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자료 :: 세미나의 발제ㆍ후기 게시판입니다. 첨부파일보다 텍스트로 올려주세요!


[교양] 세미나 '자본을 넘어선 자본' 후기

eun 2019.07.17 19:03 조회 수 : 68

 

지지난 시간은 <자본을 넘어선 자본>(이진경, 그린비출판사, 2004)의 8장부터 10장까지 정리하면서 책을 마무리했다.

이 책의 8장은 '자본의 유통과 자본주의의 재생산'으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비양식'과 '축적체제'의 개념이다. 생산적 소비는 자본 축적의 논리에 따라 규정되지만 개인의 소비를 규정하는 요인들은 아주 다르다. 여기에는 사회적 관습과 습관, 생활방식, 평균적인 생활 수준 등이 반영되며, 전에 없던 것이 생겨나 새로운 소비가 발생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금욕주의적 생활양식을 따르는 등 소비의 여러 양상이 생겨나게 된다. 이러한 '소비양식'은 자본이 생산하고 축적하는 방식과 결부되어 있지만 독립적인 성격을 지닌다. 이는 자본의 순환이 그 같은 외부적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자본의 순환이 '자본'을 주어로 한 자기전개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특정한 양상으로 규정하는 외적인 조건이 은폐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자본의 순환에 대한 분석이 소비양식처럼 독립적인 요소에 대한 고려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개인적 소비가 중요하게 부상한 이른바 '포드주의' 체제 이후 소비양식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축적체제'란 바로 상품자본의 유통을 가리키는데, 이는 상품자본의 순환을 원활하게 보장하기 위한 조건의 집합이다. 즉 소비를 규제하는 욕망의 배치와 그에 따른 생활 방식, 이와 결부된 노동자 포섭의 전략, 이를 전반적으로 규정하는 국가 정책의 집합을 '축적체제'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자동화, 정보화의 결합에 의해 생활과 결부된 모든 활동이 자본의 새로운 착취 대상이 되면서 노동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잉여 가치의 제공자가 된 것은 생산의 유연화, 생산물의 다양화, 생산 기획 자체의 유연화를 결합하는 '포스트-포드주의'라는 새로운 축적체제의 출현과 관련되어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을 내세운 '도요타 시스템' 역시 유통 자체가 생산 과정의 일부가 됨으로써 새로운 종류의 축적체제를 보여준 경우라 할 수 있다.

9장은 '이윤율의 논리와 자본주의'로 맑스의 '지대론'과 이윤율 논의의 의미를 다루고 있다. 맑스의 지대론은 단지 농업 분야의 지대에 국한된 이론이 아니라 초과이윤의 논리를 규명하는 것이며 이는 오늘날 신기술이나 생산성 혁신에도 적용되는, 자본주의에서 이윤 일반에 관한 논리이다. 이는 자본과 노동이 자유로울 수 없는 자본주의에서 이윤의 포획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맑스는 자본주의의 이윤율 저하 경향에 따라 자본주의가 붕괴하고 멸망할 것이라는 식의 논지를 주장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이윤율 저하를 상쇄하는 작용을 통해 이윤율은 다시 상승하는데, 맑스는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노동착취도의 증대, 노동력 가치 이하로의 임금 인하, 불변 요소들의 저렴화, 상대적 과잉인구, 대외무역, 주식자본의 증가라는 점을 언급한다. 자본주의의 축적 법칙은 가변자본에 대한 투자의 비율을 줄이는 대신 노동자를 착취함으로써만 잉여가치를 취득한다는 역설이 존재하는 것이다. 맑스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진정한 한계는 자본 그 자체다"라고 말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은 자본의 한계 자체에 도달하며 자본은 자본의 논리 내부로 환원불가능한 방식을 통해서 자신의 출구를 찾는다.

맑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이란 문제설정 속에서 자본의 '외부'를 생각한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이 책의 10장은 맑스주의에서 통념화된 것을 다시 질문하는 과정에서 그 질문들을 통해 맑스의 사유와 다시 만나고 자본의 포위망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출구에 대해 설명한다. '자본의 외부'란 자본의 논리로 환원불가능한 어떤 것을 표시한다. 중요한 것은 순수한 내부는 없으며 그러한 내부가 존재한다는 것은 외부가 내부화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자본은 자신의 내부로 포섭하여 내부화하는 순간 이미 그것으로 환원불가능한 외부가 다시 만들어진다. 이전에는 자본의 외부에 고립된 채 존재하던 것이, 자본에 의해 그 내부로 편입되는 순간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것들과 접속할 가능성을 갖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자본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외부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일은 의지와 능력, 활력이 수반될 때이다.

이 책이 다시 쓰고 있는 맑스의 자본론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은 맑스가 고전파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자본과 노동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았음을 설명했고, 자본주의 일반의 초과이윤을 밝혔으며, 자본의 작동 방식이 늘 불균형하며 노동자를 착취함으로써만 존재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자본주의를 불가항력적 법칙으로, 우리를 그것의 수동적 소비자로 놓는 것에 익숙해 있지만 이 책은 자본주의에서 통념화된 사실을 우리 스스로 다시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본의 내부가 확정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점은 자본의 내부로 환원불가능한 ‘외부’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은 맑스의 자본론을 통해 자본의 순수한 내부는 없으며 자본의 환원불가능한 외부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 책을 정리하면서 이 책이 자세히 말하지 않은 ‘외부’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다. 그 가능성을 이해하는 일은 우리가 자본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결론을 성급하게 내리지 않는 것과 통하는 일이기도 했다. 가능성을 향한 의지와 능력, 활력이 우리에게 충만한가를 질문하려면, 왜 자본주의에 대한 무기력과 패배주의에 빠지기 쉬운지에 대해서도 질문할 필요가 있었다. 이 책에서 ‘질문의 능력’은 자본의 포위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가 된다고 했다. 외부의 가능성을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찾을 것인가는 여전히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또 하나의 통념화된 생각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작은 출구 하나는 만든 것 같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18 [우함시] 김혜순 시인의 [날개 환상통] 최지온 2023.09.24 97
3317 [글쓰기 세미나] 카눈 lavabo 2023.09.20 129
3316 [글쓰기 세미나] 휴가 lavabo 2023.09.20 117
3315 [우함시] 이 무대의 리듬은 내가 채록할게 (「잊힌 비행기」에서) 하얀 2023.09.18 80
3314 [이런저런 책읽기]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3,4장 쪽글 sora 2023.09.12 39
3313 [이런저런 책읽기]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1-2장 비슈1빠 2023.09.05 49
3312 [이런저런 책읽기] 공생자행성을 읽고 sora 2023.08.29 27
3311 [이런저런 책읽기] 공생자행성 1~8장 발제 file 014 2023.08.29 22
3310 [이런저런 책읽기] 분해의 철학 후기 1040 2023.08.25 28
3309 [이런저런 책읽기] 공생자행성 1~4장 발제 file sora 2023.08.21 32
3308 [이런저런 책읽기] '짐을 끄는 짐승들'을 읽고 file sora 2023.08.17 54
3307 [이런저런 책읽기] 짐을끄는짐승들 4,5부 후기 및 8/22(화) 공지 유은 2023.08.15 34
3306 [이런저런 책읽기] 짐을 끄는 짐승들 4,5부 발제 file 유은 2023.08.13 35
3305 [이런저런 책읽기] 짐을 끄는 짐승들 2,3부 후기 및 8.15.(화) 공지 네오 2023.08.08 51
3304 [이런저런 책읽기] 짐을 끄는 짐승들 2,3부 발제 file 네오 2023.08.08 29
3303 짐을끄는 짐승들1부발제 file compost 2023.08.01 48
3302 분해의철학(후지하라 다쓰시)를 읽고 file sora 2023.07.30 58
3301 [글쓰기 세미나] 너의 이름은2 lavabo 2023.07.29 282
3300 [이런 저런 책읽기] 분해의 철학 5~6장 비슈1빠 2023.07.25 54
3299 [이런저런 책읽기] 분해의 철학 후기 및 7.25.(화) 공지 [2] 이희옥 2023.07.19 7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