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발제는 넝구 선생님이 1장 C, D를 맡아주셨어요.
후기는 여건상 백무산의 시 <오래된 숲>으로 대신합니다.
오래된 숲 / 백무산
박수 소리 들리고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나도 일어서려는데 서너명의 여자들이
다가와 웃으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인디오의 피를 얼마씩 물려받은 듯
얼굴은 검은 편이고 손은 거칠어 보였습니다
우린 당신이 하는 일을 존중한답니다
토역자가 그들의 말을 전해주긴 했지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한 여자가 작은 책 한권을 내밀었는데
컬러 표지에 에바가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속표지를 펼쳐 손가락으로 짚어주는 그곳엔
스페인어로 또박또박 쓴 문장과 이름과 이메일까지 적혀있었습니다.
에바에 관한 것인지 글의 뜻을 말하려고 그러는지
뭔가 꼭 덧붙이고 싶어했으나 행사장 소음에 묻혀
통역자도 잘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습니다
나는 그 표정을 무성영화처럼 읽어야 했는데
문득 어지러운 내 머릿속에 말간 한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프롤레타리아!
손을 내밀며 금세 젖어버리는 저 표정
사소한 일에도 저리 간절하게 짓는 표정
당신도 그렇지 않아? 동의를 구하는 표정
방금 만났지만 우린 같은 걸 느끼고 있는 거죠?
우린 이미 모르는 사이가 아니잖아요 그렇죠?
안 그래요? 그렇게 묻는 표정
프롤레타리아, 계급 아니라 인간의 온기
지상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씩 간직한 손
우리 모두 오래된 숲에서 오지 않았느냐고
객지에서 만난 고향 누이들처럼
또 한번 뒤돌아보고 손을 흔들며 멀어져가는 그들
세미나 참가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반장(010-3l75-9438)에게 문자 혹은 댓글로 말씀해주시고
목요일 7시 30분에 1층 왼쪽 세미나실로 오세요. 회비 2만원을 내시면 수유너머104 모든 세미나에서 공부가 가능합니다.
현재 세미나는 <전체성과 무한>을 읽고 있습니다.
(시즌 2 읽을거리 : http://www.nomadist.org/s104/A2_Seminar_schedule/147241)
우와 백무산님의 시를 여기서 만날 줄이야^^
타자와 대면하고 타자의 얼굴을 느끼고.. .
타자 없이는 나도 있을 수 없는 세상에서
전체성으로 환원되지 않으면서 곁에 있는 타자(레비나스가 처음이라 개념이 맞는지...)에 대한 레비나스의 사유가 어렵지만 매력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 좋은 세미나니 많이들 오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