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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어떻게 신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나?

: 능산적 자연Natura Naturans과 소산적 자연Natura Naturata에 대하여

 

     신은 무한한 속성들을 무한한 방식으로 생산한다 :: 실체로서의 자연     

 

신의 본성으로부터 무한한 것들이 무한한 방식으로 생겨난다(정리16). 그리고 신은 자기 본성의 법칙으로만 활동하는 자기원인이며 자유원인이다(정리17). 그리고 신 바깥에는 실체가 존재할 수 없는 한, 신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내재적 원인이지 타동적 원인이 아니다(정리18). 신의 본성에는 영원성이 속하고, 그러므로 신의 속성들은 모두 영원하다.

 

이렇게 무한속성을 무한방식으로 생산하는 신은 스스로를 만들어내는 실체로서의 자연이다. 곧 능산적 자연(Natura naturans)은 자유원인으로 간주되는 한에서의 신이다(정리29의 주석). 스스로 존재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자연이야말로 진정한 ‘자기원인’인 셈이다. 이렇게 자연은 외부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자연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힘이고, 그런 의미에서 자연을 산출하는 자연이라고 한다.

 

     신의 속성으로부터 무한한 것들이 생산된다 :: 양태 전체로서의 자연     

 

신의 속성으로부터 무한한 양태들이 생겨나는데(정리21, 정리22), 양태들은 신의 속성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생겨나거나, 신의 변양된 속성으로부터 생겨난다(정리23). 따라서 신에 의해 생산된 양태의 본질은 존재를 포함하지 않으며(정리24), 신만이 양태의 존재원인이며 지속원인이다(정리24의 보충). 이렇게 신은 양태의 존재의 작용원인일 뿐 아니라, 본질의 작용원인이다(정리25). 양태는 신에 의해 작용하도록 규정되었으며(정리26), 신의 규정에 반하여 작용할 수 없다(정리27). 한편, 양태들은 다른 양태에 의해 존재하고 작용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양태와 양태로 이어지는 존재와 작용의 연쇄는 무한하게 나아간다. 이와 같은 양태의 작용방식은 신의 본성의 필연성에 의해 규정되어 있다(정리29).

 

이렇게 신의 속성으로부터 생산된 것들은 양태들의 집합으로서의 자연이다. 곧 소산적 자연(Natura naturata)은 신 안에 있으며 신에 의해 인식되는 한에서의 신의 속성들의 모든 양태이다(정리29의 주석). 이때 신은 자연 안에 모든 것들의 존재원인이자, 작용원인이다. 양태로서 존재하는 자연은 실체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동적인 것으로, 이런 의미에서 자연을 산출되는 자연이라고 한다.

 

     자연은 어떻게 신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나? :: 자연의 2가지 능력으로부터     

 

스스로 존재하는 자로서 자연은 이렇게 ‘실체로서의 자연’과 ‘양태들의 집합으로서의 자연’의 결합이다. 산출하는 자연과 산출되는 자연이란, 능동적인 능력과 수동적 능력의 결합으로서 자연이 갖고 있는 생산원인의 특성과 생산결과의 특성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자연이 스스로 생산하면서 생산되는 존재가 아니라면, 스스로 존재하는 자기원인으로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자연에 공존하는 2가지 능력이야말로, 창조하는 자리에만 존재하는 창조주로서의 신을 전복하는 혁명적 힘이다. 이로써 창조주로서의 신은 전복되고, 스스로 존재하는 진정한 자기원인으로서의 신이 생성된다. 자연이 본래 자신의 자리를 되찾아가는 이 과정을 스피노자는 에티카의 출발로 삼고 있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 창조되지 않았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다     

 

이렇게 자연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능동적인 힘으로 정의하는 것은, 자연을 수동적이고 인간에 의해 지배되는 대상으로 보는 ‘반자연주의’에 대한 반대이다. 전체로서의 자연을 신으로 정의하는 순간, 인간이나 자연이나 구별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인간은 이런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이는 동시에 인간을 목적으로 세계를 보는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반대이다.

 

인간은 모든 자연물을 인간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한다. 보기 위한 눈, 씹기 위한 이, 영양섭취를 위한 식물과 동물, 빛을 비추는 태양, 물고기를 길러내는 바다 등. 그러나 자연은 자신에게 지정되어 있는 아무런 목적도 갖고 있지 않으며, 모든 목적원인은 인간의 허구에 불과하다. 자연 속의 모든 것은 어떤 영원한 필연성과 지고한 완전성에 따라 전개된다(부록).

 

     인간을 목적으로 삼는 순간, 인간 역시 수단으로 떨어진다!     

 

인간 중심의 편견으로부터 인간에게 이로운 것은 선이고 해로운 것을 악이라고 부르고, 자신과 비슷한 것에는 더 완전하다거나 다른 것에는 덜 완전하다고 평가한다. 인간이 설정한 목적을 기준으로 선악을 판단하고, 존재의 완전성을 평가한다. 이는 인간을 벗어난 어떤 사물에게도 한 푼어치의 설득력도 없다. 사물들의 완전성은 사물들의 본성과 능력에 의해서만 평가되어야 한다. 사물들은 인간의 감각을 즐겁게 하거나 불쾌하게 만드는 바에 따라, 인간의 본성에 기여하거나 반대되는가에 따라 더 완전하거나 덜 완전한 것이 아니다(부록).

 

그런데 인간을 목적으로 삼아 선악과 완전성의 위계를 만드는 순간, 인간 역시 특정한 척도를 기준으로 그 위계에 자리하게 된다. 이성애를 기준으로 동성애를 비정상으로 보거나, 완전성을 기준으로 장애인을 불완전한 존재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결국 인간을 기준으로 한 목적론은 인간을 향하게 되고, 인간을 수단으로 만든다. 반대로 자연의 일부로 존재할 때, 인간은 세계의 진정한 주인으로 자리하게 된다. 즉 인간은 자연의 모든 것들을 주인의 자리에 올려놓고서야, 비로소 세계의 주인이 될 것이다. 모오든 자연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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