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 영화사 세미나에서는 호모시네마쿠스의 '에드가 모랭' 편과 벨라 발라즈의 영화의 이론의 '가시적인간','클로즈업','인간의얼굴' 부분을 읽었습니다.
호모시네마쿠스에서는 사진과 영화에서의 '포토제니'가 주된 이야기였는데요. 이는 회화 고유의 특질인 피토레스크와 구분되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피토레스크는 현실의 어떤 사물이나 풍경등에 대해 그림의 소재가 될 정도로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이와 다르게 포토제니는 현실이 아닌 이미지 속에 피토레스크적인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저자는 피토레스크를 회화의 고유한 특질이라고 하고, 포토제니를 사진이나 영화의 고유한 특질이라고 합니다만
여기서 좀 찜찜한 부분은 회화 역시 사진이나 영화와 같이 이미지라는 점입니다. 고로 회화에서도 포토제니를 느낄 수 있겠지요.
그래서 세미나원들 끼리는 실제 사물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피토레스크, 회화나 영화나 사진 등으로 재현(표현)된 이미지들에서 느껴지는 것을 포토제니로 구분했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부분은 영화나 사진은 '이미지의 이미지', '재현의 재현'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영화는 현실이 '이미지화(재현)'된 것이지요. 그런데 현실 또한 우리에게 '이미지'로 지각됩니다. (여기서의 지각은 인간의 시각을 비롯한 지각 체계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현실(이미지)의 이미지' 라는 말을 생각하면 영화는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나, 그렇다면 영화가 굳이 존재할 필요성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이 들 수도 있는데요.
저자는 이에 대해 영화는 살아있는 재현의 재현이다, 라는 말로 이에 답합니다.
여기서 살아있다는 말은 인간의 눈이 아닌 카메라의 눈(기계의 눈), 오버랩, 클로즈업, 카메라 움직임, 쇼트의 구별, 몽타주 같은 영화적 기법들로 설명이 됩니다.
이러한 다양한 영화적 기법들을 통해 현실(지각된 이미지)과는 다른 것을 생산하게 됩니다. 그래서 살아있다, 라고 표현한 것이지요.
벨라발라즈의 영화의 이론에서는 '클로즈업'이 주된 주제였습니다.
제게 클로즈업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은 멜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물기어린 눈망울이 담긴 얼굴들뿐이었습니다.
그런 클로즈업들은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한 이미지들이고, 우리의 시각을 익숙하고 무디게 만들어버렸지요.
그래서 임권택 감독이나 허우샤오시엔, 압바스키아로스타미같은 감독들의 영화가 무지 졸립고 지루하게 느껴지는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이론'에 등장하는 클로즈업들은 영화가 등장한 초창기의 클로즈업이나 무성영화의 클로즈업이었는데 이런 클로즈업들은 현재의 익숙한 감각만 재생산하는 클로즈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듯했습니다.
루이스 브뉴엘의 안달루시아의 개에 나오는 눈을 커터칼로 자르는 클로즈업과 가을동화(요즘 드라마도 아닙니다만;)에서 나오는 송승헌의 촉촉하고 우수어린 얼굴 클로즈업은 다르긴 다르지요.
어쨌든 영화 초창기 클로즈업이 막 발명되었을 때의 그 신비함과 포토제니는 인간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사람들의 크게 흥분시켰던것 같습니다. 실제로 현재의 상투화된 클로즈업과는 다르게 클로즈업을 통해서도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던것 같구요. 현미경이 처음 발견되어 꼬물거리고 헤엄치는 정자를 보았을때 얼마나 신기했겠습니까(예가 왜 하필 정자가 떠오르는지 ㅎㅎㅎ)
다음 8월 18일 세미나는 서울디지털영화제 개막식에 다수의 세미나원들이 참석하는 관계로 쉽니다.
신디 영화제 개막작은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엉클 분미'라는 영화라고 합니다. 요번 칸 영화제에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지요. 영화 예매 시작된지 3분만에 매진되었다고 합니다 ㅠㅠ 신디 영화제에서는 못보지만 신디영화제 프로그래머이신 은실님에 따르면 어떤 배급사에서 영화를 샀다고 하니, 올해 안엔 극장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하야 8월 25일에『천의 고원』7장 얼굴성(321-363)을 읽어오시면 되구요.
세미나 참석 문의는 반장님이신 변성찬(010 8317 6760)으로 문의하심 됩니다+_+
게으른 반장을 대신해서, 깔금한 후기에 친절한 안내까지... 쌩유~ '엉클 분 미'는 9월 중 개봉할 예정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