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못지않게 우리의 살고자 하는 의지에 찬물을 끼얹어주는 명저인것 같다. 주변의 많은 동물과 경쟁 종들을 몰살시키고 살아남은, 지구상에서 가장 잔인무도한 생명체 호모 사피엔스가 다름 아닌 유전자 운반통에 불과하다니요 !!!
하지만 이러한 한탄과 허무감은 신기하고 재미난 책읽기 속에서 곧 잊혀져버리고 말았다. 지난 시간에는 이기적 유전자의 6,7,8 장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었다.
6장을 읽고 나면 가족과 친인척들의 존재가 달리 보이는 신기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해밀턴(W. I. Hamilton)이라는 탁월한 학자가 발표한 유전자근친도(2인의 친족이 1개의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 계산법에 따르면 나와 일란성 쌍생아의 근친도는 1, 부모, 자식, 형제자매간의 근친도는 모두 1/2이 된다. 사촌만 되어도 1/8로 훅 떨어지고 육촌보다 멀어지면 혈연관계가 별 의미 없어진다. 같은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이 50%나 된다니... 유전자의 입장에서보면 부모자식 형제자매는 소중하고 귀한 DNA를 나누어 가진 사람들... 서로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빛은 애틋하기 짝이 없어라!!!
7장은 동물의 산아제한이 집단을 위한 이타적인 행위인가 아니면 유전자의 이기성 때문인가에 대한 논의가 펼쳐진다.
자연 상태에서 적절한 개체수를 유지해 나가는 동물들의 사례가 신비롭게 다가왔다. 특히 인근에 사는 개체들이 가끔 함께 집결해 서로 쪽수를 세어보고 밀도를 감지하는 "현시행동"을 한다는 주장은 참으로 매혹적이다. 하지만 저자는 "집단선택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증거라도 유전자의 이기성을 설명하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 결국, 동물의 가족계획은 자기 새끼를 많이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8장에는 우리들의 어린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 많다.
부모가 자식을 편애하는 것이 유전자 보전에 이로운가? 모든 자식과의 근친도는 똑같이 1/2이므로 이론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봐야 하지만 부모의 행동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듯 하다. 많은 새들이 크고 튼튼한 새끼를 중심으로 먹이를 주듯이... 이 책의 입장에서 본다면 유전자를 잘 보전하고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은 자식에게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다. 먹이를 더 먹기 위해 부모를 속이는 자식과 이에 속지 않으려는 부모의 싸움.... 여기에서 승자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최종적으로 서로에게 기대하는 이상적 상태에서 타협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철없던 어린시절에 대한 반성이 살짝 솟아오른다. "엄마 아빠, 어릴때 맨날 거짓말한거 미안해요... 하지만 모두 이기적인 유전자 때문이었어욧! " 하지만 이기적인 유전자들로 가득한 사피엔스는 지난날에 대한 숭고한 반성으로 하루를 마감하지 않는다. "음.. 그래서 나보다 언니를 더 이뻐했구만ㅋ... 언니만 외국보내주고 ㅠㅜ.... 그랬어? .. 그래서 그랬던 거였어?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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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 ~~
그림이 있어 더욱 세미나시간이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첫번째 그림의 가족은 네안데르탈인들인가요?
발제하신 거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해주셨군요!!
수고많으셨고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