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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N 영화사세미나 2010년 8월 11일_발제 꾸냥

 

호모시네마쿠스_에드가모랭

 

사진의 포토제니

에드가 모랭은 프랑스의 사회학자이며 인류학자다. 공산당원이었던 그는 1951년에 반스탈린주의자로 지목되어 공산당에서 제명되는 사건을 겪으며 두 세계에서 튕겨져 나와 영화로 향한다. 모랭에게는 ‘기계’라는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그는 ‘작업, 변환, 생산 활동을 하는 일체의 존재들’을 기계로 봤기 때문에 생물, 사회도 ‘기계’의 개념으로 파악했다.

 

에드가모랭은 스크린 위에 만들어진 인공적 이미지가 어떻게 이토록 현실적으로 강렬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영화 혹은 상상적 인간’에서 먼저 사진에 대한 분석을 시도 한다. 이는 바쟁의 ‘영화란 무엇인가’에서 사진적 영상의 존재론과 유사한데 바쟁에 의하면 사진 속에 있는 대상들은 예술의 마술적인 효과에 의해서가 아니라, 비정한 기계장치의 효과에 의해 자신이 시간 속에 정지되어서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생명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현존이 된다. 그렇다면 생명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올까?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오르면 현기증을 느끼듯, 영화도 사람들에게 초자연적인 어떤 힘을 느끼게 하는 무엇을 가지고 있다.

리치오트 카뉘도는 “영화에서 예술은 사실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들을 암시하는 곳에 존재한다”고 했고, 아폴리네르는 “영화는 초현실적인 삶의 창조자”라 했으며, 장 엡스텡은 “영화는 초현실적인 눈과 영혼의 예술”이라 했다. 이렇듯 영화는 현실이지만 동시에 또 다른 것, 꿈 혹은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뤼미에르 형제가 보여준 공장에서 떠나는 노동자들과 역의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기차는 현실이 아닌 현실의 이미지였다. 뤼미에르 형제는 영화적 이미지가 주는 매혹을 감지하고 이용한 것이다. 이 매혹 혹은 마법에 이름을 붙이게 되는데 이것이 ‘포토제니(photogenie)’다.

포토제니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이 영화적 혹은 사진적 특징은 삶이 아니라 삶의 이미지 속에 있다. 포토제니는 회화의 고유한 특질인 피토레스크와 다르다. 피토레스크는 그림의 소재가 될 정도로 아름답다는 뜻인데 이는 현실 속의 대상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포토제니는 현실이 아닌 이미지 속에 피토레스크적인 것을 떠올리게 한다. 즉 포토제니는 ‘영화의 법’으로 ‘영화의 순수한 표현’으로 이미지에 존재하는 신비하고 비규정적인 무엇이며 바로 이것이 영화를 모든 예술과 차별화 시킨다.

영화의 포토제니는 사진의 그것을 환원되지 않지만 근원은 사진의 포토제니에 있다. 보들레르는 추억은 되찾은 삶이고 영속적인 현존재라고 했다. 이 말은 사진이 보여주는 물질적인 이미지가 정신적인 특성을 갖는다는 것을 말한다. 사진 이미지는 경험된 현존재이고 현실적으로는 부재한다. 즉 존재-부재의 이중적인 이미지인 것이다.

이미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동시에 주관적인 가치가 함께 작동하는 과정 속에 ‘환각’이 생겨나는데 이는 현실보다 더 강렬하고 깊이 있는 삶을 표현한다. 한 주체의 객관성과 주관성

이 만나는 기하학적 공간이 인간의 이미지-유령, 즉 분신이 존재하는 곳이다. 고대 사회로부터 인간은 죽음의 단계에 이르러 개별적인 존재로서 이미지 안에서 또 다른 존재 즉 분신 혹은 환영을 발견한다. 시체가 썩게 되면 그 분신은 유령이 되어 하나의 정신으로 남게 된다. 결국 이미지의 존재근거는 인간의 불멸성에 대한 욕구의 발현이다. 모랭은 현대적인 기계장치로 보이는 이미지들에 고대 사회로부터 내려오는 분신, 환영, 죽음이라는 요소들이 그대로 담겨져 있음을 밝혀냈다.

결국 포토제니는 환영, 반영, 분신의 복잡하면서도 단일한 특성이다. 그것은 정신적 이미지의 고유한 특성을 사진 이미지 위로 전이시키는 것이다. 포토제니는 우리가 사진을 볼 때마다 작용한다.

 

영화의 포토제니

에드가 모랭이 만들어낸 개념 중에 ‘호모 사피엔스/데멘스’라는 것이 있는데 데멘스(demens)는 ‘분별이 없는, 제정신이 아닌, 광기를 머금은’등의 의미를 가진 말이다. 이 개념은 이성적이고 사실주의적이면서 도구를 제작한다는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파베르가 규정하는 일차원적이고 환원적인 인간에 대한 규정을 거부하고, 상상적인 것들 혹은 유희적(ludens)인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영화는 호모 사피엔스/데멘스의 상상적 활동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예술형태다. 모랭은 영화를 분석하기 위해서 이중의 신비를 풀어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 하나는 ‘영화의 상상적인 현실’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상상적인 현실’이다. 영화는 바로 그 현실이 재현된 것이다. 그 재현을 다른 말로 표현한 것이 ‘이미지’다. 헌데 모든 현실은 이미지의 형태로 지각되므로 영화나 사진을 포함한 모든 구상적 형태의 예술은 지각적인 이미지의 이미지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영화는 살아있는 재현의 재현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현실의 상상계와 상상계의 현실을 숙고하게 만든다.

이미지는 현실과 상상계를 연결시키는 매개체가 아니라, 현실과 상상계의 동시적이고 근본적인 구성적 현실태다. 이미지는 객관화와 주관화를 모두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다.

영화이미지가 살아움직인다고 말했을 때 단지 스크린 위에서 사물들이 움직인다는 의미만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영화가 마술적인 변형작용(영화적 기법)을 거치기 때문에 그렇다. 몽타주 같은 표현기법을 발견하기 전 멜리에스를 통해 이런 작업이 이루어졌다. 마술사였던 멜리에스는 트릭을 쓰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는 마술을 그대로 담았다는 것이 아니라 이중인화나 클로즈업, 오버랩 등의 영화적 기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제 영화는 뤼미에르 형제의 절대적 사실주의와 멜리에스의 절대적 비사실주의가 서로 융합하며 발전하게 된다.

멜리에스이후 변형작용들은 마술적인 성격을 버리고 그것 자체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카메라의 움직임, 무대장치의 활용, 쇼트의 구별, 몽타주까지 개발된다. 이전까지 영화적 시간은 실제 시간과 일치했지만 영화는 이제 몽타주라는 기법에 의해 시간을 분절 할 수도 연장 할 수도 있게 되었다. 또한 카메라의 세련된 움직임과 위치의 자유로움으로 장소의 단일성을 위반하게 된다. 이로써 영화는 새로운 공간적ㆍ시간적 성격을 획득하게 되는 살아있는 사진들의 시스템이 되었다.

이제 기술적으로 발달해온 영화의 마술이 관객의 정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의 문제가 해명되어야 했다. 모랭은 이를 투사(projection)-동일화(identification)-전이(transfert)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필요, 욕망, 동경, 등을 모든 사물 혹은 존재에게 투사한다. 동일화는 주체가 세계에 투사하는 것 대신 그 자신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동일화와 투사가 분리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투사-동일화의 복합체는 전이를 포함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심리현상은 사물의 객관적인 현실을 변형시키고 왜곡시킨다. 이를 영화에 적용시킨다면 관객이 영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영화를 지각한다고 하는 것은, 이 투사-동일화의 과정을 통해서 영화적 이미지를 객관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것에는 인간의 욕망이 개입되고, 감정의 왕복운동이 바로 그 재구성의 과정이 된다. 즉 영화는 필름 속에서 구체화된 하나의 심리현상과 관객의 그것이 서로 합쳐지는 순간이다. 관객의 생성적이고 전체적인 정신은 그 자체가 정신-기계라는 것을 말한다. 이 기계는 스크린 위에 빛이 비출 때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영화가 단지 매스미디어나 사회적인 현상으로만 받아들여진다면, 관객들이 경험하는 미학적 상황은 은폐될 수밖에 없다. 바로 그렇게 은폐되는 것이 영화의 본질적 측면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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