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에는 레비나스의 초기 사유가 깃든 <탈출에 관하여> 1-4장을 읽고 토론해보았습니다. 솔쌤이 발제를 맡아주셨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이라는 소제목을 달아주셨어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소설이 생각나는 제목이지요. 소설의 주인공이 자신의 존재가 한없이 가벼운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과, 자신의 존재만으로 만족하며 존재 자신만을 강조하는 기존 철학에서의 존재의 무거움(레비나스는 무겁다는 표현을 쓰진 않은 것 같지만요.)으로부터 탈출하라는 레비나스의 주장이 대비를 이룹니다.
레비나스는 하이데거를 포함한 기존 철학자들의 무거운 존재론을 비판합니다. 던져진 존재로서 피투성, 즉 존재해야만 하도록 강요된 상황은 존재가 존재 안에서만 머무르게 만듭니다. 레비나스는 자아 개념과 등치된 부르주아의 철학을 비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예속된 존재론으로부터 탈출할 것을 주장합니다. 인간에게는 탈출을 향한 욕구가 있으며, 이는 기존 철학에서 논의된 어떠한 내용과도 다릅니다. 탈출은 생명의 약동도, 창조적 진화도 아닙니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넘어서려는 어떤 욕구입니다. 존재는 속박이고 얽어맴이고, 이를 깨뜨려 탈출하는 것만이 필요합니다.
이 때 개념에 대해 한창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욕망과 욕구, 결핍과 결여, 충만과 충족을 비교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쫑쌤이 욕망과 욕구를 구분하여 설명해주셨고요. 욕구는 자신을 충족하는 것을 갈망하고, 충족이 결여된 것을 채우려는 움직임입니다. 한편 욕망은 절대로 만족할 수 없는 어떤 결핍된 것입니다. (제가 세미나 당시에 이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덧붙일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만족보다 해방이 더 가까운 상태에 이르게 되는 막연한 불안감이 고통의 양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불교에서 무아, 깨달음에 이르기 직전 자아가 무너질 것이라는 공포로 인해 느끼는 불안을 이야기한 것에 빗대어 이해했어요. 탈출하기 직전, 자아로부터 해방되려면 자아에 대한 자기만족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편 쾌락이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했습니다. 재중이가 쾌락의 의미를 열심히 설명했던 기억이 나네요! 쾌락은 욕구를 충족하는 수단입니다. 쾌락은 존재를 벗어나려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기만이자 속임수이기도 합니다. 저는 C.S 루이스의 <순례자의 귀향>이라는 소설에 나온 비유에 빗대어 이 이야기를 이해했어요. 주인공은 섬이라는 환상을 갈망하는데, 그 섬은 자신의 세계에는 없지만 아름답고 이상적인 어떤 것이에요. 주인공은 섬의 환상을 좇아 숲으로 들어가지만 섬 대신 갈색 여자들과 관계(쾌락 행위)를 맺게 됩니다. 섬을 좇지 않았다면 갈색 여자들을 만날 일도 없었겠죠. 하지만 갈색 여자들은 그 순간의 위안만을 줄 뿐, 섬과는 완전히 다른 어떤 것이고 실망한 주인공은 숲을 벗어나 더 멀리, 섬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되죠. 쾌락은 벗어남, 탈출에 대한 욕구로 향하는 징검다리지만 동시에 그 자체만으로는 온전히 탈출할 수 없는 도구일 뿐이에요.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레비나스가 쾌락에 대해 표현하고자 했던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수치심도 중요 개념으로 등장했지만, 시간 관계 및 진도 상 다음시간으로 이야기가 미뤄졌어요! 다음 시간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어서 너무 아쉽네요. 다음 후기라도 읽으며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야겠습니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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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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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샘요약의달인
우왕...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 요점정리다아! ㅎ.ㅎ 역시 쫑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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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구
철학남매가 피날레를 장식해주시네용 눈물 훔치며 목요일에 영웅재중도 배웅해야겠어요..! 쾌락이 인간이 가진 탈출의 욕망을 시사하지만,, 또 하나의 기만이라는 것을 섬과 갈색여자로 설명해주셔서 이해가 잘 되었어요~ 쾌락에 대한 이해가 목요일에 집중적으로 다루게 될 수치심과도 관련되어 있는 것 같아서 모현님이 없는 중에도 모현님과 함께하는 듯한 셈나가 될 것 같아용:) 본격적으로 레비나스의 주저들을읽어가던 차에 같이 공부 못해서 아쉬워용..ㅠㅜ 언제고 다시 오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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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
잘 읽었습니다~역시 혼자 읽어서는 풀리지 않던 개념들이 후기를 읽으니 너무 잘 와닿네요. 참여하지 못한것이 아쉬울정도로 이야기가 재미있고 풍부해요~모현쌤 다음기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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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셨군요, 모현님...
대중님도 오는 세미마 ‘발제’를 맡아, 모현님과 한가지로 피날레를 아름답게 장식해 주실 거고요^^.
우리의 당면한 욕구(besoin)는, 매모임 진지하셨던 모현님(피로로 딱 한 번 졸기는 하셨지만^^), 대중님과 송별하는 것이 절대 아님에도, 레비나스가 지향했던 것(현상학적 방법)처럼 ‘객관적 반성’에 입각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보고’, 대중님은 군복무하라 보내고 모현님은 아르바이트하라 보내야겠지요ㅠㅠ.
그럼에도,
우리의 욕망(desir)이, 철학하는 것(생각하는 것; 사랑하는 것)에 맞춰져 있으니, 회자정리 거자필반하는 현상에 주목해(aufmerken) 고고씽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