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가 매력적인 인물임은 틀림없다.
‘자기극복’, ‘힘의 의지’, ‘나만의 도덕’...
타인으로부터 상처받고 공동체와 갈등할 때 니체는 이와 같은 언어로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나만의 도덕’을 앞세울 때 개인과 공동체는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분명 니체도 이 대목에서 고민했을 것 같다.
기존 가치관에 따르면, 개인과 공동체는 갈등하는 관계이고, 역사는 양자의 이익 중 어느 것을 중시하냐에 따라
국체/정체를 달리하기도 하였으며, 또 어떤 철학자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달콤한 표현으로 공동체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헌신’이라는 말로 포장하기도 했다.
‘니체주의자’가 곧 ‘개인주의자’나 ‘이기주의자’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지 않으려면 분명한 철학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1)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전제는 의심할 나위 없는 진리인지에 관한 의문이다.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가? ‘공동체의 유지’는 개인에게 주어진 지상 최대의 과제인가?
그리고, 2)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ⅰ) 대립/갈등 관계로 볼 것인지, 아니면 ⅱ) ‘개인’의 확장 개념으로 ‘공동체’를 이해할 것인지,
아니면 ⅲ) 제3의 길이 있는지 궁금하다.
私見으로는, 1)‘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개인에게 의무 부과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즉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공동체’에 반드시 소속되어 살아가야 하고, 또 공동체의 유지/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은 ‘타인과 상호작용’을 통해 살아가는 존재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2) 개인과 공동체는 대립/갈등 관계가 아니라,
개인의 힘과 도덕을 높은 차원으로 고양시키는 측면에서 공동체는 개인에게 수단이 될 수 있고,
만일 그와 같은 목적이 상실/달성되었다면 탈퇴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공동체에 들어갔을 때 그 공동체에 가입할 당시의 초심은 잃어버리고 어느새 유기체가 되어버린
그 공동체의 ‘부속품’이 된 ‘나’를 발견하는 상황이 종종 있다. 그때가 바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라 생각한다.
한편, 다양한 견해의 존재와 상시적 갈등상황은 공동체의 본성이다. 본성이 그러하기에 그런 것들에 대해 긴장하기보다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 그것들이 내게 공동체로부터의 도피를 생각하게 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더 돌아보게 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는 긍정적 마인드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은 비교적 탈퇴가 자유로운 단체에 국한되는 것일 뿐 ‘국가’나 ‘가족’과 같은 운명적 공동체에
접근하는 방식은 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니체연구자’와 ‘니체주의자’의 차이는 ‘실천’(체험)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니체의 서적을 몇 줄 읽고 막상 ‘실천’하려 하면 그가 내게 어떤 지침을 주었는지 도저히 알기 어렵다.
니체의 말이 머릿속에서만 머물지 않고 손과 발로 옮겨가고, 또 실제 살아가는 ‘현장’에 어떤 쓰임새를 가질 수 있는지
세미나 기간 내내 안테나를 세우고자 한다.
언젠가 ‘나’와 ‘우리’의 ‘벽’을 허물 수 있길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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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한가롭지 않을 한가위 연휴동안에 후기를, 이렇게
멋진 질문이 가득한 후기를 써주신 휴멘비론에게 먼저 감동하지 않을 수 없네요 ^&^
'니체를 코뮨적으로 읽으려는 이번 공동체세미나의 의도가 얼마나 성과적일지' 저의 고민을 덜어주는 후기입니다!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에 제대로된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휴멘비론 ㅎㅎ
휴멘비론의 말처럼 '타인으로부터 상처받고 공동체와 갈등할 때' 니체가 출구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다음은 이 주제에 대한 니체의 힌트로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 #94, #95를 참고합니다.
니체는 도덕성을 3단계로 나누고, 3단계를 도덕성의 최고단계라고 말합니다.
1단계 - 개인적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합목적성이 중요한
2단계 - 명예의 원리에 따라 행동하는, 타인과의 관계가 중시되는
3단계 - 보편적 이익과 보편적 명예에 따라 행동하는, 집단적-개인으로서 의견의 입법자가 되는.
니체에 따르면, 3단계에서 우리의 인식은 개인적 이익보다 보편적이고 영속하는 이익을,
그리고 순간적인 명예보다 보편적이고 영속적인 명예를 중시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우리는 더 높이 향상된 이익과 명예를 따르는 '의견의 입법자'가 되어, '집단적-개인'으로 생활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집단적-개인을 우리는 '코뮨적 개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니체는 '개인적 고려를 통해서만 보편적 이익 역시 최대가 되며, 철저히 개인적 행위야말로 보편적 이익과 일치한다'고 해요.
그래서 성숙한 개인의 '이익에 대한 성숙한 해석'과 조잡한 개인의 '이익에 대한 조잡한 이해'를 대비시킵니다.
"우리는 지금도 이웃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일에서 우리 자신의 최고의 이득을 발견하는 한에서만 일하고 싶어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무엇을 자신의 이득이라고 해석하느냐'에 달려있다 ;
바로 미숙하고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조잡한 개인은 그 이득 역시 가장 조합한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