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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특별세미나] 후기 덕충부1

hector 2019.01.18 14:54 조회 수 : 186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덕충부를 읽는 방식입니다. 글이 길어져 나누어 올립니다.

1: 덕탕(德蕩)과 덕충(德充) 파악하기

인간세에 다음과 같은 부분이 나온다.
德蕩乎名: 德은 사람의 명예욕으로 인해 소멸된다.

안 동림선생은 명(名)을 명예심으로 번역하였는 데, 난 그냥 이름이라고 해석한다.
그래서 내 해석은 이렇다. 
 德蕩乎名: 德은 이름 떄문에 흩어진다.

그럼 德充, 즉 덕이 모이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이름(名)의 질곡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덕충부(德充符)는 이름의 질곡에 빠져 있는 공자와 묘사하고, 이름의 질곡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2: 중니(仲尼)의 말을 이해하기.

덕충부에서 노담(老聃)은 무지(無趾)에게 권한다. 공자를 질곡에서 벋어나게 도와주라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解其桎梏(해기질곡) : 당장 그 수갑과 차꼬를 풀어 주도록 해 보시지요
其可乎(기가호) : 그것이 가능하지 않나요’

이에대해 무지는 단호하게 답한다.
天刑之(천형지) : 하늘이 그를 벌하고 있는데
安可解(안가해) : 어찌 풀어 줄 수 있겠습니까’

덕충부에 나오는 공자는 이름이라는 질곡에 갇혀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것은 천형(天刑)이다. 벗어날 수가 없다. 덕충부에서 공자가 말한 내용은 이름이라는 질곡에 갇혀있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공자가 이야기 하는 내용을 반대로 생각하고,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름이라는 질곡에 갇히지 않는 사람이 취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덕충부에서 공자가 말한 바를 거꾸로 해보라. 그럼 장자가 이야기 하는 것이 보인다.

3: 덕충부 이해를 위한 예시.
homo erectus,두발로 선 인간, 직립 인간이란 말이다. 인간은 직립하는 동물이다. homo erectus 는 인간에게 직립이라는 이름(名)을 부여한 것이다. 직립이라는 이름, 이 이름의 질곡에 갇히면, 덕충부의 공자처럼 이야기 하게 된다. 이름이라는 질곡에 갇힌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공자의 말을 통해 나온다.

언젠가 인도에서 늑대들과 함께 사는 아이들이 발견되었다. 이 아이들은 직립 즉 두발로 서지 않았고, 네 발로 기어 다녔다. 직립하는 인간이 발견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 아이들은 인간으로 볼까 보지 않을까? 덕충부에 나오는 공자는 이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직립한다고 규정했다. 직립이라는 이름이 인간에 부여 되었으므로, 직립하지 않은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덕충부는 이름이라는 질곡에 갇힌 사람들이 이 질곡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다채롭게 묘사한다.

4: 상계(常季)와 중니의 대화
덕충부 처음은 상계와 중니, 즉 공자가 대화를 한다. 사람 이름부터 재미있다. 常季, 굳이 해석하자면 변하지 않는 계절이다. 常이라는 글자는 이름이라는 질곡에 갇힌 사람들이 즐겨 쓰는 단어다. 수시로 변하는 것에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보편명사의 경우에 그렇다). 이름이 부여되려면, 변하지 않는 성질이 있어야 하고, 우리는 여기에 이름을 붙이다.

상계는 王駘(왕태)에 대해 이야기 한다.
固有不言之敎 :본래 말 없는 가르침이라는 것이 있어서
왕태는 不言之敎를 한다. 왕태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가르침을 펼친다. 이름 즉 명(名)을 중시하는 유가는 言이 없는 가르침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장자는 言이 없는 가르침이 있고, 또 충분히 가능함을 암시한다.

상계와 중니의 대화는 유가적 입장, 즉 이름을 중시하는 상계와 중니, 그리고 그와 반대입장이 왕태의 입장이 교차되어 나온다. 유가적 입장은  이름을 중요시 하는 공자가 취하는 입장이다. (안 동림 선생은 다음 부분을 부분을 왕태를 묘사하는 것으로 번역했으나, 난 이 부분을 공자 자신이 취하는 입장으로 해석한다. )

而不得與之變:  그 변화와 함께 변하는 일이 없고
審乎無假而不與物遷: 진리를 살피고, 사물과 함께 변하는 일이 없으며
命物之化而守其宗也: 사물의 변화를 자연의 운명으로 알고 그대로 따르면서도 자기는 도의 근본을 지켜 나간다.

이름이라는 질곡에 빠진 유가가 취하는 자세는 일단, 불변한다. (不得與之變)이다.  또 사물과 함께 변하지 않는다. (不與物遷), 그리고 근본을 지킨다. (守其宗).

네 발로 기는 아이가 발견되었을 때, 인간에 대한 기준을 바꾸는 것은 사물과 함께 변하는 즉 與物遷하는 자세이다. 그러나, 공자는 사물과 함께 변하지 않기에 (不與物遷) 공자에게 네 발로 기는 아이는 사람이 아니다.

공자는 이름을 지킨다. 사람은 직립이라는 이름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래서, 네 발로 기는 아이가 있을 때, 지켜야 할 것은 직립이라는 이름이고, 버려야 할 것은 네 발로 기는 아이이다. 이름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버리는 것을, 장자는 공자에게 씌여진 질곡으로 보았고, 그래서 공자는 하늘이 준 벌을 받고 있다고 하였다.

이에 비해 왕태는 다른 접근방법을 가진다.
自其同者視之: 같은 입장에서 본다면
萬物皆一也: 만물은 모두 하나이다

왕태는 사물을 같은 입장에서 본다. 그래서, 네 발로 기는 아이가 발견되었을 떄, 그는 인간에 대한 기준을 바꾼다. 與物遷 즉 사물에 따라 기준을 바꾼다. 그러므로, 네 발로 기는 아이 역시 사람으로 본다.

且不知耳目之所宜 : 귀나 눈이 마땅한 바를 모른다.
왕태는 宜즉 마땅이 그래야 한다는 당위적인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왕태는 직립이라는 이름의 질곡에 빠져있지 않다. 사람은 마땅이 두발로 서서 걸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왕태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네 발로 기는 아이가 나오면 왕태는 이 아이 역시 인간이라 생각한다.

상계와 중니로 대표되는 유가는 또 다음 처럼 이야기 한다.

受命於地(수명어지) : 삶을 대지로부터 받은 것 중에는
唯松柏獨也正(유송백독야정) : 오직 소나무와 측백나무만이 올바르고
在冬夏靑靑(재동하청청) : 겨울이건 여름이건 푸르다

受命於天(수명어천) : 이와 마찬가지로 삶을 하늘에서 받은 것 중에는
唯堯舜獨也正(유요순독야정) : 오직 요임금 순임금만이 올바르다
在萬物之首(재만물지수) : 만물의 우두머리가 된다.

변하지 않는 한결같음을 유가는 칭송한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항시 푸른 소나무, 측백나무가 훌륭하다. 이런 사람이 요임금, 순임금이다.

幸能正生以正衆生: (순임금은) 생(生)을 올바르게 하여 못 사람 생(生)을 올바르게 한다.
이 대목에서 사람들이 누군가를 따르는 이유를 유가가 어떻게 보는 지 짐작할 수 있다. 요임금, 순임금은 소나무,측백나무처럼 항시 변하지 않고, 곧기에 사람들을 올바르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이 요임금, 순임금을 따른다. 그러나, 사람들이 공자가 성인이라 규정한 왕태를 따르는 이유는 다르다.  

彼且擇日而登假: 그는 길일을 택해 하늘로 오르려 하므로
人則從是也 : 사람들이 그를 좇으려고 하는 것일 것이다
彼且何肯以物爲事乎: 그런 그가 감히 사람들을 모으려는 따위 생각을 어찌하겠느냐

 이 대목에서 왕태가 실행하는 불언지교의 모습을 보게 된다. 왕태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 자신도 정생(正生)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름으로 규정된 무엇을 변함없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을 모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한결 같은 자세로 정생(正生) 즉 삶을 바로 잡아 뭇 사람을 계도하려는 순임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공자가 성인으로 생각한 요임금, 순임금과 장자 덕충부에서 공자가 성인으로 규정한 왕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요임금, 순임금은 불변하고, 불천하며, 지키는 사람이고, 왕태는 변하과 천하며, 같은 면을 보고, 불언지교를 행한다. 누가 더 훌륭한지는 개인별로 다를 것이다. 일단, 나는 왕태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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