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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를 주관하시는 윤 선생님에 이어 제가 일반 참여자로서 수업의 첫 후기를 남기려 하니 갑자기 마음의 부담감이 밀려오네요. 이 압박감을 살짝 내려놓고 그저 학문을 배우는 학생의 자세로 지난 주와 이번 주 토론을 통해 깨닫게 된 점 및 제 소회를 간단히 적도록 하겠습니다. 수업 중 정말 많은 내용과 문제 의식을 윤 선생님 그리고 함께 하시는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배우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번 주 금요일 (21일) 수업에선 월터 미뇰로의 『로컬 히스토리/글로벌디자인: 식민성, 서발턴 지식, 그리고 경계사유』의 제 1장을 다뤘습니다.
 
1. 미뇰로는 서론부터 1장에 걸쳐 (어쩌면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근대성과 식민성의 역사적 관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 둘의 개념은, 마치 레닌이 말했던 자본주의의 최종적 단계로서 발현된 제국주의와 같은, 시간적 선후 내지 인과적 결과가 아니라 하나의 동시적 사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16세기의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남미에 식민지를 개척했을 당시 이 지역에서 유럽으로 유입된 각종 자원과 작물들이 서구의 자본주의적 근대성의 탄생에 기여한 사실을 지적하며 근대성과 식민성이 서로 발맞춰 등장했음을 밝힙니다. 이는 새롭게 열린 대서양 교역회로와 유라시아, 중남미의 무역 루트 사이의 결합 덕분에 가능해졌지요. 미뇰로는 월러스타인의 논의를 수용하여 이로부터 자신의 세계 체제에 대한 인식을 출발시키지만 동시에 남미가 국제적 자본주의의 시작에 있어 “가능성의 조건”이 되었음을 강조합니다. 이로써 미뇰로는 월러스타인과 결별하면서도 그가 90년대에 남미를 주목하며 자신의 세계체제론을 수정한 내용과 한편으로 다시 궤를 같이 합니다.
 
2. 위 역사가 근대성의 1단계였다면, 미뇰로는 이와 구분된 19세기 영국,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식민주의의 팽창을 근대성의 2단계로 부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은 유럽의 “내부 경계” 가운데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서유럽 국가들로부터 주변화됨에 따라 이전에 외연이 확장된 “옥시덴트”로 정의되었던 남미 역시 서구의 타자로 재구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세계 체제 내 중심의 변화에 의해 서구에 대한 자신의 위치 (혹은 정체)마저 뒤바뀐 남미의 모습은 이 지역이 왜 로컬 히스토리와 글로벌 디자인이 복잡하게 얽힌 공간이었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3. 미뇰로는 자신의 책에서 여러 학자들의 논의를 끌어들여 나름의 일관된 주장과 통찰력을 제시합니다. 그 중 1장에서 중요한 사항은 “다른 사유”/“경계 사유”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중 비판”에 의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 미뇰로의 입장입니다. “다른 사유”/“경계 사유”는 특정한 영토, 예를 들어, 한 국가에서 기인하지 않고 지식의 교차로에서 생산되며, 이는 불분명한 경계들에 걸치는 지역, 주체, 그리고 전통들 사이의 대립을 한꺼번에 비판할 수 있는 인식론적, 윤리적 잠재력을 부여합니다. 미뇰로는 이렇게 하나의 장소로 환원되지 않는 접근을 “다토픽적 해석학”이라고 칭합니다. 다시 말해, “다른 사유”/“경계 사유”는 세계를 이분법으로 구조화시키는 대신 이미 주어진 이분법 (예를 들면, 서구/비서구, 문명/야만 등)에서 발화를 시작해 양자를 뛰어 넘는 보편적 진술의 구성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뇰로가 놓치지 않는 점은 여전히 이 질서 속에 존재하는 “식민지적 차이”입니다. 권력의 비대칭적 식민성, 헤게모니의 독점으로 인해 “침묵을 강요당한 사회”가 생겨나며, 언어와 문화의 번역에 있어서 지식의 서발탄화 (다른 표현으로는 푸코의 표현대로 “종속된 지식”의 탄생이자 위계의 형성)가 이뤄진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미뇰로는 이 “식민지적 차이”가 “로컬 역사에 의한 글로벌 디자인의 재언명과 전유”를 가능하게 하는 혹은 “미래 ‘세계 문화’의 방향으로 변환하는 인식적 에너지가 된다”는 점을 변함없이 신뢰하고 있습니다.
 
4. 미뇰로의 “다른 사유”/“경계 사유”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곳곳에 산포되어 있는 이분법의 구조 혹은 “보편”과 “특수” 사이의 해묵은 갈등에 대한 신선한 길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어쩌면, “진리를 찾으러 가기” 보다는 “다르게” 생각하기를 중시하는 듯 보입니다. 그는 근대/식민 체제의 식민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비록 이를 아주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결국 (어느 경계가 열려 있는) 장소에서 벌어진 특정한 식민지 경험과 그 역사성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데리다를 비판하면서 모든 문화가 보편적으로 갖는 식민성이 아닌 근대/식민 체제의 식민성을 밝힐 것을 요청하는 것에서 이 점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로컬의 여러 층위를 나누고, "보편적 프로젝트로서의 파편화"를 강조하는 것이 결국 역사 서술에 있어서 어디까지 “미끄러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인가는 여전히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일 것 같습니다. 차이의 규명을 통해, 마치 차연처럼, 끝없이 나누는데 있어서 그 종착점의 한계가 어디일까에 대한 궁금증도 생깁니다. 어쩌면 역사 쓰기는 레비나스가 말했던 역사의 독재를 비껴갈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과거 속에서 사람들의 시야로부터 사라지거나 침묵을 강요당했던 자들을 찾아내는 건 역사가의 마땅한 책무이자 가치 있는 일 것입니다. 그러나, 혹여라도 미뇰로의 비판이 좀 더 급진성을 원한다면, 만약 그가 식민주의적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근대/식민 체제의 식민성을 고발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우리는 위와 같은 그의 지적 설계가 올바른 방향인지, 그것이 계급적 차이와 같은 근대 이후 시공간을 초월해 모두가 당면한 급박한 상황에 대한 비판을 분산시키거나, 알튀세르를 상기한다면, 오히려 개인이 실제 조건과 맺고 있는 상상적 관계의 재현을 식민-피식민의 역사적 문제로 치환함으로써 (미뇰로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흐리는 결과를 낳지는 않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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