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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특별세미나]소요유 후기

hector 2019.02.15 04:20 조회 수 : 203

장자 소요유(逍遙遊) 첫 부분은 유명한 물고기 곤(鯤)과 붕(鵬)새 이야기 이다.
이 이야기는 두가지 방법으로 읽어야 한다. 한 번은 앞에서부터, 다른 한 번은 뒤에서부터.
세미나 시간에는 앞에서부터 읽었으므로, 후기는 뒤에서부터 읽고 해석해 본다.

1: 至人無己, 神人無功, 聖人無名
지인은 자기가 없고, 신인은 공을 세우지 않으며, 성인은 이름을 구하지 않는다.

지인이나 신인, 성인의 특징은 공(功)이 없고, 자기도 없고 이름(名)도 없다.
지인이나 신인, 선인보다 한 등급 떨어지는 게 열자(列子)다. 장자에서 열자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此雖免乎行, 猶有所待者也
하지만 몸소 걸어다니는 번거로움은 면했으나 여전히 의존할 대상이 있는 자였다.

열자는 의존하는 바가 있기 떄문에, 지인, 신인, 성인의 단계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이다.
열자보다 한 단계 떨어지는 단계에 송영자(宋榮子)가 있다. 송영자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且擧世而譽之而不加勸, 擧世而非之而不加沮
그는 온 세상 사람들이 칭찬해도 더 애쓰는 일이없고,  모두가 헐뜯어도 실망하지 않는다.

송영자는 열자와 비슷한 단계로 보이지만, 열자처럼 가벼워서 15일간 하늘을 날아다니지는 못한다.
몸이 무거운 상황이다. 열자급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가벼워 져야 한다.  

송영자 아래 단계에는 구제 불능한 붕새가 있다.
붕새는 곤이라는 물고기가 변한 것이므로, 붕새에 대해 이야기 하면, 곤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鵬之背, 不知其幾千里也
붕의 등 넓이도 몇 천리에 달하는지 알 수 없었다.

붕은 커도 너무 크다. 열자처럼 가볍지 않다. 한 번 움직이려면, 의존하는 바가 굉장히 많다.
장자에는 붕새가 의존해야 하는 바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風之積也不厚, 則其負大翼也無力
이와 마찬가지로 바람이 두텁게 쌓이지 않으면 붕과 같이 큰 날개를 지탱할 수가 없다.
故九萬里, 則風斯在下矣, 而後乃今培風
따라서 붕은 단번에 구만리를 솟구쳐 바람이 아래에 충분히 쌓이게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바람을 탄다.

붕새는 한 번 움직이기가 힘들다.
날기 위해서는 구만리 상공으로 올라가야 한다.
구만리 상공으로 올라간 후에야, 비로소 날 수 있다.
세상에 의존하는 바가 무척 크다.
이래서, 붕새는 지인되기도 신인되기도, 성인되기도 어렵다. 붕새는 이미 텃다.

지상에 사는 날아다니는 생물 중, 지인이나, 신인, 성인에 가장 가까운 것은 매미이다.
매미는 공(功)이 쌓이지 않아도 날 수 있다.
물고기에서 새로 변하지도 않는다.
6개월 동안 날아다닐 필요도 없다.
대지(大知)가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근심이 없고, 행복하다.
매미보다 조금 무거운 비둘기도 지인, 신인, 성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매추라기도 가능성이 있다.
매미나 비둘기 메추라기는 붕새를 보고 비난하지 않는다. 대신 웃어주고 격려한다.
붕새는 매미나 비둘기, 메추라기를 보고 웃을 여유조차 없다.
일단 날기 위해서는, 구만리 상공으로 올라가는 데, 언제 매미나 비둘기, 메추라기를 볼 여유가 있겠는가?

2: 장자는 소요유 붕새 이야기를 뒤에서 읽어 보라고 암시한다.  다음 부분에 이것이 암시되고 있다.

天之蒼蒼(천지창창) , 其正色邪
푸르른 하늘빛은 바로 하늘이 띠고있는 빛깔일까?
其視下也, 亦若是則已矣
그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아도 또한 이와 같을 따름이다

아래에서 위에 있는 하늘을 보면, 파랗게 보이는 데, 위에서 아래를 봐도 역시 파랗게 보인다.
보는 것은 서로 상대적일 뿐이다.
구만리 상공에 있는 붕새는 A급이고, 그 아래에 있는 매미, 비둘기, 메추라기는 C급인가?.
지상에 있는 매미, 비둘기, 메추라기 입장에서 보면, 구만리 상공에 있는 붕새가 C급이고,
구만리 위에 있는 붕새 입장에서 보면, 매미, 비둘기, 메추라기가 C급이다.
붕새와 그 상대편에 있는 매미 비둘기 메추라기 사이에는 위계가 없다. 위계는 모두 상대적일 뿐이다.

소요유 붕새이야기를 처음부터 읽으면, 붕새가 멋있어 보인다.
붕새가 되고 싶고, 6개월 동안 남쪽으로 날아가고 싶다.
그러나, 붕새이야기를 뒤에서부터 읽어보면 단번에 깨닫게 된다. 붕새는 신인되기는 글러먹었다는 것을 말이다.
붕새는 공(功)의 쌓임이 무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만리를 솟구치는 데 얼마나 많은 공이 들겠는가.
이렇게 많은 공이 필요한데, 무공(無功)이어야 하는 신인이 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장자는 붕새의 삶이 비천하다고 욕하지 않는다.
최고의 미녀 서시와 추녀를 동등하게 보는 사람이 장자라고 보면,
장자는 신인이 되기에는 불가능한 붕새와 신인에 가까운 매미사이에 우열을 두지 않느다. 
나도 오늘까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 생각은 뒤풀이에서 무너졌다.

뒤풀이에는 자기가 메추라기라고 생각하는 세미나 성원들이 뭉쳤다.
그들은 모두 붕새를 안타까워 했다.
- 붕새는 순발력이 둔해 요즘 같은 시대에 뒤쳐지기 쉽상이다.
- 붕새는 한 번 날기 위해 구만리를 솟구쳐야 하기에 부상이 많다.
- 붕새를 배워서, 붕새 흉내내라고 메추라기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는 데, 이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안 좋은 사회이다.
- 매추라기에게 붕새가 되어야 한다는 사람들은 의도가 불순하다. 메추라기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다.  

이 정도 말을 듣고, 붕새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불쌍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대성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붕새가 불쌍해 졌다.

“붕새 같은 애들은 친구가 없어요.
혼자만 높이 올라가니까, 욕만 먹어요.
혼자만 다녀서 외롭고요,
메추라기 같은 2등 그룹이 친구도 많고, 행복하게 살아요.”

붕새가 불쌍해진 난, 다음 주 뒤풀이 때, 불쌍한 붕새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아무도 호응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그게 맞는 거 같다.
붕새는 붕새의 인생이 있다. 붕새에게 맞기자. 우리 기준으로 붕새를 평가하지 말자.

소지(小知)는 대지(大知)에 미치지 못하다.
그렇다고, 소지(小知)가 대지(大知)보다 열등한 것이 아니다.
대지가 소지보다 우월하다고 할 때, 평균 적인 것이 평균에 벗어난 것 보다 우월하며,
거대담론이 일상의 이야기보다 우월하며,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우월하며,
추상적인 것이 구체적인 것 보다 우월하다고 보게 된다.

지식을 위계질서 아래에 두고, 사람을 위계질서 안에 묶는다.
위계 질서가 높은 것은 고귀하고, 위계질서가 낮은 것은 열등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장자가 주장하는 내용이 아니다.

장자 세미나의 spin off 세미나로 사마천의 ‘사기열전’ 강독이 3월 4일 월요일부터 시작된다.
‘사가열전’은 세상에서 붕새로 자처하는 이들이 잡놈으로 분류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붕새들이 잡놈이라 열등한 존재로 보았지만, 사마천은 이들을 동등하게 다루어 주었다.
그래서, 사기열전을 기록한 정신은 장자와 통한다.
이 시대에 살면서, 자신이 메추라기라 생각하는 분들, 붕새로 자처하는 이들이 측은한 사람들은 spin off 세미나에 참여를 바란다.

3: 뒤풀이에 달공 김 서로 선생이 합류했다.
이 분이 신(神)을 원숭이로 만드는 방법을 알여 주었다.

일단, 제물론에 나오는유명한 조삼모사(朝三暮四) 고사를 알아야 한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狙公이 도토리를 원숭이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모두 성을 냈다.
그래서 다시,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하였다.

달공선생은 이를 다음 처럼 이야기 했다.  

신도가 신(神)에게 물었다.
“술먹고, 기도하면 될까요?” 신이 화를 냈다.
그래서 다시, “그렇다면 기도하는 중간에 술을 먹어도 될까요?” 하자 신이 기뻐했다.

이 말을 들은 담연선생은 달공 선생을 다음 주 세미나에 초빙했고, 달공 선생은 흔쾌히 허락했다.
다음 주에는 달공 선생의 발표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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