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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다]말과 사물 읽기 - 후기

wonderland 2017.07.17 22:16 조회 수 : 271

안녕하세요. Alex 입니다. <말과 사물>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시간에 세미나 회원들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지난 시간 우리들은 서문과 1[시녀들] 대해 토론했었죠.  서문은 여러 분들이 지적했듯이,  매혹적이지만 쉽게 곁을 주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글인 같습니다. 쉽지 않음은, 가령 영미식 글쓰기와는 다르게, (transition words 자주 써줌으로써) 생각의 흐름이 바뀐다는 표시를 해주지 않는 프랑스 철학자들의 특성에서, 그리고 문단이나 문장 내에서도 생각이 자꾸 가지를 치고 뻗어나감으로써 확산되는 아이디어를 따라가다보면 지금 어디쯤 있는지 종종 길을 잃게 만드는 푸코식 글쓰기의 특성에서도 오는 같습니다. 저는 이럴 우선 모든 가지를 쳐내고 전체 글의 골격을 드러내보면, 이해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추려진 것은 그야말로 뼈대에 불과하고, 저자의 사유로 깊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글의 살이 되는 문장들의 뉘앙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역시 필수적임은 말할 것이 없겠죠. (저는 책의 한국어판 번역이 그런 뉘앙스를 살렸는가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일인입니다.^^)

그럼 서문의 골격을 시도해보겠습니다.

보르헤스의 텍스트 <어떤 중국 백과사전> 나오는 터무니 없는 분류법 => 언어와 인식의 가능 조건으로서의 공통의 장소상실 => 공간 없는 사유, 전혀 다른 사유의 가능성의 열림 => 새롭게 드러나는/해방되는 것은 사물들 사이의 내적 법칙으로서의 심층적 질서 => , 코드화된 시선과 반성적 해석 사이의 중간영역에서 발견되는, (언어, 지각, 실천에 선행하는) 순수한 질서의 존재 =>  질서의 경험이 책의 분석내용임. 인식,이론, 지식을 가능케 하는 선험적 조건으로서의 에피스테메 연구 => 서양문화의 에피스테메에 중대한 불연속이 차례 있었음. 르네상스와 고전주의 시대 사이에, 고전주의 시대와 우리가 속한 근대 사이에. => 언어/문법, 자연사/생물학, 교환/경제학의 분야를 중심으로 질서의 균열과 변이를 살펴보게 것임.

이렇게 뼈대를 정리해놓고, 이제 저자가 글을 순서가 아니라 뒤에서부터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논점을 연결해보면, 더욱 확연한 이해가 가능합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더군요.^^  매번 간접화법을 써야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저자의 목소리, 라고 추정되는 것을 재구성해보겠습니다.

나는 책에서 언어, 생물, 경제 분야에 초점을 맞춰 시기, 르네상스 시대, 17세기 중엽부터 시작되는 고전주의 시대, 그리고 19세기 초입에 열리는 우리의 근대성의 시대의 특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렇게 시대구분을 이유는 시기에 커다란 에피스테메 불연속적 전환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에피스테메란 무엇인가? 그것은 시대를 특징짓고 구성하는 담론들의 선험적 조건이다. 다시 말하면, 특정한 시기의 (넓은 의미의) 문화적 인식과 실천을 구성하는 것으로서의 지식의 밑바탕에 존재하는 어떤 질서이다. 그러한 질서는 가시적이고 표층적인 세계의 영역 사이에 놓여 있다. 이미 코드화되어 있는 시선으로 경험하는 세계의 영역과 그것에 대해 반성적으로 인식하고 해석하는 영역의 중간지대에서, 어떤 선험적이고 순수한 질서가 발견된다. 질서는 표층의 담론적 세계에 대비되면서 그것을 가능케하는 심층적 질서로서, 사물들 사이의 내적 법칙이다.   심층적 질서의 세계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정의상 우리의 표층적 인식의 한계 너머에 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우리의 상투적이고 일상적인 인식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만 드러나는 세계이다. 그러면 그러한 인식의 한계는 언제 다가오는가? 인식이 언어와 공간이 교차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라면, 언어가 공간을 차지하고 공간이 언어에 의해 분류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라면, 공간 없는 언어가 주어질 인식의 한계는 다가온다. 공간 없는 사유란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보르헤스의 <어떤 중국 백과사전> 나오는 분류법이 그것을 말해준다. 터무니 없는, ‘공통의 장소 상실한 언어, 그래서 말이 되지 못하는 언어와 마주칠 , 우리는 크게 웃는다. 그리고 동시에 언어와 인식의 사라짐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 불안이 바로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의 안내자이다. 왜냐하면 한계에 도달했을 느끼는 불안이야말로, 기존 인식의 지층에 균열을 내면서, 밑에서 무수한 다양체로 존재하는 질서로 인도하는 틈이 되기 때문이다. <말과 사물> 이렇게 보르헤스의 텍스트가 주는 웃음과 불안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서문의 앞과 뒤가 순환적으로 연결된 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면 즐거울 뿐입니다.^^  1 [시녀들]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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