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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니체세미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제 8장 국가에 대한 성찰 (아포리즘 438~471) 후기입니다.

 

세미나에서 논의 되었던 몇몇의 아포리즘 위주로 정리합니다.

세미나 시간에 논의되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저의 사적인 주관과 편견을 덧붙였습니다.

 

477번: 전쟁은 필수적인 것이다 (카이오스님)

전쟁의 대용품으로서 발굴여행, 횡단 항해 등과 같은 활동이 제시된 것은 흥미롭습니다. 요새도 격투기와 같은 스포츠가 인기가 있죠. 과연 전쟁 자체에 대한 욕구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일까요?

 

니체는 인간이 힘 자체에 대한 본능이 있기 때문에 공격과 살육, 승리등에서 오는 쾌락, 그것들을 추구하는 본능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도 스포츠를 즐기고 격투기나 투우와 같은 경기를 보기도 하죠. 우리 안에 야수성이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유전적인 요소일 수도 있겠지요.

 

논점을 약간 바꿔봅시다.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야수성, 파괴적인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전쟁은 필수불가결적인 요소일까요? 더 나은 문화의 획득을 위해, 인류는 야만상태로의 후퇴를 감내하면서까지 살육을 저질러야 하는 존재일까요? 사실, 니체는 선과 악이라는 개념에도 동의하지 않고 ‘힘’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힘의 투쟁’의 수단으로서의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보여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쟁을 ‘힘의 재 배치’ 과정으로 볼 수도 있겠고요.

 

따라서, 전쟁은 문명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니체의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니체는 국민국가의 영토전쟁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저 소유권 다툼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457번: 노예와 노동자 (우림님)

과연 노동자는 노예보다 행복한 존재일까요? 19세기의 노동자는 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내내 고강도의 일에만 메여 있었습니다. 노동 운동의 결과, 노동시간의 비약적인 단축을 이루어냈지만 요즘도 노동자들이 회사의 압력 혹은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를 혹사하곤 합니다. 니체는 노예들이 우리보다 더 행복했고 노동시간도 더 적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또한 노예의 존재에 대해 ‘인간의 존엄’을 이유로 항의, 부정하는 사람들은, 실은 ‘사랑스러운 허영심’을 그 동기로 하고 있다고도 이야기 합니다.

 

인간 존엄의 관점에서 노예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요즘의 상식이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자가 스스로를 착취하도록 권장합니다. 돈에 큰 가치를 두는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상, 더 많은 수입으로 이어지는 노동시간의 증가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렇다면 현대의 노동자들은 과거의 노예를 가엾게 여길만한 위치에 있는걸까요? 노예는 적어도 정규직이었습니다. J

 

 

473번: 수단의 관점에서 본 사회주의 (엇결과 순결님, 카이오스님)

이번 장에서 니체는 사회주의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인간의 소유 관련 문제를 정치라는 장으로 가져오는 데에 너무 몰입하고 있고, 그것이 전부인양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 전체에 비하면 너무나 협소한 부분일 뿐이고 결국 사회주의는 국가의/공동체의 기관으로 개조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주의는 결국 자본주의의 반시대성, 반작용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한계를 갖게 됩니다.

 

니체는 강제적인 새로운 분배가 아니라 점진적인 의식의 개조가 필요하며 (452) 조심스럽고 느린발전을 강조합니다. (450) 갑작스러운 변화들은 반쯤 유익하거나 무익한 것이며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죠. (464) 템포, 속도의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혁명’이라는 방식에 대해 부정적일 수 밖에 없겠지요.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과정, 즉 자본주의를 파괴하는 방식이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야 하겠으나, 당시의 사회주의는 ‘파괴’에 머물거나 ‘파괴’ 자체를 목적으로 하게 되며 이는 과도기적인, 불가피한 희생이 아니라 반시대성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니체가 맑시즘을 피상적으로 이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도 제시됩니다. 니체도 결국 당시의 사회주의 운동의 모습만을 보고 그에 대한 비판을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지요.

 

이야기는 흘러 흘러 맑스가 꿈꾼 혁명의 모습이 현대에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집니다. 지배 권력을 교체하기 위한 유혈혁명이라는 고정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협동조합과 같은 비 자본주의적인 요소가 사회에 많이 생기는 사회적 흐름이 자본주의의 ‘자본주의성’을 약화시는 것 또한 혁명의 형태가 될 수 있겠지요. 자본주의의 비합리성에 대한 자각, 즉 개인의 자각이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결국 니체가 강조하는 나를 초월하는 나 자신, 자유 정신의 획득 등은 결국 맑시즘과 맞닿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462 나의 유토피아 (연희님)

이 짧은 아포리즘은 휴머니스트 니체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고통의 스펙트럼에 따라, 개개인이 그고통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치에 따라 고통이 각각 다르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고된 노동과 궁핍에 익숙한 노예가 그것을 감당하고, 사유의 과정만으로도 고통에 휩싸이고 마는 철학자는 최소한의 고통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요? 니체가 말하는 정다한 고통의 분배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 것인지 궁금합니다.

 

479 명문귀족의 근원으로서의 부 (엔데님, 엇결과 순결님)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귀족은 어떤 모습일까요? 돈이 유한 계급을 만들고 그들이 문화를 만드는 현실에 대해 니체는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한 계급이 문화를 만드는 것일까요, 유한 계급이 만든 문화만이 ‘문화’ (혹은 예술, 문명)으로 인정받는 것일까요? ‘예술’이라는 이름에는 권력이 숨어있습니다. 소년시절에 구걸을 하고 굴욕을 당한 청년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지금 (힙합 음악),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만 한 아포리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잠시 휴식 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니체가 꿈꾼 국가는 어떤 형태인 것일까요? 스스로의 이타성을 믿는 사람들, 즉 자식을 가진 아버지의 이상은 더 위험한 것일까요? 우리는 목숨을 걸고 사냥과 전쟁을 했던 조상들처럼 고통과 수고 이후에 찾아오는 행복을 맛 볼만한 자격이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모두 행복한 순간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만 행복한 시대를 향해 나아갈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요?

 

이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I> 세미나가 한 주 남았습니다. 국가와 정치, 노동과 부, 니체와사회주의에 대해 시대를 뛰어넘는 논쟁점을 제시해 준 제 8장을 마치고, 이제 다음주에는 혼자 있는 사람’,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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