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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º 벤야민의 마지막 횡단』을 일고

이 소 미

2차 세계대전 피난도중 발터 벤야민은 낯선 스페인 국경의 한 호텔에서 자살한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마치 국립도서관에 가는 것과 같은 삶의 일부였을지도 모른다. Non Serviam. 죽음조차도 그를 굴복시키기엔 부족했던 건 아니었을까.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는 발터 벤야민과 그가 죽음을 불사하며 지키려 했던 원고들을 읽고 있지 않은가.

 

벤야민은 학자지만 부유하지 못했고 오히려 진정한 학자의 길이 온전한 삶을피폐하게 만들었다. 또한 그의 삶의 태도는 지나치게 우유부단한 반면 학문에서는 냉정할 정도로 단호했다. 12년간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출입하고 전쟁 중에 많은 사람의 재촉에도 프랑스를 떠나지 않았던 그의 면모에서 냉정함, 심지어는 고독함까지 묻어난다. 그러나 사랑 앞에서 지극히 감성적이고 순수함을 가진 인간다움을 가진 사람이었다. 벤야민은 표현에서는 서툴렀지만 무엇이건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려 하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랑하는 아샤 라시스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하고 숄렘과의 토론에서도 굽히지 않는 것처럼. 한편으로 그의 우유부단함은 한 순간의 아이디어도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능성을열어둔 채 다방면으로 사고하고자 하는 그의 욕심일 수도 있다. 그저 기억의 순간순간을 잡기 위해서 그는 메모를 하고, 에세이 형식으로 잡아둔 것이어서 난해하기 이를 때 없을 수도 있다.

 

소설이란 특성상 명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짐작으로 나마 ‘아마 그때 그 상황이라면 그렇게 기억의 파편을 나눠 놓을 수 밖에 없었을 거야’라며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국경수비대를 코앞에 두고 괴테의 책을읽는 유유자적함은 조금 충격이었지만 그런 면모에서 그의 진실한 학자연한 태도가 드러나는 듯하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기 보단 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진정함을 에세이에 담고자 했던 것이다. 그것이 행여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일지라도 펜과 책을 놓지 못하는 본능적인 학자의 태도는 아니 었을까.

 

간간히 보여지는 그의 메모에는 수수께끼 같은 비밀스러움이 묻어 난다. 직설적이 보단 우회로를 거처야만 진정한 의미에 도달하는 그의 기록들. 하지만 이러한 모호함 속에 진실함과 사실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누군가 그랬던 것 같다. 현실에서 분명한 것은 없고 다만 불분명한 세계 속에 사는 것이 우리라고. 그럼 벤야민의 글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그의 글은 단 하나의 감각만으로, 이성만으로는 받아들일 없는 촉각적인 특색을 지녔다. 그것은 독자들이 충분히 사유하고 의미를 받아 들이게 하려는 벤야민의 의도일 지도 모른다.

 

‘죽음은 사랑처럼, 우리를 벌거 벗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처럼 벤야민이 죽고 그의 텍스트들은 벌거벗겨졌다. 그것도 전세계, 수많은 언어로. 그는 학자로서 진정으로 영원히 사는 법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서류가방을 목숨보다 아꼈고 심지어 죽음도 의연히 받아들였던 것은 아닐까. 호세가 그토록 궁금해 하기도 했던 서류가방 속의 원고가 바로 우리가 보게 될 에세이라 하니 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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