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푸르메입니다.
후기 쓰라고 반장이 막 뭐라고 그래서 컴터 앞에 앉았습니다.
어제는 따뜻했는데 오늘은 좀 쌀쌀하네요.
생각해보니 세미나 시작하고 처음 후기를 쓰는것 같습니다.
후기라 함은 세미나에서 느낀 점 혹은 감상 그런거죠?
세미나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감상은
'아 생물학 세미나가 지금 내 중요한 낙이로구나' 입니다.
비유적으로도, 실제로도 회색빛으로 가득한 --;; 제 일상에서 유일하게 높은 채도의 물질(?)들이 꿈틀대는 시간이랄까요.
왜 그러냐 하면
우선 새로운 발상이나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갑니다.
어제 토요일에는 진화의 기작과 계통구분과 종의 형성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지금 책을 보고 쓰는게 아니라서 저 세 주제가 단어상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요.
여튼, 오늘도 참 재미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진화의 기작에서는
유전자의 빈도를 계속 유지하는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가정인지에 대한 설명과
'적응도의 상황 의존성'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전자는 진화가 늘 일어날 수 있으며, 작은 변화의 경우 실시간으로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줘서 놀라웠습니다.
적응도의 상황 의존성 같은 경우, 한 개체의 적응도는 그 개체에 내재하는 속성이 아니라,
개체수를 비롯한 여러 환경에 의존하여 결정된다는 점을 알려줘서 놀라웠고요.
전 적응도는 드래곤볼에서 전투력 측정하듯이 내재하는 속성으로 쉽게 상상하곤 했거든요.
입이 비뚤어져 있어서 다른 물고기를 측면에서 공격하는 포식 물고기의 적응도를 둘러싼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우리가 쉽게 내재하는 속성으로 상상하는 많은 특징들이, 외부에 의존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계통구분에 대한 논의에서는
계통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구분 기준 혹은 자료로 형태나 발생과정 등을 사용한다는 설명에서,
앞으로도 이는 여러 논쟁에 열려 있는 주제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대적 프레임에 영향 받기 쉬운 분야인 것 같아서요.
뭐 제가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종의 분화에 대한 내용에서는
정말 사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차이들,
꽃이 위로 향해 있거나 밑으로 향해 있거나 or 꽃의 색깔 or 해당 종 운동 속도와 산악 지형 or 해당 종 개체수
등 다양한 것들이 종의 분화에 positive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자연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차이를 만들어내는데 참 익숙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의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확산 경향에 신비하고 아찔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점들이 인상깊었는데, 아마 다른 분들은 또 다른 것들에 감명을 받으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생물학 세미나가 그런 깨달음을 줘서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세상은, 자연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요로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저는 제가 아는 선에서 '세상은 이럴거야'하고 단순화 시켜버리는 나쁜 습관이 저도 모르게 생겼는데
생물학 세미나를 하면서 제가 섣불리 가정했던 것들이 자연학적으로도 말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아서 참 좋습니다.
이런 세미나 내용적인 측면에 더해서,
저는 생각지 못한 측면을 짚어내고 감동하고 설명해주는,
뛰어난 지적 능력을 지닌 개성 강한 동료 세미나원들이 있어서 늘 즐겁습니다.
제가 떠들고 말하는 걸 참 좋아하는 사람인데,(실제로도 좀 많이 떠들죠?^^;; 죄송해요)
요즘은 가만히 듣고 있어도 참 배우는게 많고 재미있습니다.
끝나고 차 한잔 하면서 사는 이야기 나누는 것도 참 좋고요.
이번에는 나무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네요. ㅋㅋㅋ
정현이를 위해 사진 하나 투척합니다.
지난 겨울에 지나가다가 파란 하늘에 눈 덮인 나무가 너무 예뻐서 찍어봤는데
이것도 무섭나?^^ 이건 안 무섭겠지?
세미나도 하고, 세미나 하는 김에 연구실 친구들도 만나고, 참 좋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생활에 색깔을 보충하고 갑니다. ㅋㅋ
여하튼, 담주는 나들이네요.
여란이가 좋은 장소를 정해준 것 같던데요.
기대됩니다! 거기서 뵙죠!
재미있게 공부하고 즐겁게 뒤풀이 하는! 생물학 세미나로 오세요!
그럼 다들 따뜻한 봄에 즐거운 한 주 되십시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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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o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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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롱
멋진 후기, 이쁜 사진 잘 읽고 잘 보고 갑니다~
생물학 세미나 넘 부러워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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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
ㅇㅇ 충전되는 기분이랄까요.
서로서로 잘 물들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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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제목부터 음성지원되네요 ㅎㅎ 생물학 세미나 하면서 생각조차 못했던 걸 조금씩 알게 돼서 참 신선상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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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ㅋㅋㅋㅋ 이제야 확인합니다 +_+ 저 나무.. 저 가지는 얇아보여서 괜찮은데 밑둥을 상상하니까 완전 무서워요......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포 사진입니다. ㅋㅋㅋ 그런데 공포 사진은 이상하게 무서워서 안보고 싶으면서도 자꾸 보고 확인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는거 같아요. 실제 나무는 무서우니까 안보는데 사진은 자꾸 보게 돼요...ㅋㅋㅋㅋ 생물학 전공서로 들어와 어렵고 딱딱해질줄 알았는데 더 재밌어 진거 같아요. 처음에는 저는 책이 그렇다면 그런줄 알고 공부하는 학생이어서 책을 읽고 어떤 말을 해야할지 어떤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고, 깊이있는 이야기 나누시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는데 이제는 저도 서서히 책을 조금 더 비판적(?)으로 읽어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고 궁금증을 가져보고 하게 되는거 같아요. 말을 많이해도 즐겁고 (저는 주로 잡담을 하지만 ㅋㅋ ㅠㅠ) 듣고만 있어도 생물학 세미나입니당!!!
후기를 읽고나니, 세미나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많이 되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전 세미나를 여러 개를 하고 있다보니 세미나 귀한줄 모르고 살고 있는데, 이렇게 지적/심적으로 도움을 받는다고 하시니,, 앞으로 열심히 준비해와야겠습니다. 마치 여자친구가 곁에 있을땐 소중한줄 모르지만, 헤어지고 나면 그 빈자리가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있을때 잘할걸 있을때 잘할걸..하지말고 세미나 하고 있을때 열심히 준비해와야겠습니다! 호호호...호호호... 생물학세미나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