는 인간들의 창조적이고 역사적인 행위를 중심으로 연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주의는 “어떤 문화 분석에서든지 ‘경험’에다 지니를 입증하는 위치를 부여”하고 “결국은 ‘경험’에서, 또 ‘경험’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조건들을 경험하고 정의하며 거기에 반응한다”는 것이다.(95)

두 번째는 구조주의이다. 구조주의는 주지하듯 소쉬르의 언어학 연구로부터 통찰을 얻어 인간문화의 심층구조를 연구한 레비스토르스의 인류학 연구로부터 연원한다. 그리고 문화연구에서는 특히 알튀세르의 구조주의적 맑스주의가 중요하다. 구조주의는 인간-주체의 능동적 행위 보다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배후의 구조를 우위에 두고, 주체는 구조의 효과라고 파악하는 사유방식이다. 가령 알튀세르의 ‘역사는 주체도 목적도 없는 과정이다’라는 테제가 이를 잘 보여준다. 구조주의는 인간의 구체적 활동과 행위의 가능조건으로서 구조를 추상화를 통해서 규명해낸다.

구조주의와 문화주의는 그렇기 때문에 서로 대립하는 입장이다. 홀은 이 대립의 핵심에 ‘경험’을 두고 각 입장이 취하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문화주의에서 경험은 의식과 여건이 교차하는 기반-‘경험’의 지형-인 반면, 구조주의에서는 인간은 무화의 범주, 분류 체계 및 틀 속에서, 그리고 틀을 통해서만 자신의 조건들을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을 것이므로 ‘경험’이란 개념 정의상 어떤 것의 기반도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101)는 것이다. 그러나 양자의 경합에서 홀은 상대적으로 구조주의를 지지하고 있다. 그는 구조주의의 장점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한다.

(1) 구조주의는 한정적인 조건들을 강조한다 점, (2) 구조주의는 추상화가 ‘현실의 관계’를 파악하는 사고의 도구로서 필수적임을 인식했을 뿐만 아니라, 마르크스의 저작에서는 서로 다른 추상화 수준 사이에 지속적이고 복잡한 운동도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한다는 점, 그리고 차이들의 통일체로서 ‘전체’라는 개념을 갖고 있다는 점, (3) ‘경험’을 탈중심화시키고 문화주의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었던 ‘이데올로기’ 개념을 정교화시켰다는 점. 물론 구조주의는 추상화를 강조하다보니 구체적인 인간 행위의 역동성을 놓치고 이론주의적 편향에 빠지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 역시 홀은 놓치지 않는다.

반면 문화주의의 장점은 구조주의가 놓치고 있는 문제들을 사유할 수 있게 해주는 데 있는데 이는, “의식적 투쟁과 조직의 발전이 -이것이 구조주의 패러다임에서는 줄곧 평가 절당한 것과는 반대로- 역사, 이데올로기 및 의식의 분석에 필요한 요소로서 긍정적인 계기가 된다고 주장”온 것이라고 하겠다.

물론 문화연구를 이 두 가지 패러다임으로 모두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패러다임이 기본이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 홀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은 현재 대안적인 패러다임들이 제출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 첫 번째 패러다임은 정신분석학으로부터 이론적 자원을 발견하여 의미화실천에 중점을 두는 ‘담론이론’이다. 두 번째 패러다임은 문화생산에서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화의 정치경제학’론이다. 세 번째 패러다임은 푸코로 대표되는 ‘차이’의 (문화)정치학 입장이다.

그러나 홀에게 이 대안적 패러다임들은 모두 부족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문화주의와 구조주의 패러다임을 대체하거나 넘어설 유효한 문화연구의 패러다임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다만 홀이 서있는 입장인 그람시적 관점이 구조주의와 문화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두 패러다임의 강점을 통합할 수 있는 좁은 길이 아닐까라고 홀은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문화연구는 크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연구_두 가지 패러다임(홀) 발제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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