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자료 :: 세미나의 발제ㆍ후기 게시판입니다. 첨부파일보다 텍스트로 올려주세요!


비트겐슈타인의 잊혀진 꿈을 ... 꿀..꿀 (꿈꾼다면 어떤 꿈일까 의 오타임) 

요즘(2/10 ~ 3/24) 논리철학논고의 표현부분을 진행했습니다. 3.31 계열 (3.31, 3.311~3.318) 에서 표현(상징, 3.31 명제의 뜻을 특징짓는 명제의 각 부분을 나는 표현(상징)이라고 부른다)을 따져보았지만, 아쉽게도 별 성과는 없어 보입니다. (세미나가 아닌, W가)     그에게는 불행히도 언어학의 의미론은 겨우 이름만 생긴 때라서 참고할 만한 성과가 거의 없었고, 논리학의 모델론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습니다. (논고는 1918년 완성, 1922년 출간) 따라서 W의 접근방식은 구문론적일 수 밖에 없겠지요.

어떤 명제가 무슨 의미를 가지느냐 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곤란한 것이 있습니다. 같은 뜻을 지닌 다른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수식은 모두 명제로 생각할 수 있으므로, 2 + 5 = 7 = 3 + 4, 즉, 7 이라는 같은 뜻을 2와 5 또는 3과 4를 써서 나타낼 수 있습니다. W의 방식인 “하나엔 하나씩만”을 계속 적용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럼 우리가 명제 (이걸 문장이나 수식으로 바꾸어 놓아 봅시다) 의 뜻은 어떻게 아는 걸까요? 우리말이나 간단한 사칙연산은 너무 당연해서 되려 파악이 어려우니, 외국어나 인수분해나 미적분을 생각해보면 좋겠지요. 이때는 부분으로 나누어서 각각의 뜻을 파악하고, 그걸 모아서 문법이나 수식 기호의 의미에 맞추어 전체 문장이나 수식의 뜻을 파악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외국어는 사전을 가지고 모르는 말의 뜻을 찾고, 문장 형식이나 관계사 등에 유의하면서 문장을 해석합니다. 이런 방식 역시 우리에겐 너무도 당연합니다. 요즘 들리는 인공지능의 번역방식인, 많은 문장을 모으고 그것들을 비교하며 참고해서 그 뜻을 파악해 낸다는 것은 우리에겐 익숙한 방식이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 W는 (특유의 현란한 기술을 발휘하면서) 그렇게 진행하고자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미 3.25, 3.251에서 명제를 이름으로 완전한 분석을 얘기했기에, 그것과 우리가 사전을 가지고 외국어 해석하는 방식이 같아서 이번에는 다르게 가보고 싶었던 걸까요?

 세미나 때 알게 된 라틴어 사전은 용례를 쭉 모아둔 것이랍니다. 궁금해하는 단어가 어떤 식으로 쓰였는가를 보고 독자가 스스로 알아보라는 것이지요. 당연히 일자무식인 상황에선 전혀 도움이 안되겠습니다만. 하지만 논고에서는 관심의 대상인 특정 표현을 포함하는 문장들을 쭉~ 모으곤 그대로 끝입니다. 이래서 그 표현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라는 단계로 나아가질 않습니다. 그 대신, 이렇게 문장들을 모을 때는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구문론적인 방식, 그 표현을 글자로만 인식하고 진행한다고 결론을 맺습니다. 이래서 별 성과없이 작업이 도중에 끝난 느낌이 든다고 세미나 때 서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럼 3.317 에는 거의 한 문장 전체가 굵은 글씨로 강조 표시가 된 것은 왜 그랬을까? 기왕 W 가 이 대목에선 별로 한 게 없다는 입장에 섰다면, 좀 더 나아 봅시다. 그건 이번에는 여기까지 생각했고, 제 딴에서도 미진한 내용이니까 다음에 여기서 더 나아가보자, 그래서 밑줄도 긋고, 별표도 해 뒀는데, 이걸 인쇄소 아저씨가 그만 “오, 중요한 구절이군” 하면서 인쇄를 저렇게 하셨다! 나중에 교정쇄를 받아들었지만, 왠지 밝히기엔 쑥스러워서 그냥 넘어갔고, 이래서 후대의 연구자들이 여기에 뭔 중대한 의미가 숨어 있지는 않을까 하며 골탕을 먹고 있다~!! (아주 드물게는 이런 정신 승리도 하며 즐겁게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같은 뜻을 가진 두 개의 표현이 가능한데, 그걸 우회하기 위해 한 표현을 담은 모든 문장을 다 모아보자, 이때에도 역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 표현이 있는 모든 문장> 이 다르게도 표현 될 수 있습니다. 그 표현을 글자로 바꾸어서 (예를 들면 5글자 라면) 각 글자가 담긴 문장들을 집합을 우선 만들고, 그것들의 교집합을 만들고, 그 안에서 저 5글자가 연속으로 오는 문장만을 뽑아 낼 수 있겠죠. 또는 괜히 한 글자를 추가하고는, 저 6글자가 각각 담긴 문장을 찾고, 그 다음에는 원래의 5글자만 연속으로 오는 문장들을 뽑습니다. 제가 얘기하는 것은 <특정 표현을 포함하는 모든 문장>을 규칙이라고 하면, 그걸 실행하는 다른 방식의 알고리즘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즉, 같은 규칙의 의미를 다르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총명하신 W께서는 이런 방식의 차이는 비본질적이다 라고 하셨지만요, 왠지 재미난 대목입니다.

 표현(상징)이 그냥 이름의 다른 표현(!)인지, 구나 절도 의미하는지, 요소명제 만인지, 혹여 괄호나 컴마 등도 의미하는 지는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반장님의 의견, 이 책의 해제를 쓰신 분의 견해, 그리고 세미나 원 각각의 생각이 다 다릅니다. 이건 좀 더 보면 확정이 될 것 같습니다. (당장 모르는 것은 나중에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미루고 참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어려운 텍스트와 씨름하는 세미나의 덕목이 아닐까요? ^^)

우리가 쓰는 문장은 W의 명제가 아닙니다. 그가 생각하는 이름 역시 우리가 아는 사물의 이름이나 단어의 명사가 아닙니다. 이상화된 보편언어를 가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수식은 다 명제려니 하며 세미나때 가끔 예로 들곤 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수학도 W는 언어처럼 보편수학표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렇다면 저 위의 2 + 3 = 5 (아니라구요??) 는 더 단순한 수학표기와 수학이름으로 분해될 수 있겠지요. 혹여 이렇게 접근한다면, 명제와 수식을 이름과 수학이름으로 완전한 분석을 하고, 그때에는 한 표현에도 단 하나의 (또는 유일한 한 덩어리의) 이름(원초기호)가 대응을 할 수도 있지는 않을까?? 대상과 이름의 일대일 대응이 이때에도 확장되어 적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이렇다면, 이름도 하나, 뜻을 표현하는 것도 하나, ... 아주 간명한 체계가 될 것입니다. 혹시 이것이 W의 꿈이 아니었을까요?

(얼핏 본 다음 논고의 부분에는 두 개의 상이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 같기는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세미나 때 파 봐야겠습니다.)

 W의 의도를 철학의 혼동된 부분을 밝혀서, 명확히 말해질 수 있는 것과 침묵해야 할 것을 구분하려는 작업으로 계속 얘기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뜩 혹시 이런 작업 이후에 다른 방식의 작업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명확한 부분을 확실하게 밝히고 (이게 논고라고 얘기됩니다), 그리곤 그걸 확장하는 겁니다! 마치 수학과 과학, 공학이 그러하듯이. 당장은 불분명해 보이는 곳도 명확한 부분으로 분해할 수 있는데 까지는 분해하고, 몇 가지 다른 방식이 결합된 것으로 해석하고 등등... 이렇게 확실한 부분으로 부터의 확장, 이런 방식도 크게는 분명히 생각해 봄직 하지 않나요? W의 논고를 누구보다 열렬히 찬양한 논리실증주의자도 그럴 의도로, 즉 출발점으로 논고를 삼고 싶어하지는 않았을까요? (논리실증주의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어서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랬는데, 막상 논고 출간 전부터 논고안에 아쉬운 부분도 있었겠고, 논고의 미진한 부분, 잘못된 부분(!) 등에 눈이 가게되니 다음 확장작업은 꿈도 못 꾸다가, 아예 방향을 후기 철학 방식으로 바꾸게 된 것은 아닐까 라는 막연한 생각이 갑자기 들게 되었네요. 그렇다면 W의 가지 못한 꿈의 길을 가 본다면, 논고에서 어디까지는 가져갈 수 있고, 어느 부분은 버려야겠고 ... 이런 시각으로 논고를 읽게 된다면 또 다른 견해와 생각과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서, 세미나나 책 읽기가 더 재미있고, 더 어렵고 ㅠㅠ 더 막연하고 더 허황되겠구나 싶습니다 ^^

 

봄날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처럼 막연한 글을 이렇게 길~게 적어 봅니다.

p.s. 자신의 분야가 전망이 어둡다던가 기울어가고 있다는 기분이 우울하겠죠? 그럼 어찌해야 할까? 그래도 이걸 계속 파서 뭔가 새로운 해결책이 나올 때 까지 버텨야할까? 아니면 다른 분야로 넘어갈까? 주변에 흔한 상황입니다. W는 이 책을 쓸 때엔 당시의 최신 방법론인 논리를 이용해서, 유서깊은 철학의 모호한 안개를 자신이 걷어낼 수 있다고 여기면서 자신만만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참고문헌이 없다시피 하니까요, 참고할 것이 없고, 내가 가는 길이 인류의 지성사의 새로운 길이다! 총명한 젊은이가 문자 그대로 삶과 죽음의 전장에서, 2차대전 참호속에서, 포로로 잡힌 수용소 안에서, 긴박하고도 거침없이 내딛은 발자취 였을테지요.

W의 이후 철학적 여정이 크게 바뀌었다는 소식과, 그가 전가의 보도 마냥 휘둘렀던 “논리적” 이란 분야의 흥망성쇠를 이리저리 귀동냥으로나마 들어 알고 있는, 거의 100년 후인 지금의 세미나에선 무엇을 꿈꿀 수 있을까요? 철학적 헛소리의 일소라는 표면적인 목표가 잘 달성되었는지? (이건 한때의 스승이었던 러셀의 꿈인 것 같군요) / 그를 두고 환호하고 추앙했던 사람처럼 지금의 작품을 이어 앞으로 나올 법 한 것들? (이건 논리실증주의자나 캠브리지의 사람들의 꿈이였겠지요?) / 나중에 크게 바뀐 후기 철학의 맹아를 찾아, 그의 학문적 연속성을 확인하는 것? (제 세미나 참가 의도이었습니다) / 세상과 언어를 이렇게도 볼 수 있고, 그걸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경험? (아마도 눈 선생님?) / 내 분야에 적용할 만한 금언이나 자세? / 고전으로서의 완성도? (나도 다음에 책을 쓴다면 이쯤은 써야지? 아마도 반장님? ^^) // 처음의 의도나 중간중간 드는 여러 감상들의 비중이 자주 바뀌어 감을 알게 되면서, 바뀐 계절과 주변 세상의 변화와 함께, 이 책의 일독까지 계속 다채롭고 깊어지는 꿈을 꾸~... 쿨쿨, ZZZ ~~

https://www.hallmarkecards.com/ecards/napping-day---march-12-npz5554  (큰 화면으로 봐 주세요^^)

(아차! 유니콘 대신 비스므리한, 알록달록이 입니다) https://www.hallmarkecards.com/ecards/caticorn-birthday-npg5123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99 [흄 세미나]3월 29일 영문원고 타락천사 2012.03.27 46782
3398 [언어학] 언어학세미나 6월 29일 후기 및 7월 6일 공지입니다 [1] 미선 2012.07.02 37144
3397 라깡주의 정신분석 세미나 <라깡의 욕막이론> 페미니즘 이론 발제문 [1] file 깨비 2012.05.02 35474
3396 riety of purpo gj 2013.10.31 31547
3395 [흄 세미나] 오성에 관하여 제4부 회의적 철학체계 1,2.3절 file 유심 2012.04.12 26211
3394 sigur ros 음악 소개시켜드리고 싶어요. [2] 놀이 2012.04.18 25612
3393 [횡단정신분석] 삐딱하게 보기 I-3. 욕망의 실재를 피하는 두 가지 방법 [1] file 생강 2013.02.01 22074
3392 [철학사세미나] 후기와 공지_키케로의 신들의 본성에 관하여 2권3권 [7] 미라 2013.06.29 21879
3391 [노마디즘세미나]3장 이중분절_1절 지층화와 이중분절_발제문_미라 [7] file 미라 2013.01.25 18840
3390 [라캉 세미나] 세미나11 4장~5장 발제문 [2] file 박모군 2011.11.15 15644
3389 [흄 세미나] 3월8일(목) 영문원고(오성에 관하여 서문과1부) 타락천사 2012.03.08 15176
3388 [문화연구세미나] 5월 31일 후기 file 꽁꽁이 2013.06.02 14948
3387 앙띠오이디푸스 영역판 id 2013.05.31 14434
3386 [철학사세미나]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4권 발제-박준영 file nomadia 2017.12.17 14314
3385 [칸트 세미나] 11월10일 발제문 file 타락천사 2011.11.10 14093
3384 [세네카 영어로 읽기] 1/10 후기와 1/17 공지 현실 2013.01.11 14035
3383 무엇을 위한 시인인가 파트3 file 상욱 2013.05.30 13920
3382 [문화연구세미나] <상상된 아메리카> 제4장(13-15절)에 대한 단평(오영진) 꽁꽁이 2013.06.01 13899
3381 [아침에 읽(고 떠드)는 철학] (처음~데카르트) 발제문 [2] file 2012.12.13 13312
3380 [하이데거강독] 12월 7일 세미나 후기 [1] 김민우 2013.12.10 1328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