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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과 철학」세미나 첫시간 후기

로라 2019.03.10 12:54 조회 수 : 220

생명과학과 철학 세미나 첫시간 (2019.03.08.) 후기

 -생명이란 무엇인가? 1,2,3장

 

‘꿈틀 꿈틀’ , “뿅~~~”

대략 39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한지 6억년 정도가 지난 어느 날, 생명의 재료만 만연하고 기운만 감돌던 지구 표면에 물과 기름처럼 막을 형성하면서 생명체가 세상으로 내던져졌다. 자신을 밖으로 내던진 지구가 어디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생명체는 다시는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직면한 상대는 자신을 소멸시키려 달려드는 열역학 제 2법칙.

태어나자마자 흩어지지 않고 자신을 조직해내기 위해 필사적인 움직임을 거듭해야했던 생명체는 태양광과 주변의 물질을 이용한 대사작용을 통하여 음의 엔트로피를 만들어내고 이 에너지 소산구조를 가지고 끊임없이 자기를 수선하고 만들어내며(Autopoiesis) 진화를 하게 된다.

이것이 린 마굴리스가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이야기하는 생명 탄생의 창세기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진화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는 임의적인 유전자 변화에 의해 맹목적이고 우연한 돌연변이가 새로운 진화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인데, 린 마굴리스는 다르게 주장한다. 진화에 나타난 도약은 별개의 진화 계통을 통해 발달한 정교한 구성 요소들 간의 “공생적 합병”으로 달성된 것이라는 것.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 선택’도 이런 진화적 혁신 과정의 결과이지 그 것이 진화의 원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구의 생물은 아서 캐스틀러가 홀러키홀론 개념으로 주장하듯 완성된 형태로 창조된 계층조직이 아니라 지구 생명체의 조합과 조정, 재조합이라는 자기 유도적인 시너지로 창발한 작은 생물들의 공존 조직인 것이다.

린 마굴리스는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슈뢰딩거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문제를 물리화학적으로 설명하고자 시도한 책(1944년)에서 영감을 받아 과학성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생명 전체의 모습을 다루고자하는 그의 정신을 재현하고자 같은 제목인 “생명이란 무엇인가?”란 책으로 “생명은 과학을 손상시키지 않고도 생물학으로 복원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생명을 생물학으로 설명하고자하였다.

 

죽음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 생명에 대한 연구가 현재의 시점으로 오기까지 고대로부터 중세와 근대에 이르는 기간 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행한 연구 역사를 집어오면서 그녀는 생명에 관한 탐구를 시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생명은 무생물에서 생겨났으며 아슬아슬한 파도타기를 하는 물질과정이며 지구에 충만한 하나의 태양현상으로 피할 수 없는 열역학적 평형의 순간(죽음)을 거스르기 위해 동일한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부단히도 자신의 방향을 정하는 억척스런 물질이며 화학적 보존 패턴이다’라고 말한다.

인간 정신의 고귀함 따위는 여기에 없다. 우리의 사고 능력도 지식도 진화에서 살아남은 생물의 구체적인 한 모습일 뿐 아니라 죽음을 두려워하는 생명 존중의 신념도 어쩌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행하도록 진화적으로 강화된 환상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렇게 린 마굴리스는 무관심한 듯 냉정하게 생명에 대하여 말하지만 그녀의 생명에 대한 애정이 숨겨지지 않고 절절히 묻어나는 것은 어쩐 일인지...

특히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을 사랑하는 그녀의 편향된 태도에서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을 엿볼 수 있다.

생명을 정의할 수 있는 요소들에 합당하지는 않지만 지구는 우리가 태어난 모체이며 생명체를 독립적으로 살도록 (또는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끊임없이 서로 작용하며 서로를 만들어가며 기대어 살고 있는 생명의 바탕이다.

지구의 죽음은 곧 지구 생명체들의 죽음으로 연결된다. 이것은 철학적이고 시적인 지구사랑에 대한 표현이 아니라 과학의 실험과 관찰로 증명된 사실들이다.

 

생명에 관한 진실에 다가가려는 그녀의 열정에 매료되어 책의 내용에 푹 빠져 읽어갔지만, 그녀는 이미 2011년에 세상을 떠났고 그녀가 남긴 연구의 발자취를 기반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엄청나게 나오고 있다. 그녀가 말했듯이 ‘한시대의 과학이 다음 시대에는 신화가 된다’는 사실이 오늘 날처럼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음에 현기증이 난다.

그녀가 생존해있을 당시 생명의 재료가 되는 물질을 합성하는 단계까지 성공한 과학의 성과가 생명의 합성이라는 단계까지 가려면 아직은 요원하다고 말했건만 새로운 분야인 합성 생물학(Synthetic Biology)에서는 이미 생명체 합성에 성공을 했고 2016년에는 “생명으로서 기능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게놈”을 가진 인공세포 “Minimal cell"이 탄생했다.

Minimal cell은 세포분열에 의해 스스로 유전정보를 카피하는 게 가능함으로 생명의 필요조건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자본이 이러한 인공 생명체를 독점하여 생명 산업을 통해 이익을 독점하려는데 있지만.

지구의 나이는 또 어떠한가? 지구 나이가 46억년이라고 우리는 배웠지만 계속되는 관찰로 지구의 나이는 더 오래된 나이(53억년?)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화석의 새로운 발견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밝혀지지 않았던 화석화된 생물, 미생물의 발견으로 지구의 주인이 인간이 아니라 미생물이라는 사실도 이제는 받아들여야하는 정설이 되었다.

모든 인간이 시대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우리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서 통용되는 사실들의 근거에서 벗어나 수가 없지만 자기가 속한 시대를 앞서나갔던 조르다노 부르노와 스피노자, 슈뢰딩거, 린 마굴리스 그리고 다 언급할 수 없는 수많은 개척자들의 연구 결과들이 이제는 신화가 되어 간다고 할지라도 그 들의 연구 업적을 바탕으로 과학과 철학적 진보가 이루어져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처음 문을 연 생명과학과 철학 세미나에 대학교 3학년생인 장정재군이 합류하게 되어 생물학 수업을 받은 지 오래된 기타 구성원들의 낡은 생물학적 지식을 새롭게 환기시켜주어서 많은 자극이 되었다. 앞으로 계속될 세미나가 흥미 진진 할 듯하다. 기대가 된다. 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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