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
2장(Medievalism and Thomas Carlyle)에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모리스에게 영향을 미친 중세와 토마스 칼라일이 나옵니다.
먼저, 중세는 모리스의 젊은 시절에 굉장한 영향을 미쳤는데, heroism, beauty, high endeavor, love와 같은 중세 고딕에서 다루어지던 것들이
저속한(문명화된) 현실과는 대조적으로 비쳐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9세기에 중세는 재구성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그로테스크하거나 동화 속 나라와 같은
이미지가 아닌 자본주의 이전의 유기적이고 실제적인 공동체의 이미지로서의 중세입니다. 이렇게 재구성된 중세의 이미지로 모리스는 자신의 시대를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칼라일은 자본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는데, 그의 저서인 '과거와 현재'에서 화폐에 의해 맺어지는 인간관계에 대한 굉장한 혐오를 드러내었습니다.
재미있던 부분은 봉건시대와 비교하는 것인데, 봉건시대의 의무(계급사이의)는 그래도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간적 관계로 성립이 되었는데, 화폐가치에 의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시장에서는 비인간적 관계가 성립된다고 본 점입니다. 또 칼라일은 노동에 대한 화폐의 지급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전적으로
노동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자본주의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합니다.
또 그는 노동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 했는데, 노동을 종교적으로 신성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것이 후에 모리스에게 굉장한 영향을 줬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노동에 대한 의견들이 오갔었는데, 본 텍스트에서 나오는 것 처럼 과연 노동이 삶의 근간을 이루고 신성한 것이며 사람을 완전하게 만드는가(나중에 나오게 되지만 기계에 의한 산업의 자동화에 반대하는 수공예운동과 연과해서 생각)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철저한 생산자동화를 통해 일할 필요가 없게 되고 사람들은 끝없는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되어 해방된 인간 즉, 놀이하는 인간인 호모 루덴스를 꿈꿨던 1960년대의
상황주의자인 콘스탄트의 '뉴 바빌론'프로젝트를보면서 칼라일과 모리스의 관점과 비교해 가며 노동과 기계에 대해 생각을 연장시킬 수 있었던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뉴 바빌론을 기획한 콘스탄트는 문화는 늘 지배체제의 여백에서 창조되었다고 주장하고 과거에 문화를 생산하는 것은 대중들이 아닌 일상 노동의 의무에서 면제된 후원자 체계의 창작가들익고 창조성과 놀이에 대한 욕구는 상품생산의 핵심노동이 사람들의 전체 에너지를 고갈시키지 않을 때만 번영할 수 있고 자동화는 대중들이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한다고 보았습니다. 콘스탄트는 다른 방식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접근했는데, 이 인공적 천국인 '뉴 바빌론'은 역설적으로 자유롭고 영구적인 속박이 없는 상태를 보여줌과 동시에 근거없음과 불확정성, 죽음의 질주와 같은 어두운 면을 제시함으로 스스로 유토피아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없음을 드러냅니다.
놀이하는 인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인강상이기도 하고. 콘스탄트가 보여준 뉴 바빌론 프로젝트가 진정으로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킬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쨋든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신의 생각을 극한으로까지 끌고 간 사람같아요. 나도 상황주의자들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데, 시간나면 콘스탄트에 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네요. 신기한건 150여년 전의 이야기지만 현재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도 동떨어진 이야기 같지 않아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