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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와 페미니즘] 야생종 후기

compost 2020.02.25 17:51 조회 수 : 209

야생종을 끝으로 SF와 페미니즘 셈나 시즌1을 마쳤습니다.

어제는 후반부를 읽었어요.

300년 이상을 산 여자 안얀후는  자신의 신체를 자유자재로 바꾸고 치유하는 능력이 있었고,

13살때 자신의 신체가 죽고 불사의 영혼이 되어버린  도로는  매번 다른 사람의 신체를 취해서만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둘 다 불사이기에 외로운 자들이죠.

경서샘이 발제문에 쓰신것 처럼, 도로가 자신의 종족을 퍼뜨리기 위해 끊임없이 특별한 능력을 찾아서 교배를 하는 것은 

자신을 죽여줄 자를 만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네요.

불사의 존재란 자신이 사랑하는 자들과 매번 헤어지는 아품을 겪는 끔찍한 삶을 사는 자이기도 하지요.

제가 관심이 갔던 것은 같은 불사의 존재이지만 도로는 왜 상대를 이용하는 것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를까?

반면에 안얀우는 저토록 감응적인 존재일까? 심지어 그 끔직한 짓을 일삼는 도로에게도 마음이 이끌릴 수 있는 존재일까 하는 점이었어요.

한쪽은 감응력의 현저한 결핍이고 한쪽은 그 존재 자체가 감응적인 자.

그건 아마도 신체에 있는 것 같아요.

도로는 매번 신체를 취하지만, 그 신체가 겪어온 시간을 같이 취하지는 못하지요. 

그의 신체는 도로의 영혼이 시키는데로 할 뿐인 껍데기였어요. 

반면 안얀우의 신체는 그 모든 것을 겪어내는 신체입니다.

300여년을 사는 동안 그의 신체는 그 삶의 기쁨과 슬픔과 치욕을 온전히 겪어내죠.

그래서 그 자신이 겪은 것으로 자신을 바꿀 수 있죠.

모습이 시시때때로 바뀌는 것은 안얀우나 도로나 마찬가지 이지만,

도로는 그 몸으로 살지 않는 반면 안얀후는 그 몸을 삽니다.

심지어 자신이 먹은 표범이 되고, 자신이 고기를 뜯어먹은 돌고래가 되기도 하죠.

도로는 이성으로 표상되는 정신의 은유이고,

안얀후는 신체의 은유로 보이기도 해요.

또한 도로가 현대적인 우리의 삶에 대한 은유로 보이기도 해요.

 

또 한가지는 안얀후가 도로를 다루는 방법이예요.

안얀후를 약자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도로에 비해서는 확실히 약자이지요.

안얀후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자가 도로였으니까요

그는 굴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완전히 굴복하지는 않고 무지막지한 도로의 힘을 비껴나게 하지요. 

저는 약자들, 이른바 소수자들이 취할 수 있는 적극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되요.

폭력과 치유, 여성과 남성, 식민주의등 많은 이야기가 한꺼번에 들어 있는 이야기이지만,

안얀우를 무구함 그자체로 그리지 않은 것이 리얼리티를 더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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