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다 읽기 세미나 공지입니다.
일시 : 8월 30일(수) 저녁 7시30분
장소 : 1층 주방옆 세미나실 (1-R)
범위 : 4장 분류하기 5절 '연속과 파국'부터 7절 '자연의 담론'까지
지난시간엔 4장 분류하기의 1절 역사가들이 말하는 것 ~ 4절 특징까지 함께 읽었습니다.
이번 장에서 푸코는 고전주의 시대의 에피스테메 위에서 자연사(박물학 또는 동식물학 등)가 어떻게 탄생하고 발전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1절) 우선, 푸코는 일반 역사가들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요. 근대의 에피스테메와 고전주의 시대의 그것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근대 생물학의 기원을 기술하고 싶어했던 역사가들은 그 당시엔 생명 자체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합니다. 고전주의 시대엔 자연사에 의해 틀지워진 격자 속 생물만이 있었을 뿐이니까요.
(2절) 르네상스 시대의 자연사와 고전주의 시대의 자연사 사이의 차이점을 이야기하기 전에, '역사(history)'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합니다. 근대 이전의 시대에서 '역사'라는 개념은 사물의 가시적인 모든 것과 사물에서 발견되었거나 사물 위에 놓인 모든 기호가 단일하게 뒤얽힌 조직(p.197)이었습니다. 흔히 근대인이 이해하고 말하는 '역사'는 자연이나 인류의 변천과 자취 그리고 그에 대한 기록을 일컫습니다만 당시엔 사물에 대한 묘사, 이야기, 효능, 문장학 위치, 약학, 음식, 고대의 기록 등등을 포괄하는 개념이었습니다. 성관샘의 친절한 설명에 따르면 당시 '역사'라는 말은 '탐구'라고 번역해야 훨씬 이해하기 쉽다고~
고전주의 시대 자연사가 르네상스 시대의 것과 차이가 나기 시작하는 부분은 '불필요한 부분'이 탈각되었다는 지점입니다. 존스턴이 동물별로 12가지 항목만을 기술하도록 정식화했고, 린네에 이르러 모든 장을 '이름-이론-속-종-특징-용도-리테라리아'의 순으로 기술하기 시작하면서 고전주의 시대 '도표', '격자'가 등장합니다. 이제 '역사'의 개념에는 사물 자체를 세심하게 조사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3절) 이렇게 불필요한 부분이 탈각되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것이 중요하게 다뤄졌는데요. 누구나 그 설명을 들으면 머릿속으로 '재현' 가능하도록 가시적인 것을 기술하는 표준화된 기술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고전주의 시대 자연사에서는 (1)요소들의 형태, (2)양, (3)배치, (4)상대적 크기 - 이 네 가지를 재현에 이용되는 연장으로 명시함으로써, 즉 가시적 분절에 힘입어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방식을 확립하였습니다. (p.204)
(4절) 가시적인 분석에서 얻은 구조는 일종의 고유명사(일차적 언어)에 불과합니다. 고전주의 시대 자연사가 '고전주의 시대'답기 위해서는 일반화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3장 말하기'와 비교하자면 자연사에서의 '지칭과 파생'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재현된 담론의 공간에서 이차적 언어로 분석된 것을 '특징'이라고 합니다. 특징을 찾아내는 기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1)체계와 (2)방법입니다. 체계는 요소들 간의 자의적 동일성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방법은 모든 종에 대한 동일성과 차이의 계속적인 기술을 통해 특징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둘 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체계와 방법의 인식론적 토대는 동일하다고 합니다.
이 밖에, 3절에서 현미경의 사용이 가시적인 제한을 가하였다는 점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요. 현미경의 사용이 가시성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을 뿐더러 생식과정에 대한 관찰을 통해 가시적 유사성이 대를 이어 반복되는 점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푸코의 주장이 잘 이해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 제 개인적으로는 고전주의 시대 자연과학이 기존 과학(물리학, 기하학, 역학 등)에서 형성된 합리성이 직간접적으로 전이된 결과물이 아니라는 푸코의 얘기도 잘 납득이 되질 않았습니다. 15~6세기 과학혁명에 따라 실험과 관찰이 중요해진 것과 무관한 별개의 형성물이라고 보는 푸코의 관점을 이해하는 것은 좀 더 뒤로 미뤄둬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관샘이 '지금쯤 서론을 다시 읽어볼 때다'라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 늪에 빠지거나 산으로 가기도 하는데;;; 서론을 다시 읽으면서 세미나에 대한 의욕도 다시 한번 다잡아 봅시다!!!
역시 셈나 후에 잘 정리된 후기를 보는 건 참 유익하네요.
몇 가지 첨언하자면,
당시 자연사는 박물학으로도 번역되지요. 그런데 '동식물학'이라고 하는 건 좀 곤란하지 않을까 싶네요.
왜냐하면 후기에도 적으셨듯이 당시에는 '생명'을 핵심으로 박물학이 조직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동물, 식물만이 아니라 광물 역시 중요하게(물론 자연의 사다리 형태로 수직 위계화된
형태이긴 하지만) 참여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역사는 history라는 말 그대로 오래도록 '기록' '이야기'라는 뜻이었죠.
그리고 <말과 사물>에서는 근대 이전에는 모두 '기술'이라고 받아들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박물학의 텍스트를 박물지(博物誌)라고 부르는 것이고요.
<탐구>라는 번역어는 홍기빈샘의 <거대한 전환>(?)에서 헤로도투스의 historia를 그렇게 번역하셨길래, 괜찮은
선택이 아닌가 싶어 셈나 때 언급한 것인데, 제가 워낙 어수선하게 얘기하다보니 내용이 좀 섞인 거 같습니다.
내일 할 부분도 만만치 않네요. 저는 지난 주에 '특징'을 부실하게 읽어서 고전했는데,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그래도 좀 낫네요. 갈수록 흥미찐찐해지는 <말과 사물> 씹어먹기!
낼 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