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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능막망] 해러웨이 읽기 (자발적) 후기

yuri 2017.10.13 00:26 조회 수 : 187

(유미쌤이 쓰신 후기에 댓글 달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져버려서 또 하나의 후기로서 여기에 올릴게요.)

언급 고맙습니다. 그때는 다들 이야기하는 시간을 빼앗아버린 것 같아 미안했고 아쉬었는데..
노들에서 하는 세미나에서도 가까운 이야기가 나오면서, 좀 생각이 정리(?)된 것 같아서요.
말로 하는 것보다 글로 하는 게 편하니 허락해주세요..

우선, 저도 기본적으로 '아이러니'라는지 '이중의 시선'이라고 표현하신 해러웨이의 전략에 공감이 가구요.
특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이나 동물, 그리고 사물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그것은 거의 대부분 제편/적, 옳다/그르다의 틀로 생각하기 어려운 면에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어쩔 수 없이 모순으로 얽매인 우리 '세속적 삶'의 모습인 것 같고요.

다만, 그런 관계에서도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겠죠(강간 같은 성폭력이 그 예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은 국가와 자본이 개입될 때, 즉 싸워야 될 때에는 더욱더 불가피한 것 같아요.
바로 공장식축산이나 동물실험, 그리고 핵발전소가 그런 것들의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해요.
거기서는 우리가 일대일로 마주할 관계에서는 분명히 폭력이고 학대라고 규정될 만한 것들이, 
산업적 규모로 당연하게 행해질 수 있게 되고 있으니까 말이에요. 
다만 그 장면이 우리에게는 안 보이게 구도적으로 만들어져 있을뿐이죠.
(그리고 우리 또한 대부분 불편한 것을 안 보고 싶어 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서 우리 소비 행위에서도 책임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고 느끼고요.
물론 자본이나 국가의 책임과는 질도 양도 다를 거고,
여러 사회적 조건 때문에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나은 소비를 찾아볼 수 있지는 아니지만요.)

만약 해러웨이가 동물실험에서의 쥐와의 관계를 '아니러니한' 관계라고 생각한다면,
저는 그런 관계는 관계라고 하기도 힘든 아주 끔찍한 관계이고, 관계의 틀자체가 잘못되어 있다고 여겨져요.
즉, 국가와 자본 그리고 그 밑바닥의 가부장제에 의해서 가능해진 지배와 피지배, 
죽이는 자와 죽음 당하는 자의 틀이 딱 정해진, 그런 관계 말인데, 
그것은 하나의 관계라고 하기보다는 관계의 통절한 실패가 아닐까 싶어요.

과연 우리는 노예제하에서의 백인주인과 흑인여성의 관계를 공평한 것으로 상상할 수는 이제 없잖아요?
위안부로 만들어진 여성과 일본인 병사의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실험이든, 음식물이든, 성이든, 노동이든 - 이용, 그리고 이익에 묶인 관계는 매우 파괴적일 수 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생물체의 접촉이다 보니 예외적으로 보이는 장면도 생기겠으나,
이 예외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러니 우리가 다른 존재와 만나고, 더욱 변화하기 위해서는, 지금 있는 틀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 만남이 이루어지는 그 무대설정자체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적어도, 그런 노력 속에서만 우리는 '실험쥐'가 아닌 어떤 독특한 존재와,
또한 '위안부'가 아닌 이름을 가진 어떤 유일한 존재와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요컨대 저는 우선 옳음 그름을 이야기해야 될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것은 주로 국가와 자본, 그리고 가부장제에 얽힌 관계이고요, 
그리고 그런 관계의 틀자체를 버리고 변화시키려는 과정에서만,
현 구도 속에서 사물취급을 당하고 있는 존재자들과 다르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싸울 때 '이중의 시선을 유지'한다는 것은, 국가나 자본 같은 적의 존재를 흐리게 하는 것아 아니라,
어떤 투쟁이 또 다른 소수자들과 연대하는 길을 찾아내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않을까 싶어요.
과연, 어떤 여성운동이나 장애인운동은 자기의 해방을 모색하는 바로 그 길에서, 
동물과 이 사회에서의 억압을 공유한다는 것을, 자기가 피해자일 뿐 아니라 가해적 위치에 설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그들의 해방이 우리 해방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 싸우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할 수 있었듯이 말이에요.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결국, 우리 자신을 바꾸기 위한 싸움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그것과 따로 있지는 않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너무 길어져서 죄송해요.
말씀하신 것도 제대로 이해했는지 약간 아슬아슬하지만, 또 나중에 이야기 나눠볼 수 있기를 바라며, 일단 이 (좀 이상한) 후기를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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