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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하는 물질 2,3장                                                  2020/02/02      창근 

 

 하나의 신체는 그 자체로 무수히 많은 미시적인 원시-신체로 이루어진 복합적 신체이며, 동시에 특정한 배치 내에서 하나의 원시-신체로 기능한다.

미시적 신체들의 모자이크로써 신체는 스피노자에게서는 양태로 불린다. 하나의 신체는 미시적 원시-신체들의 흐름을 하나의 특정한 양상으로 종합할 때 정의할 수 있다.

동시에 그 종합에는 외부적 신체와의 만남이 끼어든다. 신체 안의 이러저러한 의지 중 먹고자 하는 의지로 신체를 움직이고자 할 때 음식이라는 외부적 신체와의 만남까지가 먹고자하는 신체를 정의한다.

먹은 음식은 먹고자 하는 의지의 결과이면서 먹은 신체를 변용시키는 원인으로서 작용한다. 이처럼 양태로서의 신체는 변용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동시에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원시-신체들의 종합과 더불어 외부적 신체와의 만남은 지금 이 순간의 신체, 양태를 정의한다.

그래서 양태mode는 특정한 배치 내에서 어떤 mode로 양태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정한 배치 내에서 양태는 외부 신체와의 만남 속에서 다른 신체로 끊임없이 변용되면서 동시에 다른 신체를 변용시킨다. 양태는 자신이 원인으로 작용할 때에도 다른 외부적 신체와의 만남이 그 결과를 우연에 종속시키게 만든다.

모든 마주침에 내재하는 우연성이 행위의 영향을 우발적인 것으로 만든다.

즉 작용으로서의 행위는 그 행위와 연결된 다른 양태들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시 양태를 변용시킨다.

 

배치의 행위성은 배치를 이루는 구성요소들 각각의 생기적인 힘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

배치의 행위성은 그러한 요소들의 결합에서 나오는 고유한 효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요소가 지닌 힘은 배치의 행위성과 이질성을 갖는다.

신체의 종합과 마찬가지로 배치의 행위 역시 요소들의 결합에서 나오는 효과로 정의된다.

이때 배치의 행위성은 인간뿐만이 아니라 인간-비인간의 결합에서 나온다.

인간-비인간의 결합이라는 분산된 행위성은 효과를 만들어내는 원인으로써 작용한다.

전기 송전선망의 배치는 전기 공급이라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때에도 이 전력망을 이루는 수많은 행위소들은 배치의 행위성으로 전부 환원되지 않는 이질성을 갖는다.

그리고 이 이질성은 배치의 행위성과 전혀 다른 종류의 상호작용의 잠재성을 갖는다.

다른 상호작용의 잠재성이 현행화되었을 때 정전 사태라는 하나의 사건이 발생한다.

정전사태라는 사건의 영향은 전력망의 배치를 다시 변용시킨다. 하나의 배치 역시 양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영향으로서의 결과를 통해 신체, 배치를 더 잘 변용시킬수록 그 신체의 능력은 더욱 뛰어나다.

수용력으로서의 능력은 자신을 변용시킬 수 있는 외부적 신체와 잘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이질적인 것들을 잘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질적인 것들을 향해 자신으로부터 더 잘 탈영토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의도마저 다른 것에 의해 변용되는 분산된 행위성은 근본 원인을 상정하지 않는다.

분산된 행위성은 인간, 주체와 같은 단일한 의도로 환원되는 원인을 거부한다.

그 대신 행위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특이점의 분포의 파악을 요구한다.

배치의 행위성의 효과는 언제나 요소들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고 따라서 그 관계의 종류의 확인을 요구한다.

배치의 기세배치의 특이성이다.

사물들의 특정한 배열에서 나오는 배치의 기세는 그 배치를 정의하는 특이성이다. 그 특이성은 배치를 이루는 요소들의 이질성에 의해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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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하는 물질 2,3장 메모.                                                  2021/02/02.    로라

 

1. 사물-권력 : 사물이 행위소로서 작동함으로써 발생하는 효과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사물에 힘이 내재해있다는 것은 동의할 수 있으나 권력이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복합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사물의 행위 효과보다는 효과의 결과에 도덕적 책임을 질 수 없는 물질의 무차별성이 강조되는 느낌이다. ( power의 번역이 권력으로 행하여져 이루어진 오해인듯 ㅠ-> 여기서 power는 '힘'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 스피노자의 감응적 신체들을 형성하는 의욕적인 양태들은 자신이 지속하기 위하여 자신들이 겪어내는 변화와 변용을 창조적으로 상쇄하기위하여 새로운 마주침을 추구한다. 양태들은 연합들을 변화시키고 다른 양태들에 의해 변화된다. 여기에는 어떠한 양태도 위계적인 의미를 지닌 행위자가 아니며 언제나 우연이라는 요인에 종속되어있고 모든 마주침에 내재하는 우연성에 종속되어있는 다른 양태들의 변용에 맞서 견디고 다투기 때문에 항상 긴장된 변화과정에 있다. (이것은 진화론에서 생명들이 처한 환경에 정확히 부합한다.)

3. 스피노자의 의욕적인 실체(여기서도 번역의 오역, 실체가 아니라 '신체')는 무엇인가? 베넷은 그 것이 그 자체로 연합하는 신체, 자신의 '힘'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 아래 서로 군집하려는 복합적인 신체로 변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생기적 유물론을 주장하기위하여 스피노자로부터 가져오는 개념은 “ 신체들은 이질적인 배치로서 혹은 이질적인 배치 내에서 자신의 '힘'을 향상시킨다는 것” 이다.

: 배치를 달리함으로써 전혀 다른 것이 만들어지는 생물의 발생과정을 확인 한 바 있다. 다른 배치가 '힘'을 향상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배치의 합목적성(칸트만이 이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한자어로 생물학에서는 합리적, 필연적, 우연적, 목적적 이란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은 오랜 세월의 시도와 실패 끝에 형성된 구조 속에 배치된 과정이자 결과이므로..

무생물이라는 물질로부터 생성된 원시 유기체가 생존을 위하여 (목적이라기보다는 맹목적인) 원핵세포, 진핵세포로 또 그다음 다세포 집단으로 ...지속적인 진화적 변화를 겪어가는 과정을 연상시킨다. 생존력은 '힘으로 대체될 수 있는 말일까?

생명력(Driesch)으로 또는 약동하는 힘(Bergson)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4. 배치를 통해 생성되는 효과는 창발된 성질 :

배치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은 당연 생기적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이 요소들의 묶음 역시 고유한 효과를 가진다.

이것이 배치의 행위성이다.

언제나 개방되어있고 ‘통일할 수 없는 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형성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수명도 유한하다.

인간들의 공동체가 가지는 성격과 매우 유사하다. (또는 비인간들의 집합체)

그 예를 베넷은 전기 송전선망의 배치에서 찾는다.

 

5. 라투르의 표현인 “ 행의에 의한 약간의 놀라움:

어떤 일의 수행이 가져오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 , 그 것은 제약없는 무한함이다. 

그 어떤 것이 될 수도 있다.

그 결과의 폭팔적인 창발성은 원인에게 윤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 것들의 수행을 선택한 주체들이 지고 가야할 짐으로 남는다. 

 

6. 구조라는 범주를 통해서 사물의 힘을 제대로 다룰 수는 없다는 것, 구조는 인간의 행위성에 대한 제약으로서 부정적으로만 작용하거나 행위의 배경으로서 수동적으로만 작동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구조의 구성적인 힘, 생산적인 힘이 구조 내에 있는 인간의 의지나 의도로부터 유래한다는 것도 인정되는 바이다.

여기서는 배치의 고유한 행위성을 볼 수가 없고 구조,환경, 맥락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만 온전히 생동하는 물질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한다.

: 그렇다면 구조, 환경, 맥락, 인간의 의도나 의지, 배치의 행위성 이 모든 것이 한 현상이나 사건의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 (행위소)이어야 할 것이다.

 

7. “분산된 행위성

- 결과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책임을 어디에다 물을 것이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개선 할 것인가??

                           

- 범죄의 본질(ex. 나치의 범죄들, 5.18 광주 항쟁의 발포 책임)에 대하여 제대로 파악했으나 그 것들에 대한 답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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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자연학셈나]    생동하는 물질(제인 베넷), 2장,3장                                최유미                             2021-02-02

 

2장. 배치들의 행위성

 

- 저자의 기획은 ‘사물-역량(res-power)’이라는 개념을 통해 힘, 에너지, 강도에 초점을 맞춘 물질성의 이론화하는 것이다.

저자는 ‘사물-역량(res-power)’이라는 용어가 사물의 안정성이나 사물의 고유한 힘 같은 사물성을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원자론적인 접근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경계하면서, 스피노자의 ‘정동적인 신체’ 개념과 들-가의 ‘배치’개념을 차용해서 작업하고자 한다.

그의 연구대상은 2003년에 북미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전사태다.

 

스피노자의 신체: 스피노자에게 신체는 “지속적으로 다른 신체들에 의해 변용되고 다른 신체를 변용시키는” 본성을 가진다. 요컨대 신체는 연합적이고 사회적이다. 신체들의 이러한 역량은 동등한 두가지의 현실적인 힘인데, “하나는 행위하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행위를 견뎌내는 힘이다.”(77) 스피노자에 따르면, 단일한 신체(단순물체, 저자는 원시-신체)의 경우 코나투스는 버티려는 힘(관성적인 경향)으로 나타나지만 모자이크적인 양태(혼합물)들에게 그것은 ‘운동과 정지’의 특수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으로 나타난다.

혼합물로서의 신체는 일정한 운동과 정지의 비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창조를 수반하지 않을 수 없다. => [운동과 정지의 비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 개체로서의 일정한 질서를 유지한다는 것이기에 개체화를 설명하기는 부족한 것 아닌가? 게다가 실존능력의 증대-외부의 신체들로부터 많은 방식으로 자극받아 변화하는 데 유능하면 할수록 정신은 사유하는데 더욱 더 유능해지기 때문이다-를 개체성의 유지로 보는 것은 너무 보수 적인 관점임. 개체화의 관점, 구성적인 관점에서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음]

배치: 부분과 전체에 대한 새로운 개념화임. 전체가 부분들의 선형적인 합이 아닌 것은 그 배치의 창발적인 힘에 근거함. 저자는 이를 배치의 행위성이라고 함. 배치는 “다른 것과 구별되는 형성의 역사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동시에 유한한 수명을 갖는다.”(83)

 

정전사태에 연루된 것들: 유효전력과 무효전력으로 분화하게 된 전기, 발전장치(관리인원부족), 송전선(열에 취약한), 소규모 화재(우발적인) 엔론의 퍼스트 에너지와 다른 전력회사들(이윤추구), 소비자(전기소비량 증대), 연방 에너지 규제위원회(민영화); 5000만명 이상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이 대규모 정전사태는 하나의 원인으로 환원할 수 없는 복잡한 성질을 띠고 있다;“행위에 의한 약간의 놀라움”(라투르의 용어)―의도치 않은 결과들의 복잡한 연쇄

이들의 행위성은 이들의 배후에 있는 어떤 행위자를 상정 하거나 인간의 행위를 제약하고 맥락을 제공하는 구조로 환원되지 않는다.

사물의 효능, 궤적, 인과성; 효능은 행위성의 창조성이나 새로운 것을 발생시키는 능력을 의미한다. 행위성을 인간에 국한하지 않고 집합체 전체에 분산되어 있는 것으로 본다면, “언자나 작동하는 한 무리의 생기성”(99)을 생각할 수 있다. 행위성은 어딘가에서 벗어나는 방향성 혹은 움직임을 뜻하는 궤적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도덕철학은 이를 정신이 유발하는 목표성이라고 보지만, 데리다는 언제나 열려 있는 약속으로서의 ‘메시아성’으로 본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분명히 결과를 야기하는 무엇이 일어난다는 약속. 집합체, 혹은 배치의 행위성을 고려할 때 인과성은 가장 모호할 수밖에 없는 개념이다. 창발하는 인과성―과정 그 자체를 행위소로 간주하고 그것에 집중하며 다양한 수준의 행위적인 능력을 가진다.

기세(氣勢); 사물의 특정한 배열에 내재한 양식, 에너지, 성향, 궤적, 활력―시공간적인 배열에서 발산하는 역동적인 힘

 

정치적인 책임: 인간의 행위성이 아니라 사물의 행위성, 행위성이 창발을 강조하면 그것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무능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저자는 연합된 행위성이 해로운 결과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기획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이것은 결과의 근원을 찾아내는 탐색의 범위를 확장한다.

이는 지나친 이익추구, 소비지향, 무능..등등에 대한 정당한 분노를 막지 않지만, 그것이 단지 도덕적 비난으로 끝나지 않고, “생기적이고 종횡무진하는 힘의 세계에서 적절한 행위가 무엇인지”(111)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필요성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3장 먹을 수 있는 물질

 

- 사물의 능력을 맥락, 도구, 제약이라는 범주에 한정해서 고찰하는 경우는 인간의 의도를 좌절시키는 부정성으로서의 고찰에 국한된다.

저자는 행위소로서의 음식―이 경우 지방―의 역할을 조명한다. 저자가 드러내려고 하는 것은 행위소로서의 음식은 “중요하고 공적인 결과를 낳는 유도자이자 생산자”(115)라는 것이다.

 

조작자(operator)로서의 음식; 들-가의 개념인 조작자는 이 배치에서 저 배치로의 이행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 즉 배치의 변환기이다.

니체는 음식의 물질적 행위성을 주목했다. 음식은 누가 언제 섭취하느냐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낸다.(코로나르 요법에 대한 비판) 맥주가 신문-정치-바그너의 음악과 결부되면 반유대주의의 효과를 내고, 육식금지가 성적금욕과 결부되면 성직자의 원한의 감정의 근원으로 작동한다.

소로는 야생에 대한 갈망(날고기)을 사색하면서 그 음식이 자신의 고유한 활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결론 짓는다.

걸쭉한 육즙을 불결하게 여겼고 자신의 살과 조화되지 않는다고 여기면서 채식식단을 고집했다. 저자는 이를 물질의 행위성을 포착한 것이라고 하지만 야생을 낭만화하는 소박한 생각으로 보인다. (식물의 즙은 깨끗하고, 동물의 즙은 더럽다는 식의)

 

니체와 소로는 모두 “어느정도 행위적인 능력을 지닌 인간과 비인간 요소들의 배치가 형성되는 과정으로서의 식사”(135)를 체험했다.

이 능력은 인간의 의도를 가로막는 부정적인 능력과 무언가를 촉발하고 창조하는 능동적인 능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인간과 비인간(먹을 것)은 식사를 통해 재물질화되고, 재물질화를 형성하는 질료로 작용한다.

그래서 내 식사는 내 것이기도 하고 내 것이 아니기도 하다. (135)

 

슬로푸드 운동:생태적이고 도덕적인 운동의 일환인 슬로푸드 운동은 음식을 준비하고 음미하는 시간 만이 아니라 그것과 결부된 혹은 선행하는 경제, 노동, 농업, 문화, 배송과 관련된 사건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운동이다. 그러나 이 운동은 그 초점을 인간의 활동에 국한시키는 면이 있는데, 그것을 넘어섰을 때 이 운동은 훨씬 강력해 질 수 있다. 우리가 음식의 행위성을 인정하게 된다면 우리의 일상적인 식사경험을 재고 할 수 있고, 생태학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보다 실천적으로 모색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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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동하는 물질  2,3 장                    진경                                                                                         2021.2.2

 

 

1. 스피노자의 신체와 능력

 

베넷은 스피노자를 원용해 한 신체가 연합할 수 있는 능력, 즉 연합가능한 신체의 다양성이 크면, 촉발받아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거기에 유능할 수로고 능력이 크다고 말한다.

신체적 능력으로서의 커패시티. 또한 배치 내적 이질성이 클수록 변용능력이 크기에 그 능력이 크다고 한다. 이를 행위성으로 연결한다(80-81).

 

그런데 스피노자에따르면 연합의 결과 다른 결과를 함ㄲ[ 산출한다면, 그것은 다른 개체가 된 것이라고 해야 한다.

이점에서 연합은 이미 개체성의 변환을 함축한다.

이는 어떤 개체를 주어로 서술하는 것을 아주 곤란하게 한다.

이를 피하려면 개체나 배치의 준안정성을 형성하는 문턱 개념이 필요하다.

배치 안에서 에너지 분포의 불균등성을 말하는데(82) 이 불안정성이 여기상태로 이어지고 문턱을 넘으면 다른 배치로 이행한다.

배치의 영토성과 탈영토화의 첨점에 대한 들/가의 개념은 이와 관련되어 있다.

 

 

2. 비인간과 데모스

 

베넷은 비인간 역시 데모스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한다(96).

좋은 생각이다. 오이코스에 있으며, 그저 도구로만 간주되는 것은, 노예나 여성이 데모스가 되는 것만큼이나 데모스에 포함될 이유가 있다. 데모시의 지배체제로서의 데모크라시는 이런 사물-데모스 또한 포함되어야 한다.

 

이를 라투르처럼 사물-의회라는 개념으로 연결할 수도 있겠지만, 랑시에르처럼 불화를 드러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으로서의 정치 개념에 연결할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굳이 대의나 대표라는 개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웃한 데모스로서의 사물과 지배체제, 인간 간의 불화를 드러내는 것은 굳이 때의 개념없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3. 반성능력과 석기

 

베넷은 인간의 반성적인 행위나 능력을 석기의 이용으로부터 끄집어내는 스티글리츠를 원용한다(97).

그러나 반성능력이 꼭 석기로부터 나오는 건 아닐 것이다.

<사피엔스>에서 하라리는 석기시대란 관념을 비판하며면서 오히려 목기의 중요성을, ‘다수성’을 지적하는데, 목기 뿐 아니라 모든 도구가 그것을 사용하기 위한 반성능력과 의식, 언어의 발전을 동반한다.

이런 점에서 이는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에 대한 포괄적 정의로 소급되는 게 적절하다고  보인다.(이에 대해서는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4. 효능과 궤적

 

베넷은 효능을 행위성의 창조성, 무언가 발생하도록 만드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98).

그리고 예상된 어딘가로부터 벗어나는 방향성을 궤적이라 정의한다(99).

그러나 궤적이란 말에서 목적으로부터의 이탈이란 의미를 떠올리기는 어려워 보이기에, 그리 적절한 개념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또 효능 역시 배치가 주어라고 하더라도, 무언가 주어로서의 위상을 함축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탈이란 의미로 궤적을 덧붙여야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효능을 효과로부터 소급되는 원인들의 집합이라고 정의한다면, 이는 주체철학적 사고방향에서 좀더 멀어지면서, 효과를 통해 상회하는 유물론적 사고로 좀더 가까워질 수 있을 듯하다.

 

 

또 하나, 궤적이란 개념을 정당화하기 위해 베넷은 데리다의 메시아성이란 개념을 끌어들이는데, 메시아라는 단어의 ‘거대함’은 이 역시 쩍절하지 않다고 느끼게 한다.

물론 메시아성은 열려 있는 약속, 기대에서 언제나 벗어나난 사건성을 뜻하지만(100), 이 말에는 ‘약속’이란 개념이 강하게 접혀들어가 있기에 효능과 궤적이란 말에 담기엔 너무 거대하다.

 

차라리 들뢰즈가 말하는 아이온의 시간과 데리다가 말하는 메시아의 시간을 대비하여 살펴보는 게 좀더 생산적일 것 같다.

 

5. 먹을 것의 유물론, 혹은 음식의 생리학

생동하는 물질의 에로서 음식을 다루는 것은 흥미롭다.

니체와 소로에게서 보이는 음식에 대한 사유는 확실히 생리학적이다.

그러나 이를 ‘방랑하는 물질’로 끝내버린 것은 중도반단의 느낌이 있다.

음식의 유물론을 더 밀고 나가려면 위장과 창자 인근에 모여 있는 신경세포들의 중요성, 음식과 결부된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의 반응을 포착하여 그것이 신체는 물론 정신에 미치는 영향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음식이 신체는 물론 인간의 영혼을 만들고 변형시킨다는 것, 음식과 신경전달물질, 신경세포와 기관 등의 배치가 산출하는 생리학적 효과 등에 대해 좀더 썼어야 한다.

더불어 <분해의 철학>을 쓴 일본인의 책이라고 기억하는데, 음식의 기호학과 음식의 생리학을 대비하여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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