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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후기] 4장 시간

홍바바 2019.10.18 01:24 조회 수 : 105

 9월에 시작한 시간 주제 한가을로 접어든 후기

 이제 10월 중순... 

9월과 함께 시간 주제가 시작했다. 시간 주제가 가을 내내 이어진다. 책과 함께 한 시간이 현재에 지속된다. 시간의 추이를 따라가는 후기를 남겨볼 만 하다.

 

 올해도 지구 온난화로 환절기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하루  안에 여러 계절이 응축한 날씨가 어지럽다. 계절감각이 무뎌지지만 시간의 흐름은 여전히 거침없다. 지구 멸망을 향한 가속인지 한 해의 끝을 좇는 질주 가운데 태풍의 핵같은 고요함이 가을의 청명함과 함께 찾아온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하드보일드의 원더랜드’ 속 긴장과 이완의 시간이 공존하는 시기이다. 한해의 환타지같은 시절에 미술 서사시가 어울린다.

 

 세미나 이전

 초현실주의 느린 시간 개념을 차치하고도 느림의 즐거움은 책을 읽는 과정 중에 찾아온다. 바쁜 도시에서 벗어나 한여름을 빗겨간 해변에서 책에서 페이스트리 빵 같은 부풀어 오른 충만감이 느껴졌다. 현대인이 잃은 체험의 시간 감각을 느림의 미학에서 되찾아 진다고 한다. 수동 영화 카메라 크랭크를 돌리는 불규칙적인 시간 감각이 느림의 미학으로 잦아든다. 세미나 시간이 돌아오는 기쁨과 함께 동반되는 숙제의 부담은 보통 마음을 급하게 한다. 파도의 소리와 해변의 바람이 계속 지금을 얘기하는 곳에서 순간순간의 겹이 분주한 책 속에 쌓인다. 공기와 함께 책을 호흡하는 기분이다. 일과 휴식 사이의 짬에서 자발적인 즐거운 피로는 어느 순간 고유의 시간 관념을 형성한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촉촉한 물기를 가득 머금은 감각적으로 선명한 느낌이다. 숙제의 반복이 즐거움이 되는 순간을 느림의 즐거움은 갈켜준다. 숙제는 할 만하다.

 

 세미나 시간

 대서사 세미나였다. 현대를 대표하는 가치, 주제(?) ‘시간’에 관한 미술의 관심은 굉장하다. 긴 시간의 공으로 준비한 발제가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탈리아 초현실주의 화가 조르주 데 키리코의 작품에서 시간이 만들어 낸 기이함의 재현시간이 신비스럽다. 가장 오래된 기억으로 여름 동틀 무렵 밝음이 넘친 새하얀 세상을 떠오르게 한다. 세미나 시간에 같이 보는 영상은 하나같이 인상적이다. 강요된 집중이 요구되는 단체 관람은 눈을 사로 잡는다. 감성을 자극하는 미술영상 작업물을 만드는 월리엄 켄드리지는 세미나 시간의 발견이다. 수공업적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는 작가는 애니메이션에서만 볼 수 있는 장인의 무한 정성이 느껴진다. 홀로 세계를 무에서 창조하는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다시 불러일으켜 주었다. 게다가 그의 따듯한 애정과 관심이 산화된 듯한 붓결의 잔상이 긴 여운을 남긴다. 유명한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 작품 ‘교차’를 봤다. 물과 불의 교차 지점을 상상하게 만드는 제목 그대로의 위대한 작품이다. 더 큰 화면으로 입장감을 느끼며 감상하면 어떨까 궁금해진다. 시간을 재현하고 육화하고 시간에 대한 변화하는 관점, 시간의 구조 탐색 등 시간에 대한 끝없는 사유는 미술의 상상력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세미나 이후 :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바다가 보이는 집’에 관하여

수평선은 응시를 수렴하고 그너머 마음의 바다를 상상하게 한다. 퍼포먼스 공연 실황을 실감하지 못 했으니 작품의 감흥은 주변 자료에서 길러진다. 영적인 체험을 선사한 작품의 가치가 인터뷰에서 전달된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시간을 영원이 아닌 지속에 관해서만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작가의 날 것 자체의 삶을 치열하게 여과없이 보여주는 지속의 퍼포먼스는 강렬하게 시간과 공명한다. 작품 제목 ‘바다가 보이는 집’과 작가와 관객이 교감한 감동 얘기에서 연결되는 기억이 있다. 바다에서 나고 자란 아이는 파도와 끝없는 숨박꼭질에도 지칠 줄 모른다. 시선은 파도를 따르고 있지만 그너머의 무언가를 갈구 하고 있다. 그 아이가 파도의 근원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지구와 바다의 숨이라는 멋진 대답이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들려온다. 작가의 대담에서 말이 사라진 후 응시로 채워진 시간에 더욱 많은 것이 보인다고 한다. 진실을 향한 응시가 가닿을 때 감동이 몰려온 것 같다. 파도가 치는 모습만 봐도 지루함 없이 시간은 잘 간다. 

 

  좋은 자극을 받았다. 미술의 안내잡이를 따라 풍성한 작품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접했다. 전반적으로 훑어본 작품들에서 기시감을 본다. 예술 전유의 시대에  부지불식간에 여러 매체에서 많이 스쳐 갔을 것이다. 나도 시간의 매력을 좇아서 영상작업을 시작했다. 조급함에 허덕이면서도 기다림의 미덕이 있다. 언제나 원하는 그림은 먼저 오지 않았다. 상상하는 힘이 기다릴 수 있게 한다. 사람도 동물도 자연도 각각의 시간으로 카메라에 나타났다. 지난 습작이 보고 싶다. 다른 시간 감각을 담은 작업도 하고 싶어진다.  얼마 남지 않은 이 가을 안에 하고 싶고 동시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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