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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마지막 주이자, 20122/4분기의 마지막 날이었던 이번 세미나 모임에서,

저희는 <존재와 시간> 54쪽 세 번째 문단부터 56쪽 두 번째 문단까지 읽었습니다.

여느 때와 달리 불과 2쪽 정도만 짧게 읽은 건데요,

지난 후기에서 예고해드린 것처럼 즐거운 회식을 위해서였죠.

 

9시 쯤 공부를 마치고 저희는 연구실 근처에 있는 <樂樂>이라는 중국 요리집으로 향했습니다.

양장피, 탕수육, 군만두, 오향족발을 먹을 것으로 하고 고량주와 맥주를 마실 것으로 하여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며 그야말로 "樂樂"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개인적으론 그날 처음 마셔본 <煙台古釀>이란 술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알콜 도수가 34%로 꽤나 독한 술이었지만 목 넘김이 부드럽고 맛과 향이 달콤하더라고요.

혹자에 의하면 "전 세계의 술은 중국술과 중국술이 아닌 술,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하던데요,

정말 공감이 되는 명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현석 선생님께서 세미나에 복귀하신 기념으로 크게 한 턱 내셨습니다.

선생님, 맛있게 잘 먹고 잘 마셨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회식하는 중에 앞으로도 이런 뜻 깊은 시간을 분기별로 한 번씩 가져보자는 얘기가 나왔는데요.

그래서 여름이 끝날 무렵인 3/4분기 말에 다시 한 번 뭉치려고 합니다.

벌써부터 많이 기다려지네요.

 

 

지난 시간에 "-존재"(In-sein)의 어원적 의미를 잠시 살펴보았죠.

이 의미와 관련지어, 하이데거는 "곁에 있음"(Sein bei)'세계에 몰입함'으로 해석합니다.

그런 의미를 갖는 한에서 '곁에 있음''-존재'에 근거를 두고 있는 또 하나의 실존범주가 되지요.

 

그런데 우리는 일상 언어에서 "곁에 있음"이란 낱말을 이 같은 실존범주로 쓰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아무런 구별 없이 그냥 마음대로 섞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컨대 "책상이 문 곁에 있다", "의자가 벽을 만지고 있다"고 말하곤 하죠.

 

그러나 "곁에 있음"이나 "만지다"을 엄밀하게 사용해야 한다면, 위의 일상적 언어 사용은 잘못된 언어 사용이 됩니다.

왜냐하면 어떤 것 '곁에 있는' 존재자와 어떤 것을 "만지는" 존재자는 오직 인간 현존재에만 해당되기 때문이죠.

오직 내-존재의 존재양식을 갖는 존재자만이, 자신의 거기-있음과 더불어 세계가 발견되는 그런 존재자만이,

곧 인간 현존재만이 세계 내부의 전재적 존재자를 만질 수 있습니다.

책상이나 의자 같은 객관적 사물, 곧 전재적으로 존재하고 또한 무세계적으로 존재하는 사물은

서로 곁에 있을 수도 없고 서로 만질 수도 없습니다.

 

사실 인간 현존재도 어떤 경우에는 전재적으로 존재합니다.

가령 현대의 기술과 학문이 인간을 이용하고 연구하려고 하는 경우, 인간은 그렇게 변모하게 되죠.

현대 기술과 학문은 인간의 실존론적 존재 구성틀을 완전히 관심 밖에 두니까요.

 

그런데 하이데거는 여기서

기술과 학문이 대상이 되는 현존재의 전재성과 현존재 자신에게 고유한 "전재성"혼동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돌멩이가 사실적으로 현존하는 것과 인간 현존재가 고유한 방식으로 사실적으로 현존하는 것은

존재론적으로 완전히 다르고, 따라서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합니다.

현존재에 고유한 전재성을 가리켜, 하이데거는 "현사실성"(Faktizität)라고 부릅니다.

또 다시 새로운 개념이 나왔죠?

 

'현사실성'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우리 자신이 지금 현재 존재하고 있다는 생생한 사실,

우리에게 가장 확실하고 가장 직접적이며 가장 '눈앞에 있는'(전재적인) 것으로 느껴지고 확인되는 사실,

바로 이런 사실의 존재론적 구조를 뜻하는 개념입니다.

책상 위에 전재적으로 있는(눈앞에 있는) 책과 컵보다도,

내가 지금 현재 살아있다는 사실이 나 자신에게 훨씬 더 확실하고 훨씬 더 '눈앞에 있는'(전재적인) 것이죠.

(따라서 현존재에 고유한 전재성에서의 전재성이란 일종의 비유로 사용된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점을 의식해선지 하이데거도 그 개념을 인용부호로 표현하고 있죠.)

 

<존재와 시간>의 개요를 간략히 제시하는 본 절에서,

하이데거는 실존범주에 해당하는 -존재와 일반 범주에 해당하는 내부성’(Inwendigkeit) 간의 존재론적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현존재의 -존재가 어느 장소 안에 공간적으로 존재함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전 시간에 살펴보았습니다.

-존재가 공간적, 물질적 내부성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은 반대로 정신적, 심리적 내부성이 되지 않을까요?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죠.

인간이 안에 있다는 것은, 바로 그의 내면에 있는 정신을 가리킨다고 말이죠.

하지만 내-존재를 내면의 정신으로 해석하는 것은 심각한 오해입니다.

이렇게 해석하면 현존재의 공간성은 곧바로 외부에 있는 그의 신체성, 물체성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정신은 내부에 신체는 외부에 각각 연관 짓고, 내부의 정신이 외부의 신체로 옮겨가 합쳐진 것이 바로 인간이라고 하는

전통적 사고방식이 이런 잘못된 해석에서 나온 것이죠.

데카르트의 정신, 물질 이원론 철학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겠죠.

 

현존재의 공간성은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완전히 어둠 속에 남겨져 있을 뿐입니다.

오히려 현존재의 근본 구성틀인 세계--존재을 근거로 해서만, 그 존재자의 신체 현상과 공간성 현상이 제대로 해명될 수 있습니다.

제일 먼저 세계--존재를 현존재의 본질적 구조로서 명료하게 분석해야만,

이에 기초하여 현존재의 실존론적 공간성에 대한 통찰을 비로소 획득할 수 있는 것이죠.

이 실존론적 공간성은 <존재와 시간>의 제22~24절에서 자세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56쪽 마지막 문단부터 시작하여 제12절을 끝내고,

13절로 들어가서 60쪽까지 강독합니다.

 

그럼 7월의 첫째 주 토요일 저녁 7시에 다시 만나요.

월 회비도 잊지 말아주시고요.^^

 

세미나 문의는 O1O-7799-O181 또는 plateaux1000@hanmail.net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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