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OK OF SILENCE(2014)
조슈아 오펜하이어 감독의 “침묵의 시선”. 이 영화는 1965년부터 2년 정도 자행된 인도네시아 군부정권의 학살사건 피해를 다루었지만 감독은 덴마크 사람이다. 인도네시아의 역사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나로선 어쩌다 덴마크 감독이 먼 인도네시아 현대사의 다큐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 사묻 궁금하다.
제목처럼 영화는 첫 장면부터 안경을 맞추는 장면을 빌어 ‘시선’이라는 주제에 접근한다. 주인공은 100만명의 피해자 가운데 한 사람의 동생으로, 그는 형과 일면식도 없다. 어머니의 평생 恨인 ‘억울한 형의 죽음’을 자신의 방법으로 밝히고, 관중들은 그 과정을 통해 야만적인 폭력 앞에 힘없이 당하는 보통의 시민들을 본다. 역사는 엄청난 이런 사건을 모른 척 덮어두고 사건과 직, 간접 책임이 있는 권력자들은 여전히 모든 것을 누리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지나간 과거사를 묻는 것은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짓이라고 일축한다. 심지어 그때는 그런 행동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정당화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우리 사회의 일면과 어쩌면 이리도 닮아있는지 놀라고 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다 같다더니...
극영화가 아닌지라 당시의 끔직한 학살 장면을 영상으로 재현하지 않았지만, 실존 인물의 상세한 설명은 百闻不如一見이라는 말을 부정하게 했다. 보는 것보다 훨씬 잔인성을 몸서리치게 느낄 수 있는 연출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잔인한 장면에 굉장히 신경이 약하다. 그런 영화는 일부러 피하는 편이라 영화를 보는 내내 속이 편치 않아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았다. 이처럼 영화리뷰를 쓰기도 쉽지 않았고 그 영화를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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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샘, 보는 내내 힘들어하셨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기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도연맹 사건, 제주 4.3, 광주의 학살 등...이 땅에서도 비슷한 비극을 겪었기에 더욱 자신의 일처럼 힘겨우셨을 거 같습니다.
토요영감회 세미나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선, 기억한다는 것, 역사의 반복, 선과 악의 개념 등 폭넓게 이야기하며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자 했는데..
지난 <액트오브킬링> 때 못 오셔서 이런 이야기들이 미처 충분히 공유되지 못한 듯도 하네요.ㅠ
그리고, 혹시 읽는 분들이 오해하실까봐 위의 영화 정보 몇가지 바로잡는다면, 조슈아 오펜하이머는 미국인이고, 덴마크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덴마크의 펀드를 받았는지 제작국가는 덴마크로 표기되어 있군요. 그는 인도네시아 친구를 통해 이런 학살의 역사를 접하고, 7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지내며 <액트오브킬링>과 <침묵의 시선> 두 편의 연작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