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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하게 보기> I-3.  욕망의 실재를 피하는 두 가지 방법(104~140쪽)                                                                    발제: 이수정

                                                                                                   셜록 홈즈의 방법

탐정과 정신분석가

20년대에 일어난 전통적 ‘사실주의’소설의 몰락은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탐정이야기story(코난 도일, 체스터튼 등)로부터 탐정소설novel(크리스티, 세이어즈 등)로의 전이와 일치한다. 이런 일치는 우연일까, 아니면 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현대소설과 탐정소설은 선형적이고 일관성 있는 방식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의 불가능성, 사건들의 ‘사실주의적’ 연속성을 묘사하는 것의 불가능성이라는 형식적 문제를 중심에 두고 있다. 그러나 현대소설과 달리 탐정소설은 탐정의 ‘무오류성’과 ‘전지전능성’ 때문에 확고한 관습들의 지배를 받는 순수 오락물로 남는다. 하지만 탐정은 단순한 ‘직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추론’에 근거해 사건을 해결해야하는 사람으로서 정신분석가의 입장과 상응관계를 갖는다. 정신분석학 및 논리와 추론의 이야기는 같은 시기(20세기초 유럽)에 등장했다. 프로이트의 가장 유명한 환자 ‘늑대인간’에 의하면 프로이트는 셜록 홈즈를 참고했으며 라캉의 [에크리] 가 포우의 ‘도둑맞은 편지’로 시작한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단서

꿈의 해석은 “결핍의 장소-보유자”, 기표의 무의미의 지점을 분리해내는 것에서 출발해서, 드러난 꿈의 내용이 갖는 의미의 총체성이라는 허위적인 겉모습의 ‘자연스러움을 벗겨내고’ 흩어져버리게 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시 말해 ‘꿈 작업’에 이르도록 철저하게 파고들어서 꿈 작업 고유의 최종결과 삭제된 이질적인 요소들의 몽타주를 가시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한다. 이리하여 분석가의 절차와 탐정의 절차 사이에서 유사성을 도출해낼 수 있다. 탐정이 대면하게 되는 살인장면은 범행흔적을 없애기 위해 짜맞춰놓은 거짓 이미지이기 때문. 그 장면의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운 특성은 하나의 미끼다. 탐정의 임무는 바깥에 그대로 남아있으며 표면적인 이미지의 틀에 맞아떨어지지 않지만 주의를 끌지도 않는 세부들을 처음으로 폭로함으로써 그 자연스러움을 벗겨내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이 전체가 아닌 세부로부터 해석을 이끌어낸다는 프로이트의 주장과 일치한다. 단서들로부터 출발함으로써 탐정은 살인장면의 상상적 통일성이 암살자에 의해서 원래 그런 것인양 실행되었음을 밝혀낸다. 탐정은 그 장면을 이질적인 요소들의 브리콜라주로서 파악하는데 그 브리콜라주에서는 살인자의 미장센과 ‘실제 사건들’의 관련성이, 드러난 꿈의 내용과 잠재적인 꿈사고 간의, 혹은 그림 수수께끼의 직접적인 형상과 그 해답 간의 관련성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처음에는 사티로스의 춤추는 모습을, 그 다음에는 “튀루스는 그대의 것이다”를 의미하는 “사티로스”처럼 그 관련성은 오직 “이중적으로 각인된” 의미화 작용의 소재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왜 ‘잘못된 해답’이 불가피한가?

‘객관적인’ 과학자와는 반대로 탐정은 단순히 거짓된 외양을 지워버림으로써 진실에 도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그 거짓된 외양을 고려에 넣는다. 진실은 속임수의 영역 ‘너머’에 놓여있는 게 아니다. 진실은 ‘의도’ 속에, 바로 속임수의 상호주관적 기능 속에 있는 것이다.살인자의 언표작용의 입장이 나는 당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인 바로 그 지점에서 탐정은 마침내 자신의 메시지의 참된 의미를 살인자에게 되돌려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알고 있다고 추정되는 주체”로서의 탐정

탐정의 영역은 정신분석가의 영역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사실’의 영역이 아닌 의미의 영역이다. 탐정이 분석한 범죄 장면은 정의상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범죄장면은 다양한 단서들, 즉 뚜렷한 패턴없이 무의미하게 여기저기 산재하는 다양한 세부들(정신분석 과정에서 피분석가의 ‘자유연상들’과 마찬가지로)을 포함하고 있으며 탐정은 자신의 현존을 수단으로 해서만 이 모든 세부들이 거꾸로 의미를 획득하리라는 사실을 보장한다. 다시 말해 그의 ‘전지전능함’은 전이의 효과다.

탐정의 역할은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지는 것”을 입증하는 것, 다시 말해 외상적 충격을 재상징화하고 그것을 상징적 현실로 통합시키는 것이다. 탐정의 존재 그 자체가 비합법적인 진행순서를 합법적인 순서로 변형시키는 것, 다시말해 ‘정상 상태’의 재확립을 보장해준다.

탐정의 활동은 리비도적 가능성, 즉 그 집단의 각 사람이 ‘현실’의 차원에서 살인자일 수도 있다는 ‘내적’ 진실(즉 실제 살인자가 시체로써 구성된 집단의 욕망을 깨달은 것인 한, 우리는 우리 욕망의 무의식 속에서 살인자들이다)을 폐기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근본적인 비진실, 탐정의 ‘해결’이 갖는 실존적 허위가 있다. 즉 탐정은 사실에서의 진실과 우리의 욕망과 관련한 ‘내적’ 진실 간의 차이를 이용한다. 그는 사실들의 정확성 대신 ‘내면의’ 리비도적 진실과 타협하며 우리의 욕망이 실현됨에 따른 모든 죄에서 우리를 방면시켜주는 것이다. 탐정의 해결이 초래하는 엄청난 즐거움은 이같은 리비도의 획득,

그 해결로부터 얻은 일종의 잉여 이윤에서 결과하는 것이다. 우리의 욕망이 실현된 데다가 우리가 그 대가를 지불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정신분석가의 탐정의 대조점은 이처럼 분명하다. 정신분석가는 바로 우리가 자신의 욕망에 접근하기 위해 치러야만 하는 대가, 다시 말해 구원할 수 없는 상실(“상징적 거세”)과 우리를 대면시킨다. ‘알고 있다고 추정되는 주체’로서의 탐정이 기능하는 방식 도한 그에 따라 변한다. 단순히 현존함으로써 그가 보장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는 바로 우리가 어떠한 죄에 대해서는 방면되리라는 사실, 즉 우리의 욕망의 실현으로 인한 죄가 ‘속죄양’으로 ‘외화’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우리가 그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욕망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보장해준다.

                                                                                                         필립 말로우의 방법

고전적 탐정소설 대 비정파 탐정소설

보수를 요구함으로써 뒤팽은 편지를 소유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닥치는 ‘재앙’-상징적 그물망 속에 있는 장소-을 미리 방지해준다. 도입부에서부터 ‘연루되는’ 비정파 탐정은 반대로 그 순환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러한 연루는 바로 그의 주관적 입장을 규정한다. 그로 하여금 미스테리를 해결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가 명예에 대해 특정한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고 있다고 추정되는 주체’ (고전적 탐정)는 전이의 결과이며 일인칭으로는 그처럼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데 반해 비정파 소설에서는 탐정 자신에 의해 일인칭으로 서술된다.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 여자

필름 느와르에서의 요부의 운명, 즉 그녀의 최후의 히스테리적인 파멸은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라캉의 명제를 완벽하게 입증해주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의 징후”에 불과하며 그녀의 매력은 자신의 비존재의 공백을 위장해주는 것이므로 마지막에 그녀가 거절당하는 순간 그녀의 모든 존재론적 일관성은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바로 존재하지 않는 존재일 때, 다시 말해 히스테리적인 파멸을 통해서 그녀가 자신의 비존재를 받아들이는 그 순간에 그녀는 자신을 ‘주체’로서 구성한다. 히스테리화의 너머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장 순수한 죽음충동인 것이다. 칸트의 용어를 쓰자면 여자가 병적인 쾌락을 구현하고 있는 한, 특정한 환상의 틀 속에 들어가 있는 한, 여자는 남자에 대한 위협이 아니다. 위협의 진정한 크기는 우리가 환상을 가로지를 때, 즉 환상공간의 조화로움이 히스테리적 파멸에 의해 깨질 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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