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이 오기 시작했다면 이제부터 다른 삶을 살아야 할 시간이다. 행복해 지기 위해서

태어날 때 우리는 잘 펼쳐진 종이였다.
교육을 받으면서, 이 종이는 접혀진다.
직업을 구하고, 일을 하면서, 또 접혀지고
결혼을 하면서 또 접힌다.이렇게 접히고 접힌 종이가 지금의 나이다.

종이는 접히고 접히면서 작아지고 쪼그라들고 구겨지고 딱딱해 진다.
접힌 상태가 지속되면 구김은 더 깊어지고 더 접힐 여지마저 없어진다.
더 접힐 여지가 없이 쪼그라 들고 되면 딱딱하게 굳어진 종이가 노년이다.

노년이 행복해 지기 위해선,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내 마음속 구김살 많은 종이가 펴져야 한다. 
접힘이 펴지려면, 접힘의 반대 동작을 해야 한다.
어떤 지식이 내 종이를 접었다면, 그 지식을 부정해야 이 접힘이 펴진다.
어떤 일이 내 종이를 접었다면, 그 일을 부정해야 이 접힘이 펴진다.

뭉쳤다면  풀어야하고 닫혔으면 열어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기를 부정하고 해체하면 맨 처음 태어났을 때 처럼 펼쳐진 종이가 나온다.
이 펼쳐진 종이로 부터 우리는 다름 접힘을 통해 다른 인생을 살면서 행복해 질 수 있다.

근래 난 마음의 구김살을 펼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본디 나를 부정하고, 진아(眞我)가 있었다는 사실도 부정하고, 나 다움이란 것은 애초부터 있지도 않았다고 생각하는 등 나를 버려버리는 작업을 하면서 구김살을 펴고 있다.다양한 방식으로 걸어보면서 수십년간 익숙해진 걸음걸이에  있는 구김살을 펴고 있고, 수십년간 익숙해진 식습관을 바꾸면서 내 식성에 박혀있는 구김살을 펴고있다.

기원전 500년경, 장자는 마음의 구김살에 대해, 이 구김살을 펴는 방법에 대해, 여러 비유를 들어 정리하였다.
노안이 와 눈은 침침해지고, 근력은 떨어지는 요즈음, 우리 선배 장자가 정리한 글을 읽으며, 구김살을 펴는 여러 단서를 얻고자 한다. 이것이 지금 이 시기 내가 장자를 읽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