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첫 화요일을 아침부터 정신없이 시작한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운전해서 수유너머까지 잘 도착했다.
길치에 공간감각 부족한 내게 운전은 영원히 초보일 듯 싶다.
그림이 있는 글쓰기는 무척 기대가 되는, 그리고 함께 하고 싶었던 세미나였다.
튜터님이 진행한 '기형도 시 세미나'를 통해 시를 읽고 작가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기에 그 다음 세미나가 있었으면 했는데 그 바람이 이뤄져서 다행이다.
1층 세미나룸이 꽉 찼다. 인원도, 열기도, 장난스러움도, 웃음도
이런 공간안에서 함께 나눌 언어들, 문장들이 기대되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리라.
'현대사회에서 문맹은 글을 못 읽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못 읽는 것이다' 라는 발터 벤야민의 말로 튜터님은 처음을 시작했다.
인간의 내면을, 진실을 표현하는 소통의 도구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 우리가 함께 하게 될 '그림, 이미지'는 다다이즘의 '다다'가 프랑스어로 목마를 뜻하는 것처럼 장난스러운 움직임이 될 것이다.
첫 시간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보며
1. '이름 부정하기, 이름 새로 짓기'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라는 제목이 붙은 파이프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가장 많은 웃음과 공감을 가져온 건 파이프로 담배를 피우면 글(언어)의 씨앗이 나온다는 생각이었다.
머릿 속으로 장면이 그대로 그려진다.
첫 그림을 시작으로 순례, 붉은 모델, 보이고 싶은 곳의 저장고 등의 그림을 보고 우리는 다양한 해석을 하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했다.
2. 권리 부여하기
이상해질 권리, 사고뭉치가 될 권리, 나쁜 사람이 될 권리 등
조각난 문장과 글자를 조합해서 새로운 문장 만들기를 했다. 낯설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문장과 단어의 조합.
얼마나 멋진 문장이 되었는지, 내가 건진 문장은 '꽃 한 이파리씩 누워있는 바다를 담고 있네.' 였다.
머리가 복잡하고, 글이 써지지 않을 때 우리는 이것을 해결할 창의적이고 즐거운 해결책을 발견한 셈이다.
3. 언어의 창조자
바퀴벌레가 휴대폰이 되고, 손이 무지개가 되고 스위치가 모자가 되는 등
언어에도 권리를 부여해서 내 맘대로 사용했다.
인생은 단어를 바꾸는 일, 단어는 삶의 조각들, 그것을 조율하는 자 바로 당신.
4. 그림으로 떠오르는 생각 잡기
여러 이미지 중 나를 아프게 하는 그림 하나를 골라 글을 썼다.
정해진 시간안에 손 가는 대로, 마음가는대로,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간
5. 행복한 설렘
첫 세미나를 마치며 무척 즐겁고 행복했다. 3시간이 너무 금방 지나가버려 아쉬울 정도로.
르네 마그리트가 이미지와 대상 그리고 언어의 관계에 질문을 던지는 자라면 우리는 기꺼이 그 질문에 답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질 준비가 되었다.
행복한 나들이로 설레게 될 앞으로의 남은 시간도 무척 기대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웃음이 난다.
댓글 4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240 | 글쓰기 세미나-반달이 | lavabo | 2022.01.29 | 3250 |
3239 | [글쓰기 세미나] 무제 | 사각사각 | 2022.01.21 | 5802 |
3238 | [비평과 진단] 모피를 입은 비너스 | 물든흔적 | 2022.01.21 | 96 |
3237 | [글쓰기 세미나] 덕질하는 마음 | 날날 | 2021.12.23 | 2365 |
3236 | 비평과 진단, 이름 붙일 수 없는 자, 발제 | cla22ic | 2021.10.22 | 199 |
3235 | [글쓰기 세미나] 사피엔스 3~4부 소감(?) | 기침 | 2021.10.21 | 1113 |
3234 | [비평과 진단] 사뮈엘 베케트 <말론은 죽다> 후기 | 드넓은 | 2021.10.16 | 138 |
3233 | 비평과진단, 말론 죽다, 발제문 | cla22ic | 2021.10.15 | 91 |
3232 | [비평과 진단] 사뮈엘 베케트 <몰로이>2부 후기 | 필아 | 2021.10.10 | 70 |
3231 | [비평과 진단] 사뮈엘 베케트 <몰로이>2부 발제 | 필아 | 2021.10.08 | 105 |
3230 | [비평과 진단] 몰로이 후기 | 라우승 | 2021.10.06 | 228 |
3229 | [비평과 진단] 사뮈엘 베케트 <몰로이> 발제 | 라우승 | 2021.10.01 | 299 |
3228 | [글쓰기세미나_i write] 집_세번째 이야기 | 생강 | 2021.09.26 | 404 |
3227 | [비평과 진단] 발제: 4.베케트, 5.칸트, 6.로렌스 | oracle | 2021.09.24 | 139 |
3226 | [글쓰기세미나_i write] 사피엔스를 읽고 (김지호) | 생강 | 2021.09.23 | 261 |
3225 | [글쓰기세미나_i write] 집_두번째 이야기 | 생강 | 2021.09.17 | 404 |
3224 | 문학, 비평과 진단읽기 후기 | 물든흔적 | 2021.09.12 | 96 |
3223 | {문학과 비평} 거울나라 앨리스 발제 | 박영경 | 2021.09.08 | 67 |
3222 | [글쓰기 세미나] 집 [1] | 생강 | 2021.09.06 | 472 |
3221 | [문학,비평과진단읽기] 발제 이상한-앨리스 | 황정 | 2021.09.03 | 86 |
공감 백배가는 글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