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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특별세미나]후기.. 에세이 발표

hector 2019.02.22 14:16 조회 수 : 133

1: 至人無己 神人無功 聖人無名
지인은 자기가 없고, 신인은 공이 없고, 성인은 이름이 없다.

장자 소유유에 나오는 문장이다. 주어 술어구조의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는 방법은 2가지이다. 주어를 중심으로 읽는 법과 술어를 중심으로 읽는 방법이 있다.
주어를 중심으로 읽으면, 지인(至人), 신인(神人), 성인(聖人)에 주목하게 된다.
지인, 신인, 성인이라는 이름에서, 보통사람을 초월한 대단한 위치에 있는 존재를 생각하게 된다.
주어를 중심으로 읽게 되면, 초월자, 초인, ubermencsh를 연상하게 되고, 장자는 니체와 맥이 닿는다.

술어를 중심으로 읽어보면, 자기가 없고(無己), 공이 없고(無功), 이름이 없음(無名)에 주목하게 된다.
자기를 없으려면, 자기를 버려야 하고, 공이 없으려면 공을 버려야 하고, 이름이 없으려면 이름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하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술어를 중심으로 읽으면, 지인과 신인과 성인은 하찮은 사람이고,
일반사람을 뛰어넘는 사람이 아니라, 일반사람 중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이다.

문장의 주어와 술어를 바꾸어 본다.
無己至人: 자기가 없으면 지인이고
無功神人: 공적이 없으면 신인이고
無名聖人: 이름이 없으면 성인이다.

주어와 술어를 바꾸면 지인과 신인과 성인의 느낌이 달라진다.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해, 잡초라고 불리는 그것들이 성인이다.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해, 잡어(雜魚)라 불리는 물고기들이 성인이다.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무명씨들이 성인이다.

주어와 술어를 바꾸어 보면, 내 주위에 있는 사람중에 성인 아닌 사람이 없고,  신인 아닌 사람이 없다.
TV에 나와서 좀 유명해진 사람 빼고 다 지인이고 신인이고 성인이다. 
여기에서  역설적인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없는 놈((無己, 無功, 無名))이 가장 있는 놈(至人, 神人, 聖人)이라는 역설구조가 나온다.
‘가장 없는 놈이 가장 있는 놈’ 이라는 문장은 모순이다.
그래서, 이 문장은 모든 의미를 포함한다.
‘가장 있는 놈’에 주목해도, 이대로 하나의 세계가 나오고, 가장 없는 놈에 주목해도 이대로 하나의 세계가 나온다.
장자가 소요유에 숨겨 놓은 역설이다.

2: 노자의 역설, 장자의 역설

노자 도덕경은 역설을 품고 있다.
노자 도덕경을 읽고, ‘노자철학은 이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순간 노자의 역설에 걸린다.
‘노자철학은 이것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상도(常道)와 상명(常名)을 말한 것이고
상도와 상명을 말하는 순간 그것은 도(道)도 아니고 명(名)도 아니다.
‘노자철학은 이것이다.’ 라고 말하는 순간 그것은 노자 철학이 아니다.

장자 역시 역설을 품고 있다.
소요유의 붕새 이야기에 역설이 숨어 있다.
이 역설을 파악하려면 붕새 이야기를 앞에서부터 읽어보고, 뒤에서부터 읽어 보면 된다.
뒤에서부터 읽을 때, 붕새는 지인되기도 신인되기도 성인되기도 불가능한 안타까운 존재가 된다.
한 번 날아오르리 위해 의존하는 게 너무 많아서, 무(無)가 되기는 어렵기때문이다.

장자는 왜 자신의 글에 역설을 숨겨 놓았을까?
내가 생각하는 가설은 이렇다. (이 가설은 사기열전에 나오는 장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맥락을 만들어 본 것이다.)
장자라는 책은 현대를 사는 우리를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니다.
그 당시 제후나 장자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다.
초나라 왕은 장자에게 정치참여를 원했고, 장자는 정치참여를 바라지 않았다.
제후의 명령을 계속 거절할 수 없는 법. 그래서 장자는 글을 써서 바친다.
정치참여를 글로 대신한 것이다. 
이렇게 왕에게 바친 글들을 모으고, 제자들에게 준 글들을 모아 ‘장자’라는 책이 완성되었을 것이다.
장자는 제후에게 글을 바치면서, 이 글 안에 역설을 숨겨 두었다.
제후는 장자가 바친 글을 읽으면서 자신이 지인, 진인, 성인, 신인급의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의 구조로 보면 제후는 지인, 진인, 성인, 신인과는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다.
장자는 제후에게 빅엿(big 엿)을 선사한 것이다.
“엿먹어라! 제후여!!”

3: 장자가 던져준 엿을 장자에게 되돌려 주는 방법.

장자를 읽고 불편할 수도 있다.
장자가 제후에게 준 빅엿을 대신 먹고, 소화를 못 시키기 때문이다.
장자는 조심히 읽어야 한다. 안 그러면 제후가 먹을 빅엿을 내가 먹게 된다.
빅엿은 제후의 몫이다. 우리 것이 아니다.

세미나원이 발표한 에세이를 읽으면서, 장자가 던져준 엿을 장자에게 되돌려 주는 법을 알게 되었다.
이 방법을 알게 되고, 속이 통쾌하고 시원했다.
이렇게 통쾌한 경험을 한 날은 잠도 잘 안 온다.
장자에게 엿을 되돌려 주는 법을 알려준 세미나원들께 감사를 보냅니다.

장자에게 엿을 되돌려 주는 방법이다. 간단하다.
가. 난 장자를 모른다고 말한다.
나. 그리고 장자에 대해 에세이를 쓴다.

이렇게 하면 장자에게 엿을 돌려줄 수 있다.
저승에서 장자를 만났다고 가정해 보자.
장자가 나에게 할 질문은 둘 중 하나이다.
A.너는 장자를 모르지?
B: 너 장자도 모르면서 잘난 척 했지?

장자가 A를 질문하면 나는 나.로 답한다.
장자: 너 장자를 모르지?
나: 나 장자로 에세이 쓴 사람이예요.


장자가 B로 질문하면 나는 가.로 답한다.
장자: 너 장자를 모르면서 잘난 척 했지?
나: 난 장자를 모른다고 솔직히 고백 했어요.

장자가 숨겨놓은 역설은 역설로 대응하면 된다.
이로써 난 장자를 마음대로 지껄일 자격을 얻었다.
처음에 ‘난 장자를 몰라요.’ 라고 말한 다음 마음대로 지껄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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